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예정지 인천 검단지구
지난 25일 새벽, 정부가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한 인천 검단지구 주변의 삼라건설 아파트 모델하우스. 200여명의 청약자들이 밤샘 줄서기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총 가구가 117가구에 불과하고 입지도 좋지 않다는 평가로, 최근까지 단 한건도 청약이 접수되지 않고 모든 가구가 미분양이었다.
하지만 23일 추병직 건교부장관이 신도시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델하우스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검단지구에는 미분양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토지·빌라를 사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정부가 투기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신도시 계획을 흘리는 바람에 인천 검단지구는 하루 아침에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했다.
◆미분양 아파트에 프리미엄만 4000만원=전날부터 꼬박 21시간 동안 밥 한끼 못 먹고 자리를 지킨 끝에 삼라건설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35)씨. 그는 “회사측에서 처음에는 선착순으로 한다고 했다가 다시 추첨으로 바꿔 멱살을 잡고 싸웠다”며 “현재 프리미엄만 3000만~4000만원이라고 하니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했다.
반면 청약을 하지 못한 주부 임모(55·인천시 서구 당하동)씨는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 줄 상상도 못하고 느긋하게 왔더니 완전 투기판이 돼 있었다”며 “정부의 섣부른 발표가 집값만 폭등시켰다”고 말했다.
인근 미분양 아파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동남주택산업이 서구 왕길동에 지은 동남디아망도 24일 미분양 물량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아파트는 총 308가구로,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지난주까지 6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다.
밤샘 줄서기로 33평 당첨, 프리미엄만 4000만원
상가·토지·빌라 사려는 투자자 발길 종일 이어져
투기대책 마련않고 발표 하루 아침에 거대한 투기판
◆매물 자취 감추고 부르는 게 값=아파트뿐만 아니라 이 일대의 빌라·토지·상가도 가격을 불문하고 사달라는 주문이 쇄도 하고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사전에 투기제어 장치를 만들지 않고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는 바람에 ‘선수’들이 한탕을 하기 위해 검단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단사거리에 위치한 R프라자 사무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엔 상담받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상가 분양업자는 “오늘 오전만 30명이 왔다 갈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SK공인중개’선은주 대표는 “연초 2억5000만원 하던 33평형 아파트가 최고 3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다”며 “20여건의 매물을 집주인들이 모두 거둬들이는 바람에 아예 거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투기대책도 없이 계획부터 흘린 건교부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신도시가 오히려 집값 올릴 위험성도=전문가들은 검단지구 신도시개발이 수도권 전체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 검단지구는 인천시가 지난해부터 서구 검단, 당하, 원당동 일대에 550만평 규모로 추진하던 신도시. 부지 동측에 김포신도시(358만평)가 인접해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서울외곽순도로가 인접해 있어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주택이 가장 부족한 서울 주택수요를 흡수하기에는 검단지구가 너무 외져 있다”며 “장기적으로 주택부족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급등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검단지구 주변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 연쇄적으로 주변지역으로 파급될 경우, 전체 수도권 주택시장을 다시 요동치게 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