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동산 ‘뒷북 대책’… 내집마련 전략은
“집값 오른뒤 무슨 대책” 부동산시장 반응은 싸늘
청약 자격요건 모자라면 지금 사두는게 유리할수도
“꼭 한발 늦는다니까요. 왜 정부의 대책은 꼭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후에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3일 경기도 과천시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박모 사장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8·31 대책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정부가 또다시 대책을 내놓은 3일 일선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한 달여간 폭등을 거듭할 때는 뒷짐 지고 있다가 이제서야 대책을 내놓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지난 4년간 쌓여온 정부에 대한 불신(不信)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 이번엔 통할까=정부의 긴급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과천의 ‘우리공인중개’ 김현숙 사장은 “집값이 한 달 반 동안 정신없이 뛰더니 최근 들어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강동구나, 경기도 구리시, 분당신도시 등 주요 거래 지역 모두 비슷한 모습이었다. 구리시 한아름공인 관계자는 “아직 집을 싸게 팔겠다며 문의하는 집 주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정부 대책이 폭등한 집값을 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분당 동성공인 관계자는 “최근 한 달 사이 집을 구입한 사람들 중에는 ‘정부 믿고 기다렸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구입한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분양가에 실망하고 검단신도시 여파로 폭등하는 집값에 놀란 무주택자들이 이젠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 강동구 실로암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 중에는 신도시를 10개 세운다 하더라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 제일공인 정석모 사장은 “집값이 지난 몇 년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폭등했다”며 “일정 기간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 전략은?=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2008년 청약 제도 변경과 향후 시장의 움직임을 함께 고려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정부 의지대로 신도시 분양가가 낮아진다면 무(無)주택자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팀장은 그러나 “내년에는 대선(大選)이 있어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자신의 자금계획 범위 내에서 구매 시기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2008년부터 달라지는 청약제도 변경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2008년부터 청약제도가 집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나이 들고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바뀌기 때문에 이런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그러나 “반대로 그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실수요자라면 정부 대책이 나와 시장이 조정받을 때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