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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쇼핑·문화공간이 한곳에 ‘도심주거지’가 뜬다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07.05.28 22:42

한국에서는 신도시·교외형 타운하우스 개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도심 주거지가 다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주택 버블(거품) 논란 등으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는 침체기로 접어 들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주요 대도시의 도심 주거시설의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는 1년 사이에 단독 주택가격이 6% 정도 떨어졌고 전체 아파트는 6.5% 하락했다. 하지만 도심의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3% 올랐다. 같은 기간 뉴욕시의 단독주택가격은 2.3% 오르는데 그쳤지만 주로 도심에 집중돼 있는 아파트 가격은 무려 16.4%나 올랐다.
2004년 아파트·사무실·호텔로 복합개발된 뉴욕 맨해튼 AOL타임워너센터(Time Warner Center)는 350평 펜트하우스가 4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 화제가 됐다. 일본 도쿄의 최고급 주거지도 도심 한복판인 오모테산도 주변의 단독주택이나 도심을 재개발한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이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런던의 최고급 주거지는 도심의 첼시. 고급 브랜드 점포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전세계 부자들이 몰려 들어 집값을 올리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도심의 최고층 아파트 ‘츨로타44’도 하룻밤 사이에 분양이 끝났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도심 주거지 인기 이유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도심 주거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은퇴 계층의 주거형태 변화로 분석했다. 교외주택에 살던 은퇴계층이 자녀들이 결혼하면서 단독 주택이 너무 넓어 유지 관리하기에 힘들어진데다 도심의 쇼핑·문화시설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도심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것. 산업구조의 변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모리빌딩의 모리 사장은 “창의성이 중시되는 지식 사회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기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도심 주거지의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고 말했다. 주거지와 직장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었던 것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 도시형태라는 것. 시간 절약을 중요시하는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쇼핑이 편리한 도심 주거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화·쇼핑·업무 복합개발이 유행

도심 주거지의 인기 회복에는 활발한 도심재개발 사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도심의 낙후지역을 주거·쇼핑·문화·업무시설로 개발하는 복합개발은 선진국 대도시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미드타운, 영국 버밍엄의 브랜들리 플레이스, 런던의 카나리 워프는 대표적인 복합개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카나리 워프에는 다국적 기업이 대거 입주, 영국의 전체 경제회복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합개발 건물에는 고급 쇼핑시설과 문화시설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롯폰기힐스는 모리미술관·야외공연장을, 미드타운은 산토리미술관·디자인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미국 맨하탄의 AOL타임워너센터도 CNN 라이브 스튜디오와 재즈공연장으로 쓰이는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다.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에는 세계 각국의 명품브랜드 점포가 입주, 단지 전체에 명품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 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복합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다국적 기업 등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일본 등은 도심 개발에 대해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복합개발 본격화

초고층으로 지은 타워팰리스나 분당의 아이파크·파크뷰와 같은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 초기에만 해도 고밀도로 개발되는데다 주변에 상업시설이 있어 번잡하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선호가 바뀌면서 이제 서울과 수도권의 최고가 아파트는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아파트 위주라는 점이 외국과 큰 차이가 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외국처럼 주거·상업·오피스를 함께 복합 개발하는 주상복합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 서면에 개발하는 ‘서면 더샵센트럴 스타’에는 5700여 평의 쇼핑몰과 공원·예술 문화 공간이 들어선다. 포스코 건설측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하여 부산 지역의 새로운 도심 주거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 동탄신도시의 메타폴리스·청주의 지웰시티도 아파트외에 상업과 업무시설을 갖춘 복합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종로·중구청도 낡은 건물들을 헐어내고 주거·오피스·상업·문화시설로 재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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