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율 60~80%…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1만가구 달할 듯
업계선 파격조건 내걸고 마케팅 전쟁
올해도 4만가구 대기… 시장붕괴 우려
“드디어 올 것이 온 거지요.”
부산과 서울에서 5년째 분양대행업을 하는 A(36)씨는 속칭 ‘폭탄돌리기’ 후유증이 작년 말부터 부산 주택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轉買)를 목적으로 2~3년 전 아파트를 계약했다가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로 돈이 묶인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3~4개월씩 잔금을 연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부산 시장은 붕괴 가능성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건설업체 임원 B씨도 “부산에서는 백약(百藥)이 무효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웬만한 현장은 초기 2~3개월간 아파트 입주율이 30~40%에도 못 미쳤다”고 전했다. 일부 업체는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입주전문 대행사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입주율 저조 현상은 공급 과잉 탓이다. 2003년 이후 부산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무려 9만여 가구. 매년 3만 가구가 분양 시장에 쏟아졌다. 하지만 부산은 장기 불황·인구 감소로 주택 실수요자는 감소 추세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부산에는 실수요자가 없다 할 정도”라고 했다. 부산에서 분양된 아파트 전매율은 평균 60~80%에 달한다. 10명 중 2~3명만 실수요자인 셈이다.
공식 미분양 물량도 작년 말 5000여 가구선. 현지 업계에서는 1만 가구 이상으로 추산한다. 8·31대책 이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작년 말 부산진구와 남구에서 각각 분양에 나섰던 C, D사는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해 아예 분양을 접고,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마다 사활을 건 판촉전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 중인 H사는 올 들어 ‘계약금 1%, 중도금 무이자 융자’란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계약금 200만~300만원만 내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것. 기존 아파트 계약자·부동산 중개업자가 신규 계약자를 데려오면 건당 200만~1000만원의 사례금을 주는 ‘MGM’(members get members) 전략도 등장했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홍보·광고비를 뿌려봐야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올해도 4만여 가구가 신규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분양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사장은 “기존 아파트 매매가는 평당 400만원대인 반면, 신규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대를 돌파했다”면서 “분양 시장 붕괴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