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건축가 이름 내세운 집 늘어
미국 오레곤주 남부의 실버톤이라는 작은 마을은 5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작은 집이 한 채 있다. ‘오레곤 가든’이라는 식물원 입구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이 집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집이다.
바로 그 한가지 이유 때문에 이 시골마을까지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누가 지었는가는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누가 설계했는가는 40년이 지난 이 낡은 집의 존재가치를 유지해 주는 유일한 힘이다. 건축가가 바로 ‘집의 얼굴’이다.
시공사 브랜드파워로 집이 팔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공사보다 건축가 브랜드로 팔리는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더 뮤지엄’은 용인 양지에 77가구의 전원 주택단지를 지으면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을 간판으로 내세워 분양에 성공했다. 제주 핑커스CC의 포도호텔을 설계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이타미 준의 명성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배대용, 최문규, 유정한, 유이화 등 국내 유명 건축가 그룹을 내세운 ‘건축가 단지’라는 컨셉이 적중한 것이다. 용인 기흥단지내 골드CC에 SK건설이 지은 콘도미니엄 기흥 아펠바움(77세대)도 SK건설 브랜드 보다는 이타미 준의 명성에 힘입어 분양에 성공한 경우다. 자체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국내 굴지의 업체들이 세계적인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명성을 빌리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다.
코오롱 건설이 판교에서 지은 고급빌라 린든그로브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필립 스탁’이 맡았다. 페트라건설이 서울 연희동에서 건설한 ‘베벌리 힐스’ 빌라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필립 스탁의 작품이다.
삼성건설도 목동의 트라팰리스를 건설하면서 건축 설계는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윌리엄스, 인테리어 디자인은 앙드레 김의 이름을 빌려 히트했다.
주택공사는 국제 공모를 거쳐 판교 신도시의 테라스하우스단지 설계를 마크 맥(미국), 야마모토 리켄(일본), 페카 헬린(핀란드) 등 해외 건축가들에게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