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올라도 함께 묶여 양도세 오르고 대출 막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S아파트에 사는 김모(51)씨는 21일 동대문구가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울화가 치밀었다. 지금 살고 있는 25평형 아파트값은 1억7000만원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도 이날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도로 건너편에 있는 쌍용·대림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오른 반면, 우리 아파트는 전혀 안 올랐는데 똑같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양도세 세부담이 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마저 강화됐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D아파트(57평형) 역시 올 초 6억6500만원에서 현재 6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오히려 2.26% 떨어졌는데도 도봉구가 이날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함께 불이익을 받게 됐다.
동부공인중개사의 김기선 중개사는 “같은 구(區)내에서도 동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마다 가격 오름세가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으로 투기지역으로 묶어버려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등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 전국 절반을 투기지역 지정
정부는 이날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노원구·도봉구·동대문구·서대문구·중랑구, 인천 연수구·부평구, 경기 시흥시, 울산 동구·북구 등 총 10곳을 주택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인천 동구를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전국 주택투기지역은 88개, 토지투기지역은 95개로 증가했다. 중복 지정 지역을 제외한 주택·토지 투기지역은 총 118곳으로 전국 250개 행정구역의 47.2%에 달하게 됐다. 또 이날 신규 지정으로 서울 25개 구(區) 전체가 주택 및 토지 투기지역이 됐다.
◆선의의 피해자 양산
이처럼 투기지역이 전국 행정구역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투기지역 내에서도 그동안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부동산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기 때문에 세부담이 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6억원 초과 아파트는 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40%로 낮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40%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6억원 이하인 아파트 역시 대출 기간이 10년 이하일 경우에는 은행·보험 40%, 농협·저축은행 50%의 LTV제한을 받게 되며 10년 초과 대출시에는 60% 적용을 받는다.
예컨대 회사원 A씨가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비투기지역일 때는 은행 및 제2금융권에서 3억~4억원(LTV 60~80% 적용)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투기지역으로 바뀐 후엔 2억~2억5000만원(대출 만기10년 이하)으로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