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1·11부동산 대책’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분양가 규제와 채권입찰제가 강북 균형 발전 차원에서 추진되는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에도 적용돼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무주택자와 다자녀가구에 당첨 우선권을 주는 청약가점제도 신혼부부와 단독가구에 지나치게 불이익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초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까지 분양가 규제를 가해 부자들에게도 시세 차익을 보장해주는 것도 정책 목표 자체에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규제로 인하 주택 공급감소가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보완책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개발 주민은 괴롭고…정부는 채권 수익만 수십조원
최근 경기도의 한 재개발 주민들은 재개발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분양가 규제와 채권입찰제가 도입돼 조합원들의 공사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공사비는 ‘조합원부담+일반 분양비용’으로 충당하는데 분양가 규제로 일반 분양비가 낮게 책정돼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원 부담이 2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용면적 25.7평 이상 중대형 평형은 채권입찰제가 도입돼 조합원들의 수익이 정부 차지가 된다. ‘J&K’백준 사장은 “정부가 강북 균형 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뉴타운 등은 채권입찰제 등으로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정부의 채권수익도 막대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판교에서 5000여 가구에 대해 채권입찰제를 채택한 정부는 6746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연간 수조원의 정부 부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 재건축 갈등
정부는 ‘1·11대책’을 통해 “사업승인을 받은 후 3개월 내에 분양하지 않는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며 올 12월 이후에는 모든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작년에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공정 80% 후(後)분양’으로 내년에 분양하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입찰제는 후분양 재건축아파트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이미 확정된 조합원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원가공개가 이뤄지면 조합과 시공사간에 공사비 분쟁도 예상된다. 임대아파트 건설 의무제도가 소급 적용된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준공되면서 임대아파트 설치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주민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을 고려, 건교부도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 건교부 관계자는 “재건축을 예외로 할 경우, 내년에도 고분양가 아파트가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위한다더니… 부유층에게조차 합법적 시세차익 보장
정부가 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초고가의 중대형 주상복합아파트까지 분양가를 규제, 당첨만 되면 20% 정도의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것도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반값아파트의 원조국인 싱가포르에서조차도 고급 아파트는 분양가 제한이 전혀 없다. 최근 분양된 ‘마리나 베이레지던스’는 평당 7300만원이나 된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도 고가아파트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지만 정부는 분양가 인하라는 명분에 급급, 고가 주택에도 분양가 규제를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주상복합아파트 가격 규제는 부유층 수요자들에게조차 합법적인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는 셈”이라며 “정부의 정책 목표가 저소득이나 중산층이 아닌 부자들에게까지 확대된 셈”이라고 말했다.
◆공급축소로 전환… 2~3년 후 집값 급등엔 ‘무대책’
정부의 규제 남발로 주택공급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큰소리만 치고 있다. 정부가 작년 ‘11.15대책’을 통해 밝힌 주택공급 로드맵에 따르면 2006~2010년까지 수도권에서 164만가구가 공급된다. 이중 민간택지를 통한 공급이 47%인 77만3000가구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규제 등으로 민간택지 아파트 공급가구수가 20~3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공공택지를 통한 주택공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 택지에서 공급이 감소하면 자칫 2~3년 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크게 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