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떠오르는 펜션

뉴스
입력 2003.07.09 14:07 수정 2003.07.09 21:45

펜션, 분양받고 만세만 불러선 곤란

최근 토요휴무제와 레저문화 확산으로 가족단위 휴양객이 늘면서 호텔급 편의시설을 갖춘 펜션(고급민박)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남원읍 ‘파도마을’ 펜션 전경. /티붐닷컴 제공

직장인 김장배(41)씨는 요즘 펜션(pension)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펜션 붐이 한창이던 지난 2001년 8월 강원도에 있는 한 펜션을 분양받았다. 대지 면적 250평에 23평짜리 방 2칸이 딸린 주택으로 투자금액은 1억원. 김씨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위탁관리업체를 골라 그해 12월부터 펜션 운영에 들어간 뒤 매달 100만원씩 꼬박꼬박 임대수입을 통장으로 입금받고 있다.

김씨는 “자연환경이 좋고 주변에 관광지가 많아 가동률이 높다”면서 “아내와 함께 한 달에 2~3번씩 펜션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에게 펜션은 ‘세컨드하우스’(별장)이면서 재테크 효자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토요휴무제 및 여행·레저 문화 확산으로 2~3년 전부터 국내에 선보인 펜션이 최근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시장이 각종 규제로 투자매력을 상실한 반면, 펜션은 고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고 해마다 이용객도 크게 늘어나면서 틈새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팽창하는 펜션시장 =펜션은 유럽에서 은퇴한 생활자들이 민박을 운영하면서 노후를 보낸 것에서 유래됐다. 운영수익이 연금(年金)의 역할을 했던 것. 현재 유럽의 전체 숙박 능력 중 70%를 펜션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1980년대 펜션이 도입된 이래 1만2000여곳이 성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9년 제주도에 처음 도입된 이래 작년 말 현재 500여개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펜션 규모가 올해 3000여개, 2005년 5000여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 =펜션 공급이 늘면서 한편에서는 공급과잉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드림사이트코리아(www.homdex.com)에 따르면 전국에서 분양 중인 펜션은 모두 45개 단지, 1705개동(棟)으로 객실수는 6820실에 달한다. 이 가운데 평창에만 전체의 30%인 12개 단지 1924실이 분양되고 있으며, 이는 평창군의 콘도 총 객실수(1011실)를 웃도는 수치. 제주도 역시 90년대 말 이후 3000여실이 넘는 펜션이 집중 공급되면서 가동률이 40%대로 뚝 떨어졌다.

◆ 단지형·테마형 펜션 쏟아져 =최근 펜션시장에는 어린이·만화·동백꽃정원·수상스포츠 등을 테마로 하는 이색펜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주도 ‘카밀리아힐’은 200여종 이상의 동백꽃으로 5만평의 초대형 정원을 갖추고 있다. 청평 ‘스위스코티지’는 5000여평 부지에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 인라인스케이트장, 야외놀이공원 등을 설치했다. 용인의 ‘홀랜드파크’는 단지 내에 만화박물관을 만들어 주말마다 작가의 펜사인회, 만화캐릭터 배우기 등 체험이벤트를 연다. ‘오너스코리아’ 정훈록 사장은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독특한 테마를 갖춘 펜션이 아니면 점차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분양형 펜션을 구입할 경우, 땅값이 주변시세에 비해 비싸지 않은지, 시공사는 튼튼한지, 완공 후 투숙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펜션은 환금성이 약하기 때문에 자칫 고객 유치에 실패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 펜션, 투숙객 유치에 따라 수익률 좌우 =펜션 1개동을 짓기 위해선 토지나 건물 크기에 따라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3억~4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본인이 직접 땅을 구입해서 시공할 경우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주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펜션의 수익성은 입지와 테마에 따라 천차만별. 투숙객 유치가 잘될 경우 금리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지만 투숙객 유치에 실패할 경우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다. 투숙객 유치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다. ‘티붐닷컴’ 송성수 부사장은 “펜션은 입지와 함께 운영 노하우가 수익률을 좌우한다”며 “펜션공급이 늘고 있지만 분양만 하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투숙객 유치에 실패하는 단지들도 많다”고 말했다.
(류하룡기자 you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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