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에도 계약자 몰려 용인선 경쟁률 179대1까지
정부규제로 공급물량 감소 강북·수도권 소형아파트가 상승세 주도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말을 믿은 내가 어리석었지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유모(38)씨는 “정부와 서울시가 앞장서서 분양가를 올리니 집값이 떨어질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난과 정부·서울시의 고분양가 정책이 맞물려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으로 집을 사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경제공인중개’ 서희순 사장은 “40평대의 경우, 한 달 사이에 2000만~3000만원이 오르면서 추가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권모(37)씨는 “연말에 집값이 떨어질 줄 알고 기다렸는데, 괜히 기회만 놓친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가 거의 중단됐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도 불티=용인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D 건설. 두 달 전만 해도 평당 1200만원이 넘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 계약률이 30%에 불과했다. D사 관계자는 “판교 인근의 평당 분양가가 1600만~1700만원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계약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인상에 자신감이 붙은 건설사들은 택지로 다시 몰리고 있다. 최근 토지공사가 용인시 흥덕지구에서 분양한 중대형 아파트 용지는 무려 17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변시세보다 10~20% 높게 분양한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도 미분양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48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주변 지역 아파트도 2000만~3000만원씩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정부 규제로 내림세를 보이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잠실 M 21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실수요자들이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4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건교부와 서울시의 ‘쌍끌이’ 장세=한두 달 전만 해도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연말까지는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판교의 평당 분양가를 1800만원으로,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1500만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버블(거품) 붕괴를 공언하던 정부가 시세에 맞춰 판교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을 공인(公認)한 격이 됐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은평보다 입지가 좋은 뉴타운은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건교부가 “계절적인 수요”라든가 “집값 안정의 징조”라는 등 엉뚱한 소리를 해,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정부 규제의 부작용 본격화=상반기 가격상승은 강남구·서초구·분당·일산 등 이른바 ‘버블(거품) 세븐’ 중심의 중대형 평형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는 강북권과 수도권의 20~30평형대 실수요자용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정부 규제로 인한 공급물량 감소의 효과가 본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은 미국 등 선진국 집값은 오히려 안정되는데 온갖 정책을 다 동원한 한국만 유독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나친 규제 정책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깨진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