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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된 토지공개념 소동… 16년전 무슨일 있었나

뉴스
입력 2005.07.21 17:51 수정 2005.07.21 17:51

89년 집값 41% 뛰자 여론 앞세워 "하자"
"상위 5%가 땅 65% 가졌다" 분위기 조성
소유제한등 3법 강행… 결국 시장서 퇴출



16년 전인 1989년. 서울 종로 5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실엔 토요일 오후마다 일군의 교수들이 모여들었다. 홍원탁(서울대), 강철규·이근식(서울시립대), 최광(외대), 김태동(성균관대·이상 당시 직책)….

당시 폭발했던 사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나중에 청와대 등에서 밀어붙인 ‘토지공개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모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사람들 조차 전쟁이 나면 적 때문이 아니라 남한 내부 갈등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강남 아파트가 한 시간에 1000만원씩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문희갑 수석이 주도= 1980년대 후반 3저(低) 호황을 구가한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은 부동산 문제였다. 1988년과 1989년 전국 평균지가가 각각 27.5%와 32% 상승했다. 서울지역 아파트값만 1년새(1988.10~1989.12) 41%나 치솟았다. 당시 토지공개념 실무 책임자였던 이규황 건교부 토지국장(현 국제경영원장)은 “막대한 불로소득으로 소득분배의 왜곡이 생기면서 중산층 붕괴가 심각히 우려됐다”면서 “토지공개념은 피할 수 없는 대안이었다”고 말했다.

89년 초 국토연구원은 처음으로 전국적인 토지 소유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상위 5%가 전체 민간 소유토지의 65.2%를 갖고 있다”는 충격적 수치가 밝혀졌다. 정부가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놓은 자료였다. 이를 신호탄으로 토지공개념 제도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진행돼갔다.

토지공개념은 문희갑 경제수석과 조순 경제부총리가 주도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문 수석이 앞장서 총대를 맨 형국이었다. 문 수석은 “재벌부터 돈많은 사람의 99%가 부동산으로 돈을 번 것이며 이를 두고선 경제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의 한 측근은 “청와대 내부에선 물론 여권 전체로부터 엄청난 견제와 저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김태동 강철규 교수 등 경실련 멤버들이 민간차원에서 지원했고, 실무작업은 건교부와 국토연구원에서 뒷받침했다. 청와대 산하에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도 만들어져 40여 명의 전문가들이 1년여 동안 매달렸다. 문 수석이 당초 구상한 토지공개념의 개념은 ‘1인 1주택’의 매우 강도 높은 것이었다.

◆결국은 시장에서 ‘퇴출’= 국민 여론의 힘을 입고 그 해 8월 종합토지세제도 도입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이 이뤄지고, 12월 30일엔 국회에서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이 통과됐다. 당시 국회는 여소야대의 상황으로, 여당보다 야당에서 지지가 더 높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3법은 결국 이후 10년도 못가고 시장에서 모두 ‘퇴출’됐다. 국민 재산권 침해란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 당한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는 99년 4월 위헌판정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 역시 같은 이유로 94년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가 98년 12월 폐지됐다.

문 전 수석은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을 하는 사람이 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헌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개발연구원 토지실장이었던 이태일 충북발전연구원장은 “취지나 순수성은 좋았지만 당위성에 급급해 신중함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89년 당시 경실련 정책연구회 멤버였던 최광 전 국회예산정책처 처장은 “토지공개념은 시장원리를 거슬러 논리보다 국민 정서에 의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6년전 토지공개념 추진에 참여했던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지금의 토지공개념 논란은 실체가 뭔지도 모를만큼 충분한 검토 없이 불쑥 튀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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