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빗나간 주택통계 부동산 정책도 헛발질

뉴스 차학봉 기자
입력 2007.03.26 23:31

2년전 건교위 국정 감사장. 한 국회의원이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다는데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왜 54.2%에 불과하냐”며 건교부 관료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는 주택을 지어도 투기꾼들 때문에 내 집을 가진 사람들이 줄어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근거로 삼은 통계는 자가 점유율. 자가 점유율은 자기 집에 직접 사는 가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통계. 자기 집을 갖고 있는 가구의 비율을 따지는 ‘자가 보유율’과 ‘자가 점유율’을 착각한 것이다.

자기 집이 있지만 출퇴근·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전셋집에 살고 있다면 자가 점유율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가 점유율이 자가 보유율보다 훨씬 낮다. 자가 보유율은 2004년 전국이 62.9%로, 2001년의 58.9%보다 높아졌다. 미국(68.6%), 영국(71%)보다는 낮지만 일본(61.2%)보다는 오히려 높은 수준. 젊은 층과 집을 구입할 수 없는 저소득층을 감안하면 선진국이라도 해도 자가 보유율이 70%를 크게 넘기는 어렵다. 주택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 입맛대로’ 주택 통계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러스트=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소득대비 집값 비율도 외국과 기준 달라

흔히 외국과 집값 수준을 비교하는 통계로 사용되는 게 PIR(소득대비 집값 배율)이다. 연간 소득을 몇 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수치이다.

건교부가 ‘8·31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PIR은 5.4배로, 선진국의 3~4배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진국과 계산방식이 차이가 난다.

한국의 PIR은 주택의 평균 가격과 도시근로자의 평균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반면 미국의 PIR은 미디언 가격(MEDIAN PRICE·중간가격)과 미디언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미디언 가격은 그 지역에서 거래된 가장 가격이 싼 주택에서부터 가장 비싼 주택을 일렬로 늘어 놓은 뒤 그 중간치를 선택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평균가격이나 평균소득은 고가의 주택이나 엄청난 고소득자가 일부 포함되면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한국의 주택가격은 호가(呼價)이고 미국의 주택가격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

또 다른 근본적 차이점은 미국은 PIR을 계산할 때 지역별 중간소득을 사용한다는 점. 하지만 우리는 지역별 소득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으로 비교한다. 국정홍보처가 펴낸 ‘투기의 종말’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중간소득으로 계산할 경우, PIR은 3.1배이다. 또 주택금융공사가 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 PIR도 3.8배이다. PIR은 집값보다는 소득 수준에 더 민감하게 반응, 국제적인 집값 비교 통계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90년 전국 평균 PIR이 15.3배로, 현재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지금 집값이 당시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도 1000명당 주택수로 바꿔

상당기간 우리 정부가 주택정책의 금과옥조로 삼았던 주택보급률도 선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통계다. 정부는 1960년대 이후 ‘가구당 주택 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주택보급률’을 정책지표로 사용해왔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 주택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 같은 착각과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우리의 전국 주택보급률은 2002년 100%를 넘어섰지만 집값 문제는 여전히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주택보급률을 정책지표로 사용하는 OECD국가는 없다”며 “정부는 그동안 주택보급률 100%라는 수치로 국민들에게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는 착각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통계는 1000명당 주택수. ‘건설교통 주요 통계’에 따르면 1000명당 주택 수는 281.8가구로 일본(423가구)·미국(427가구)·영국(417가구)·독일(445가구)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정부도 주택보급률에 의한 착시현상을 최근 인정하고 새로운 통계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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