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차 동시분양 아파트 청약일인 4일 서울 강남구 국민은행 주택대치지점(구 주택은행 대치지점). 이른 아침부터 청약자가 몰려들면서 오후 2시쯤에 이미 청약 대기자 번호가 2000번을 넘어섰다. 지점은 청약자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에 은행에 온 사람들은 접수를 못할까봐 모델하우스에 “어떻게 하면 청약할 수 있느냐”는 전화까지 걸며 발을 동동 굴렀다. 대치지점 최범규 대리는 “80년대 말 분당 신도시 아파트 분양 이래 최대 청약 인파”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다른 국민은행 지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강남·도봉구 지역 지점은 하루 종일 청약자로 붐볐다. 이 때문에 일부 지점은 오후 4시30분으로 예정돼있던 청약 마감시간을 연장해 밤 늦게까지 접수를 받았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올 들어 최대 물량인 27개 단지 6538가구를 분양한 서울 11차 동시분양은 사상 최고 청약자 기록을 갱신했다. 11차의 청약자 수는 오후 10시 잠정 집계 결과 이미 10만명을 훨씬 초과해 이전까지 동시분양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10차 5만5600명의 2배를 넘어섰다. 역삼동 금호 베스트빌, 방배동 삼성 래미안 일부 평형은 400대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창동에서 2061가구를 분양하는 현대산업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일요일(2일) 하루에만 6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고,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1주일 전부터 간이천막을 친 ‘떴다방’(이동중개업자)만 300여명이 몰려들었다. 개포동 LG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에도 지난주 말부터 ‘떴다방’ 100여명이 진을 치고 있다. 떴다방 업자들은 “프리미엄을 후하게 쳐서 팔아 줄테니 당첨되면 연락달라”며 곳곳에서 모델하우스 관람객들에게 명함을 나눠줬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아파트분양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미분양이 쌓이던 부산지역도 전세난을 타고 최근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대림산업과 쌍용건설은 부산 화명동 택지개발지구에서 7.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롯데건설도 부산 전포동에서 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매매가와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내집 마련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뱅크 조사 결과 서울 지역은 올 들어 매매가가 10%, 전세금이 18% 올랐다. 또 대출금리가 6%대로 떨어져 큰 목돈 없이도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내년에 3월 이후 1순위(2년 이상 가입자)에 새로 진입하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200만명이 넘어서게 되자, 그 전에 청약통장을 사용하겠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더욱이 인기지역에 당첨만 되면 짭짤한 분양권 전매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부동산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올해 동시분양에 나왔던 서울 마포구 현석동 현대아파트 32평형은 6500만원, 삼성동 아이파크 73평형은 2억5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당첨자들의 절반 이상이 계약 전에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팔고 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을 노린 ‘묻지마 청약’도 극성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인기지역만 당첨되면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모델하우스도 보지 않고 청약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묻지마 청약으로 비인기층인 1·2층만 분양하는 아파트 경쟁률이 100대1이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면 프리미엄 거품이 일시에 꺼질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은 신중한 청약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뱅크’ 김우희 편집장은 “강남지역은 평당 분양가가 1300만원까지 치솟아 프리미엄이 크게 붙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