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아파트 단지 500만~3000만원 내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 30평형대도 6억원이 넘는
고가(高價) 아파트가 밀집한 이 일대 중개업소는 지난주 말부터 고객들의
발길이 끊겨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선우공인중개사’
심성보 사장은 “정부의 양도세 중과세 대책이 나오자 이번 주에
계약하기로 했던 고객들의 취소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상당 기간 거래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으로 강남일대 아파트 가격의 호가(呼價)가 낮아지고 있다.
한때 호가가 7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던 대치동 우성아파트 31평은
6억8000만원, 7억원까지 올랐던 청실 35평은 6억6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 5억2000만~5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은마아파트 31평도
4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2단지도 최근
3000만~4000만원 정도 가격이 하락했다. 국세청도 매매계약서를 기준으로
20여개 주요 단지를 조사한 결과, 강남 일대 아파트 가격이
500만~3000만원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연말 이후 시장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모(55)씨는 “3명 중 2명의 대선후보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반대하는 만큼, 연말 대선
이후에는 정책이 바뀔 것”이라며 “경기도 침체하는데 정부가 계속
부동산 경기를 죽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10년째
갖고 있던 30평 집값이 올랐다고 우리를 투기꾼 취급할 수 있느냐”며
“위헌 소송이라도 제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강남 집값 급등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불만도 많았다.
성모(50)씨는 “강남의 집값이 오른 것은 투기꾼 때문이 아니라
학교·학원 등 교육여건과 문화시설이 좋기 때문”이라며 “연말
이사철이 되면 다시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가격이 추가적으로 떨어지면 저가에 매수를 하겠다는 대기수요도 많다.
‘에덴공인중개사’ 김치순사장은 “자녀 교육문제로 강남으로 이사를
오겠다는 사람들은 가격이 좀더 떨어지면 집을 사겠다는 입장”이며
“집주인들도 이런 점을 감안, 사정이 급하지 않으면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 약세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본격적인
하락조짐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4년간 쉼없이 치솟기만하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꼭지점 근처에
거의 도달했다”며 “정부대책에다 경기침체 우려도 확산되고 있어 상당
기간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 집값을 선도해온
재건축아파트도 안전진단강화 때문에 본격적으로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번 정부 대책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강남으로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며 “저금리로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는 만큼,
부동산시장은 언제든지 다시 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