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지난 변압기 사용 20년 넘은 곳도 11만가구
전국의 아파트 주민 42만 가구가 설치된 지 15년이 지난 낡은 변압기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어, 대형 정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중 당장 교체해야 하는 20년 이상 노후 변압기로 전기를 공급받는 아파트 주민은 11만3000가구에 달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만, 현행 법규상 변전기 등 아파트 전기 시설관리 책임이 아파트 주민에게 있다는 점을 들어 낡은 설비의 진단·교체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한국전력이 산업자원부에 보고한 ‘아파트 전기공급제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주민 515만6000가구(1만1124개 단지·2004년 12월 현재) 중 변압기를 설치한 지 15~20년인 가구가 31만 가구(486개 단지), 20년 이상인 가구가 11만3000가구(199개 단지)로 밝혀졌다. 이는 전국 아파트 가구의 8%에 해당하며, 가구당 주민을 4인으로 계산할 경우 160만명이나 되는 아파트 주민이 정전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자료에서 한전은 “상당수 아파트들의 설비가 낡고, 가구별 설치 용량도 적어 설비 결함으로 인한 정전 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1만 가구 이상의) 광역 정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안전 기준에 미달하고, 한전의 설계 기준과 다른 비(非)표준 설비여서 사고가 나도 복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아파트 주민이 관리하는 변압기 등을 인수할 경우, 인수 이전의 고장으로 인한 피해도 한전이 책임져야 한다”며 “낡은 아파트의 전기 설비는 인수하기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대신 “작년부터 아파트 단지 전기 설비 교체 비용을 50%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력 전문가들은 “최종 소비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을 알고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