전국 4년째 두 자릿수 상승… “너무 올렸다”
보유세 부담 늘어나 부동산 시장 위축 우려
전국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들의 보유세와 증여세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위축된 토지 거래 시장이 더욱 움츠러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시지가의 상승폭이 너무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땅 보유세’ 65% 급증하는 곳도
세금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공시지가가 11.6%나 올랐다. 여기에 과표적용률(공시지가 중 실제로 세금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액수의 비율)도 재산세는 지난해 55%에서 올해 60%로, 종부세는 70%에서 올해 80%로 높아졌다. 토지 이외에 일반 건물이나 오피스텔, 상가도 이번에 발표된 토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보유세를 계산하게 된다. 아파트는 지난 4월말 발표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가 지난해 9억820만원에서 10억9250만원으로 20.3% 오른 서울 서초동의 29평짜리 상업용 나대지의 경우, 올해 보유세(838만8000원)가 작년(579만8880원)보다 45% 늘어난다. 또 용인 동백동의 204평짜리 나대지도 공시지가가 4억2735만여원으로 14% 오르면서, 보유세는 200만여원으로 52% 늘어난다.
31일 이후에 증여하는 부동산의 증여세도 늘어나게 된다. 증여세는 공시지가 1억원 이하는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초과는 50%의 세금을 물린다. 토지의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으므로 이번 공시지가 상승과는 관계없다.
◆공시지가 너무 올렸다는 비판도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땅값에 비해 공시지가를 너무 올렸다고 평가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충청 이북에만 토지 시장이 숨을 쉬고 있을 뿐, 충청권 이남 지역은 이미 토지 시장이 장기 침체에 들어간 상태”라며 “땅을 사는 사람이 거의 사라지고 땅값도 횡보하는데 왜 공시지가를 이렇게 높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전국의 땅값 상승률(5.6%)과 비교하면, 공시지가의 전국 상승률(11.6%)은 2배가 넘는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이충재 부동산평가팀장은 “이번 공시지가 상승에는 순수한 작년 땅값 상승분 이외에 공평과세를 위해 공시지가를 시세에 맞추기 위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과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토지 거래 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국토의 20% 이상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올해부터 외지인이 땅을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60%까지 매기고 있어 토지 시장은 이미 얼어붙은 상태”라며 “여기에 보유세까지 급등하면서 토지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혁신도시 상승세…과천이 1등
올해 공시지가의 상승은 수도권이 주도했다. 서울(15.5%)과 인천(15%)·경기(12.8%) 등 수도권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모두 전국 평균(11.6%)을 상회했다.
개별 지역 중에서는 과천시가 24.2%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과천은 올해 주택 공시가격 상승률도 전국 1위를 기록해, ‘부동산값 상승 2관왕’이 됐다. 재건축시장의 영향과 일부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충북 진천(20.3%)·음성(16.2%)과 부산 강서구(16.4%), 울산 중구(16.3%), 대구 동구(15.5%) 등도 공시지가 상승폭이 컸다.
전국 2913만여 필지의 공시지가 총액은 2911조301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 서울이 909조7167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827조1406억원)와 인천(155조2894억원)까지 합한 수도권 공시지가 총액이 전체의 65%나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