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상투를 치고 하락기로 접어든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비수기(非需期)가 지나면 집값이 회복세를 보일 것인가.
집값 논란의 불길을 당긴 것은 최근의 전세값 약세 현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값 동향이 실수요자 움직임을 반영하는 척도이므로,
대체로 매매가 움직임을 미리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올해초 1주일에 1% 전후로 오르는 강세를 보인 후 4월 이후에도
꾸준히 0.1~0.2%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 9월말 이후 0.04~0.08%의
보합세로 전환됐다. 5대 신도시 전세값도 이 시기에 0~0.08%의 상승에
그쳤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과거 16년간의 통계를 볼 때 주택
전세가 상승폭이 매매가 상승폭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오면, 집값은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도 전세가 오름폭이 이미
매매가 오름폭을 밑도는 가운데, 최근 전세값이 약세로 꺾였으므로
매매가 하락기가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또 “주택 경기
이론으로 보더라도,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매매·전세가가 주춤거리는
최근 상황은 집값 하락의 전조(前兆)”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남구청이 개포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불가 판정을 내리는 등 재건축
승인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도 집값 약세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단지가 집값 강세를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 하락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아직은
다수다. 저금리와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폭이 클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 것은 전세값 약세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올해 들어 저금리와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많은 무주택자들이 ‘전셋집에 사느니 대출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자’고 나섰다”며 “이에 따라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값이
약세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에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주거형 오피스텔 입주가 대거 이루어진 것도 전셋집 공급량을 늘려 전세
시세를 낮추었다는 분석이다. 즉 과거에는 아파트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아가고 아파트 시장 외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등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또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전세값이 꾸준히
오름세만을 보이는 바람에, 최근의 약세에 시장이 놀라고 있다”며
“전례에 비추어볼 때 비수기의 전세값 약세는 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는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을
예고할 가능성이 큰 반면, 전세가 약세는 매매가 약세의 선행 지수로서
설명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 이사철에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인 후 내년
하반기까지는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올
겨울에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에 부담을 느낀 집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
전망이다.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수급 불균형과 저금리 때문에 집값 하락의
조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더
늘어나고 경기 전망도 좋지 않으므로 하반기 들어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세조사법/ 중개업소 거래가 조사
‘아파트 시세는 어떻게 조사하기에 같은 아파트 값도 차이가 나는
것일까?’
많은 주택 수요자들이 갖는 궁금증이다. 아파트 시세는 부동산뱅크,
부동산114, 유니에셋, 스피드뱅크 등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이 매주
자체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하지만 조사 방법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이므로,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팀장은 “실거래가 조사가 원칙이지만 중개업소가
아파트 부녀회의 압력때문에 집주인이 희망하는 호가(呼價) 위주로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가 많고, 또 중개업소마다 실거래가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확한 거래가를 파악하려면 계약서를 조사해야
하지만, 세금 문제 때문에 이에 응하는 중개업소는 거의 없는 실정.
건설교통부는 국민은행이 매주 80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250개 단지의
시세 변동을 조사한 자료를 참고한다. 최근 시세조사의 부정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건교부는 조사 중개업소를 140여개, 표본단지를
400여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