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대출가능액 분양가 20%까지 줄어
지방 부자들은 장기투자 노리고 강남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환자에게 산소호흡기마저 떼어낸 꼴이에요.”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모(37)씨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6억 이상 아파트 대출 제한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그는 이달 중순 대구 요지에서 40~90평형대 아파트 800여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인허가 지연 등으로 50평대 이상은 분양가만 6억원을 넘는 상황. 그런데 대출 제한으로 소비자의 대출 가능액이 현재 분양가의 60%에서 20%까지 줄어들게 됐다.
“대구에는 미분양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대출 제한 조치까지 나오니 누가 분양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사업 계획,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시행·시공사측과 협의하고 있다.
◆유탄 맞은 지방 분양시장=‘3·30 부동산 대책’으로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에 엉뚱하게 불똥이 튀고 있다. 투기지역의 6억 이상 아파트 대출 제한이 기존 단지는 물론 신규 분양 단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탓이다.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 지방 광역시 요지는 대부분 투기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대출 제한 발표 이후 분양을 앞둔 지방 중대형 아파트에는 소비자 문의 전화가 적지 않게 걸려오고 있다. 울산에서 200여 가구를 내놓을 A사 관계자는 “사전 마케팅으로 겨우 확보했던 고객들이 무더기로 분양 포기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는 중도금 마련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1000여 가구의 사업 승인을 준비 중인 B사도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려면 계약금 10%, 중도금 20%에 나머지 70%는 잔금으로 돌려야 한다”면서 “이자 비용을 업체가 떠안으려면 분양가를 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미분양 “앞으로 더 걱정”=지방 아파트 시장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작년 ‘8·31대책’ 이후 극심한 미분양에 신음하고 있다. 대구는 작년 8월 564가구이던 미분양 물량이 올 1월 말 3600여가구로 6배 이상 급증했다. 부산과 울산도 각각 5200여 가구, 1800여 가구가 1월 말 현재 미분양으로 남아 5개월째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대형 건설사마저 초라한 분양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 분양했던 C사와 D사는 초기 계약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지난달 부산에서 나왔던 E아파트도 계약률이 10%가 안 돼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산과 대구는 올해 입주물량도 각각 3만 가구, 2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지방 부자들은 “강남으로”=“작년부터 지방 알부자들이 강남(江南)에 집 많이 샀어요.” 부동산 컨설턴트인 임모(44)씨는 요즘도 지방 부유층에게서 투자 문의를 적잖게 받고 있다. 강남 중개업계에선 “대치동 아파트의 30%는 지방 부자 소유”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대치동 도곡렉슬 33평형에 전세 든 정모(53)씨는 “집주인이 충남 예산 사람인데, 최근 수십억대 토지 보상금을 받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고, 부동산 규제는 마찬가지여서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부동 자금이 장기 투자를 겨냥해 강남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각종 개발 계획으로 지방에 돈이 많이 풀리고 있지만, 결국 지역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서울로 유턴(u-turn)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