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단지보다 50만달러 이상 비싸
연예인·정치인 등 와인 애호가 몰려
미국 서부의 관문인 샌프란시스코. 101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호수와 골프장을 끼고 깔끔하게 정돈된 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샌마틴’이라는 작은 농촌에 위치한 코드밸(CordeValle) 단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알아주는 고급주택 단지. 집값만 250만달러(약 30억원)가 넘는 주택 36채가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다.
3만평 규모의 푸른 호수와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은 여느 전원주택 단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단지보다 가격이 50만달러(약 6억원) 이상 비싸다. 이른바 ‘포도밭 프리미엄’ 때문이다. 수 메색(Sue Mesak) 관리책임자는 “미국에는 호수나 골프장을 볼 수 있는 집은 많지만 포도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며 “분양하는 즉시 팔려나가 미분양된 집이 하나도 없다”고 자랑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차별화된 테마를 내세운 주택단지가 인기를 끌면서 ‘포도밭’을 테마로 한 주택단지가 등장, 관심을 끌고 있다.
각각의 주택에는 1200평짜리 포도밭이 딸려 있다. 마당에 포도밭이 포함된 채 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용도 변경은 불가능하다. 전문 와이너리 업체가 50년 계약으로 포도밭을 일구며 관리 비용은 일절 들지 않는다. 집주인은 그저 포도밭 경치를 즐기고, 가끔 업체에서 보내 주는 와인맛을 조용히 음미하면 된다.
메색 관리책임자는 “집주인 중에는 와인 애호가가 많고, 마당에서 기분 좋은 포도 향기가 밀려오는 데 반해 집을 산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30억원 이상으로 고가인 까닭에, 집주인은 할리우드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이름만 들으면 다 알 만큼 유명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포도밭과 어울리게끔, 짙은 빨간색 지붕에 하얀색 목조 건물이나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유럽풍 건물이 주를 이룬다. 저스트알의 김관영 대표(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되면 환경이 쾌적한 테마형 고급주택 단지가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마틴(미국)=이경은기자 div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