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20년 후 우리가 사는 집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최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유비쿼터스 하우스’가 우리 생활을 환상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한다.
2005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는 도요타그룹이 15억엔을 들여 개발한 꿈의 주택 ‘파피’가 공개돼 현실로 다가온 ‘유비쿼터스 하우스’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파피’는 사람의 손을 기다리지 않고 주택의 모든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요리·오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사람의 마음을 읽고 대신해 준다.
고령자를 위한 유비쿼터스 하우스
1998년에 설립된 미국 조지아주의 ‘자각(自覺)주택(Aware Home) 연구소’가 2006년에 선보인 ‘Aware Home’은 따로 떨어져 사는 노인들을 위한 일종의 자동인지능력을 갖춘 집이다. 바닥 카펫에는 무게감지센서, 벽에는 행동인식기능을 갖춘 웹카메라, 소파에는 심장박동센서가 달려 있어 평소 행동과 다른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자녀의 집에 설치된 디지털 사진액자에 위험 상황이 그대로 생중계된다. 웹카메라는 미리 입력된 일정 주기마다 부모의 모습을 자녀 가정에 있는 디지털 액자로 보내준다. 디지털액자는 평소에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위험시에는 비상연락수단이 되는데 부모와 자녀의 집이 모두 이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디지털액자를 통해 서로의 생활이 그대로 생중계된다. 이 집에는 ‘기억복구(Memory Aid)’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어 평소 하는 일들을 기억했다가 시간에 맞추어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모든 조명기구는 반복적인 일상 생활의 주기를 기억하여 자동 점멸되기도 하고 특정한 동작을 기억하여 작동하기도 한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스웨덴이나 네델란드에서는 동작, 인지능력이 둔화된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홈(Smart Home) 개발이 한창이다. 홈오토메이션과 인텔리전트 빌딩시스템(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의 결합으로 탄생한 스마트홈은 스웨덴의 건설회사 JM이 2000년에 개발한 프로젝트. 덴마크에서는 스마트홈재단이 설립돼 1994년에 첫 실험주택을 선보인데 이어 2001년에 실용화가 가능한 모델을 선보였다.
가족 중심·재택 근무
그러나 이런 첨단 기능보다는 가족간의 정이 흐르게 하는 구조나 친환경적인 소재를 장착한 주택이 진정한 미래 주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주택은 어디까지나 주택이므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미래보다는 지금 실용화가 가능한 미래의 기술을 얼마나 현실화하느냐는 것이 진정한 미래주택의 척도라는 반론도 나온다. 건축가 루이스 칸도 50년후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가 예측하는 것에 대해 ‘오늘 가능한 것이지, 내일에 있을 것의 전조는 아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국주택협회는 매년 초 열리는 주택박람회를 통해 ‘뉴 어메리칸 홈(New American Home)’이라는 컨셉트주택을 선보인다. 주택협회가 선발한 TF 팀이 1년간의 연구, 검토와 1년간의 건축과정을 거쳐 선보이는 이 주택은 2~3년후 주택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과 가까운 개념의 미래주택.
올해 2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주택박람회에서는 공간구성의 고정관념을 깬 주택이 선보였다. 먼저 이 주택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홈오피스와 같은 서재, 그리고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접견실이 나타난다. 유비쿼터스가 가져올 미래는 주택의 첨단화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곧 사무실이 되는 ‘유비쿼터스 오피스’로 먼저 현실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2층으로 올라가면 주침실이 나오고 3층은 절반을 테라스로, 절반은 부엌과 거실로 꾸몄다. 1층에 거실과 부엌, 2층에 침실이 있는 일반적인 주택 평면과 완전히 다르다. 3층 테라스에는 잔디를 깔고 옥상 정원을 만들어 부엌, 거실, 테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가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을 배치, 가족 중심의 공간 구성이 앞으로 주택시장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