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당첨 땐 수천만원 차익 기대 ‘로또텔’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07.04.07 00:06

경쟁률 4855대 1, 청약금만 5조 3000억… 송도 오피스텔 광풍 왜?
전매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없어 부동자금 몰려
‘주변시세 절반’ 분양가도 ‘묻지마 청약’ 부추겨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입니다. 청약 안 하는 사람들이 바보지요.”

인천 송도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에 신청한 한 직장인(37)은 “당첨만 되면 몇 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당장 낼 수 있다는데 청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혀를 찼다. 그는 “투기도 아니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코오롱 건설의 송도오피스텔 ‘더 프라우’ 청약열풍은 가히 전국적이었다. 전국에서 36만여 명이 청약, 평형대에 따라 최고 9521대1의 경쟁률(평균 경쟁률 4855대1)을 보인 것은 ‘시세차익’ 때문이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의 직장인·주부들도 청약대열에 가세했다.

‘청약광풍’이 안정세를 되찾아 가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자 건교부는 “시세차익이 나지 않는다”, “자금 추적을 벌이겠다”며 뒷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세차익은 얼마나=더 프라우는 10~70평대 123실(室)의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주상복합·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 또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청약 증거금(500만~1500만원)만 내면 1인당 3건까지 청약이 가능하다. 20세 이상·4인 가족이라면 한꺼번에 12실의 청약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결정적인 요인은 평당 650만원이라는 싼 분양가였다. 비슷한 지역에서 지난 2005년 평당 500만원에 분양된 포스코건설의 오피스텔은 현재 평당 1000만~1200만원에 거래 중이다. 건교부는 “더 프라우의 전용률(실제 사용가능한 면적 비율)이 52%로, 포스코의 66~69%보다 낮기 때문에 시세 차익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지가 포스코보다 떨어지고 전용률은 낮지만 평당 100만~200만원 정도는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70평형대는 1억원까지 프리미엄이 치솟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로또 복권’ 사는 심정으로 직장인들이 대거 몰린 것 같다”며 “주택시장이 더 얼어 붙으면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도신도시에서 분양한 코오롱 오피스텔‘더 프라우’에 30만명이 넘는 신청자들이 몰리는 등 청약광풍이 불었다. 사진은 청약자들로 혼잡한 인천의 한 농협지점.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과열 확산시킨 인터넷 청약=청약 광풍사태는 지난달 12일 모델하우스 분양에서 ‘밤샘 줄서기’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 신청접수 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부터 예견됐다. 그러나 건교부와 코오롱건설이 대책으로 마련한 인터넷 청약은 오히려 청약 열풍을 서울 등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부동산 114’ 김혜현 팀장은 “1인당 1실만 청약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면 이런 식으로 과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에 대한 법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실제 주거용으로 쓰여도 법적으로는 사무실이다. 이러다 보니 10억원 넘는 고가 오피스텔도 상당수가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고 무주택자로 분류된다. 정부가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무실로 허가가 나다 보니 학교·주민편의시설 등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아파트로 청약광풍 확산 우려도=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더 프라우는 당초 시세수준에서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업체가 인·허가 관청의 눈치를 보다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책정, 청약과열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광풍현상이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는 9월 이후 아파트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이 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대형평형 아파트의 경우,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제2·제3의 송도 청약광풍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벌써부터 위장전입 등 편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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