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정부의 설익은 발언과 정책이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이뤄진 건교부의 신도시 개발계획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송파대로 일대 상업용지 전환 시사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가뜩이나 각종 개발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판에 이 같이 성급하고 설익은 발표와 발언으로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더욱 요동치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건설교통부 신도시 발표에 집값, 땅값부터 `들썩`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사전 예고 없이 지난 23일 불쑥 기자실을 방문, 신도시 추가 건설을 발표했다. 그동안 양주옥정, 삼송신도시 등 대형 신도시 발표 때마다 집값, 땅값 폭등을 이유로 보안을 철저히 했던 전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 집값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정책 이라기 보다 정부가 앞서 8.31, 3.30 대책을 통해 밝힌 택지공급 확대 방안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반해, 정작 부동산업계에서는 불과 일주일 후 발표할 신도시 계획을 대상지역만 쏙 뺀 채 미리 터트리는 바람에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완벽한 투기대책을 세워도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할 판인데, 이처럼 무책임하게 신도시 개발을 발표할 수 있냐”라며 “언론에서 각종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후보지로 오른 곳은 신도시 지정 여부를 떠나 부동산 가격이 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유력 후보지인 임천 검단지구와 파주신도시 등은 아파트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꿈틀 거리는 등 신도시 개발 발표의 부작용이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설익은 발언에 1억~2억원 뛰어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설익은 용도변경 발언으로 주변 집값이 뛰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오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송파구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영순 송파구청장으로부터 송파대로 일대의 일반 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을 상업으로 상향 조정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잠실주공 5단지, 신천동 새마을시장, 방이동 먹자골목 등 30만평을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송파구청이 상향 조정안을 제출할 때마다 ‘별도의 도시계획을 세워 추진하지 않은 한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상업지역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거듭 불허결정을 내렸다.
특히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는 지난 76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됐으며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을 바꾸지 않는 한 상업지구 변경은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서울시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오 시장 발언이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의 `주상복합 추진 가능`으로 잘못 해석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오 시장 발언이 알려진 이후 잠실주공 5단지는 전 평형이 일주일 새 5000만원 이상 치솟았다.
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주공 5단지 34평형은 일주일 새 6000만원 오른 11억2500만원(상한 기준), 35평형은 5500만원 오른 12억7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현장 거래호가는 일주일 새 1억원가량 올라 34평형은 12억4000만원까지 급등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오 시장의 발언을 잘못 해석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용도지역 변경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사항으로 추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기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에서 책임 있는 정책 당국자나 지자체장이 설익은 개발 계획이나 발언을 하는 것은 오히려 집값만 뛰게 만들고 있다”며 “시장 떠보기식 발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집값 안정은 사실상 물건너 간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