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뒷북행정" 주민들 분통
정부가 충청권 11개 시·군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한 7일, 현지
주민들은 “투기 열풍 때문에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한숨지었다. 꼭
땅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마저 거래 위축으로 피해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충남 연기군에 사는 박모(60·농업)씨는 “돈 많은 외지인들이야
장기적으로 땅을 갖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우리처럼 급하게 토지를
매각해야 할 농민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충청권 일부 땅값은 한 달 사이 최고
2배까지 급등했다.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 일대의 일부 농지는
작년 말 평당 5만~6만원에서 10만원으로 뜀박질했다. 또 청원군 오송
지역도 대선 직전에 비해 땅값이 20~30% 가량 상승했다. 공주시
신황금부동산 강완석 사장은 “서울에서 온 일부 투자자들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을 먼저 듣고 거래를 빨리
끝내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값이 폭등한 대전지역도 세입자와 집주인 간 명암이 엇갈렸다.
대전 지역 일부 아파트 가격이 불과 한 달 사이에 10~20% 이상 치솟았다.
대전 둔산지구 녹원아파트 23평형이 1억500만원에서 최근 2주 만에
1억2000만원으로, 크로바아파트 47평형은 3억25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각각 뛰었다. 둔산지구에 아파트를 소유한 한 회사원은
“서울 집값만 오르라는 법 있느냐. 대전 집값이 오르면 대전 시민이
부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 입주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전에서 4년째 살고 있는 주부 김미영(37)씨는 “2년 전 5000만원 하던
전세금이 최근 9500만원까지 뛰었다”며 “뒤늦게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오른 전셋값이 쉽게 떨어지겠느냐”고 말했다.
대전은 주택보급률이 97%에 달해 주택가격이 비교적 안정된 지역이었다.
그런 만큼 내집 마련에 무심했던 전세 입주자들은 최근 전세가 폭등을
놓고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한다.
충청과 대전 일대에는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에 대한 각종 루머도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 인근 계룡대에 있는 육·해·공군 본부
자리로 정부 종합청사가 이전해 오고 군시설은 과천 종합청사로 옮기는
방안이 확정됐다는 출처불명의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에는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며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충청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에 맺었던 주택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계룡대 ‘엄사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계룡대가 정부 청사
이전지로 거론되면서 집값이 치솟자 위약금을 물고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