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작용 많아… 세혜택 등 조세저항 줄일 물꼬 터줘야”

뉴스 정리=김덕한기자
입력 2007.03.16 00:45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 되는 올해 주택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보유세 급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책이 마련되고, 앞으로 정책방향은 어떠해야 할지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봤다.
 

▲15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긴급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이신규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 팀장, 최막중 서울대 교수,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시장은 보유세 충격파에 휩싸여 있다. 우선 시장반응부터 살펴보자.
▲이신규=고가(高價) 주택 보유자들이 비로소 보유 비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세대별 합산을 하니까 공시가격은 30% 올라도, 세액은 100% 이상 오를 수도 있다. 이 상태가 유지될 경우 수요자가 시장에서 조금씩 물러나게 되고, 가격도 약 보합세를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정부 정책이 성공했으며, 결국 다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더 내놔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김영진=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르면 일단 들어간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다주택자·장기보유자·부부합산과세·미(未)실현소득에 대한 과세 등 부작용과 논란거리가 너무 많다. 이런 문제들을 남겨 놓고는 보유세 강화 정책이 옳았다고 할 수 없다. 머지않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이신규=조세는 인별(人別)과세가 원칙인데 종부세는 혼인·노부모 봉양 같은 선의(善意)에 대해서도 합산 과세한다. 문제가 있다. 재산세와 똑같은 과표를 두 번 사용한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김영진=실거래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금이 200~300% 곧바로 올라간다. 경제도 안 좋은데 중산층이라도 세금 내기가 힘겹다.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하고 투기 가(假)수요를 잡겠다고 시작한 정책인데 집값도 못 잡아 과세 대상자를 더 늘리는 바람에 부작용이 더 커졌다. 결국 정부 정책의 실수가 서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간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도 오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김희선=문제는 너무 파격적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는 단계를 거치지 못했다. 질 좋은 주택의 수급 불균형이라는 원천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세금만 올리니 가격으로 전가되는 부작용이 심하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부부합산과세는 왜 문제인가.
▲박재룡=부부 간 증여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부세를 합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가구별 과세라면 부부 간 증여세를 없애야 한다. 종부세를 국세로 한다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부유한 지역의 세금을 가난한 지역에 쓰겠다는 뜻이다. 이는 지방자치제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김영진=보유세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더 많다. 공급 대책 없이 세금정책을 처음과 똑같이 유지하는 것은 문제다. 국민주택규모인 32평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종부세를 내게 됐다. 억울하지 않겠는가. 팔고 나가려 해도 양도세가 높아 퇴로까지 차단돼 있다.
 

 
―고가주택 중과세로 인해 집값이 안정되면 국가적으로 더 좋은 것 아닌가.
▲최막중=‘모바일 플레이어스 롤(mobile player’s role)’이라는 게 있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대체재가 있을 경우라면 고가주택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하지만 대체재가 없을 경우에는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부담을 약자(弱者)에게 전가한다. 지금은 공급자 위주 시장이기에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박재룡=집을 팔 경우 강북, 지방주택부터 판다. 지금은 ‘매도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이다. 결국 전세든, 매매든 못 가진 계층이 피해 보게 돼 있다. 국민 전체가 부담을 지는 셈 아니겠는가.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김희선=서울강남에서 40평 이상 주택은 20%도 채 안 된다. 종부세·양도세를 아무리 부과해도 대체할 상품이 없으니 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어쩌다 나와도 꼭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높은 세금이라도 부담하면서 들어간다. 20평 이하 신축주택은 거의 없다. 이 부분도 100% 전가된다고 봐야 한다. 자가(自家) 보유 비율이 50%를 겨우 넘긴 상황이니 임대시장에도 부담이 오게 될 것이다.
―과세기준 6억원은 어떤가.
▲이신규=세부담 상한이 6억원이라는 허들을 넘어서면 10%에서 갑자기 50%로 뛰는 것은 세 부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최막중=6억원이라는 기준은 정책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조세라는 것이 국지적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수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2억원에서 6억원 등으로 세분화돼서 도입돼야 정상적이다.
―집값 잡을 묘안은 없나.
▲박재룡=다(多)주택자들의 잉여 주택을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정부 주도로 시세보다 싸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해볼 만하다. 그것이 시 외곽에다 그린벨트 허물고 공공임대 주택을 100만 호 이상 짓겠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종부세에 대한 원칙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다만 문제가 많고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듯하다.
▲박재룡=지금 강남 집값은 내려가고 강북은 오르는데 만약 반대 상황이었다면 정부가 부산을 떨었을 것이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겨냥해 정책을 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장기보유 1가구 1주택자를 실수요자로 인정할 수 있다면, 그런 한 쪽에 파격적으로 세금혜택을 주는 등 물꼬를 터주면 조세 저항도 줄 것이고, 정부도 명분이 생길 것이다. 위헌소지가 있는 가구별 합산을 인(人)별 과세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이신규=신축 아파트와 과거부터 보유한 아파트 가액의 세부담 차이가 너무 큰 것도 문제다. 세부담 상한제 때문에 생긴 문제다. 대책이 있어야 한다.
▲최막중=종부세 충격으로 주택가격이 내릴 수 있다. 이때 정책 당국자들이 ‘정책이 성공했다’라며 홍보에 열중하면 안 된다. 바로 이 시점이 재건축을 비롯한 질 좋은 주택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다. 공급이 확대되면 현재의 특수목적과세체제에서 보편과세체제로의 전환도 가능해질 것이다.
 
<참석자>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김희선 부동산 114 전무
이신규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 전문가팀장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회>
이광회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대우

화제의 뉴스

18번 줍줍에도 "안 사요"…서울 신축 단지 굴욕, 할인 분양에도 텅텅
미국 MZ도 주거 사다리 붕괴…40세 돼야 집 산다
"5평 원룸 월세 100만원이 기본?"…'헉' 소리 난다는 서울 방값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오늘의 땅집GO

"5평 원룸 월세 100만원이 기본?"…'헉' 소리 난다는 서울 방값
18번 줍줍에도 "안 사요"…서울 신축 단지, 할인 분양에도 텅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