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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버블도 문제지만 급격한 붕괴땐 온국민이 피해”

뉴스
입력 2006.05.19 00:41 수정 2006.05.19 14:52

정부 ‘버블붕괴론’에 “비상식적 발언” 비판
집값 급등은 저금리 따른 세계적 현상
“日 부동산버블 깨뜨리려다 10년불황”

“경제 관료까지 나서서 왜 저러지….”청와대에 이어 경제 부처 관료들까지 연일 ‘버블(거품)론’을 제기하자 전문가들은 ‘비상식적인 발언’이라는 반응이다. ‘버블 붕괴’란 지나치게 오른 자산가격이 급락, 금융 부실·가계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붕괴, 10여년간 장기 불황에 빠졌다. 영국도 90년대 초반 주택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대규모 가계 부도가 발생했다. 이런 부작용 탓에 집값이 크게 오른 OECD 국가의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이 과열됐다”는 정도의 조심스러운 발언으로 시장에 경고를 준다. 반면 우리 경제 관료들은 “강남 3구 집값은 과거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 수준”(한덕수 경제부총리) “지방 부동산시장은 일부 거품이 꺼지고 있다”(추병직 건교부장관) 같은 자극적인 발언으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주대 최희갑 교수는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부 의지는 이해하지만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버블론 제기 논리

청와대 브리핑은 지난 15일 ‘통계로 보는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글을 통해 “2004년 이후 ‘버블 세븐(7)’ 지역 상승률은 20.7%로 이들 지역을 뺀 전국 집값 상승률은 1.6%”라고 밝혔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청와대 자료대로라면 지방은 거의 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지방에 그물망 규제를 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방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건교부장관의 발언도 청와대 통계와는 거리가 있다.

강남·분당 등 7곳에 버블이 끼였다는 청와대 신조어 ‘버블 세븐론’도 논란이다. 해당 지역 주민에게 “당신의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일종의 ‘협박’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한양대 김관영 교수는 “단기 급등 지역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조정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정 지역의 가격 하락 내지 조정을 ‘버블 붕괴’식으로는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가격만 잡겠다는 현 주택정책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강남 부동산 버블도 문제지만 급격한 붕괴땐 온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버블이 붕괴하면 수요기반이 취약한 지방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집값 급등, 전 세계적인 현상

정부는 마치 ‘한국이 투기공화국이어서 집값이 급등한 것’처럼 말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7~2005년 전국 주택가격은 26.5% 올랐다. 아파트는 전국이 58.3%, 서울이 89%나 올랐다. 같은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려 279%, 아일랜드는 212% 올랐고, 미국도 91%나 뛰었다. 사상 유례 없는 저금리로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급등한 것이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역 간 차별화도 보편적이다. 미국 집값은 작년 13% 올랐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역으로 들어가면 애리조나주(州) 피닉스 지역은 40% 가까이 올랐다. 2~3% 상승에 그친 곳도 허다하다. 주택공사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86년 이후 강남의 연평균 상승률은 7.75%로 영국의 전체 평균 상승률(7.79%)보다 낮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미국도 우리처럼 학군이 좋은 지역은 주택가격이 급등한다”고 말했다. 투기문제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주택 구입자의 23%가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다.

◆버블 통제도 가능하지 않은데…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18일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블의 정도를 측정할 수도, 통제하기도 어렵다. 1980년대 말 일본은 토지거래허가제도를 강화했다. 또 법인이 토지를 사들여 2년 이내에 팔 경우 시세 차익의 96%를 환수하는 양도세 중과세 제도를 도입했지만 가격이 계속 올랐다. 89년 5월부터 90년 8월까지 금리를 2.5%에서6%까지 급격히 올리고 나서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금리 인상, 대출 규제를 주도했던 일본은행 총재는 ‘서민들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일본은 15년간 장기 침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최희갑 교수는 “정부는 특정 지역의 집값문제보다는 금융권의 과도한 부동산 대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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