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IT클럽] 원죄에 시달리는 한국전자업계

뉴스
입력 2000.12.05 13:19

■ 데스크로부터


최근에 만나는 정보통신기업인들은 거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나 대기업용 이비즈니스 솔루션쪽 사람들입니다. 내년 이 맘 때쯤에도 계속 이 분야가 경제흐름의 중심에 서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정보통신분야의 유행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돌고 돌아서 결국 제 자리"라며 유행의 빠른 변화를 조롱하기도 합니다. B2B가 중요하기는 해도 경제 구조나 관행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결국 이상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미국의 솔루션 업체만 살찌우는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늘은 전자·반도체 업계를 담당하고 있는 김희섭기자의 취재기를 전합니다. /우병현 드림 penman@chosun.com



■ IT클럽: 원죄에 시달리는 한국 전자업계


▶ 2000/12/5

안녕하세요. 김희섭입니다.

1주일 전에 소프트웨어와 벤처 업계에서 전자·반도체 및 하드웨어로 담당 분야가 바뀌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이 주요 취재처입니다.

전자와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품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IT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체들은 10조~30조원의 매출과 수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벤처업계에서 몇억원만 수출해도 화제가 되는데, 대기업들은 기본 단위부터 달랐습니다. '탁' 치면 '억' 하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 과도한 부채에 신음하는 대기업들

하지만 회사 규모는 크지만 속사정을 알아보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제가 만나본 전자업계 사람들은 "요즘 회사가 너무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경영진들은 주요 사업부문을 외국에 팔거나 금융기관을 설득해 운영자금을 끌어오는 일이 제일 시급한 과제입니다.

실제로 이 분야를 맡은 뒤 첫 취재가 현대전자의 자구안 발표였고, 이후 LG전자의 외자 도입, LG산전의 보유주식 매각 등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도 당초 계획보다 반도체 부문 투자를 상당부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사가 그렇게 잘 되는데도 기업들이 왜 어려움을 겪을까요? 문제는 회사 부채 때문입니다. 무작정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끌어들여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만 열중한 후유증이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차츰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전자는 10월부터 향후 15개월간 6조3000억원을 갚아야 합니다. LG반도체 인수와 그룹 계열사 지원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현대전자가 독자생존하는 길은 더 이상 그룹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계열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내년 중 '현대전자'라는 이름마저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LG구조조정본부의 강유식 사장도 "기업의 규모를 우선시하던 관행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백화점식 운영은 지양하고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모두 정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빚 갚기 위해서 다시 빚을 내는 꼴

각 기업들이 자금 경색을 돌파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은 비슷합니다. 다시 돈을 빌리든지, 아니면 돈이 될만한 것은 모두 내다 팔려고 합니다. 현대전자는 자구안 발표에서 1조원의 '신디케이트 론'만 해결하면 1차적인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디케이트 론은 은행들이 공동 대출단을 구성해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한 곳이 위험을 모두 떠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은행에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LG전자도 5000억원의 '상환 우선주'를 발행해 필립스사가 인수하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상환 우선주란 증권시장에 유통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발행한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발행기업이 다시 되사는 주식입니다.

전문적인 경제용어가 등장하지만 결국은 금융기관이나 외국업체에서 돈을 꿔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말입니다.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현대전자의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도와줄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둬서 다들 어려움을 겪든지 모두 은행의 결정에 달렸다"고 호소했습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예 사업부문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현대전자는 LCD와 통신부문 매각을 검토중입니다. LG전자는 브라운관 사업을 떼내 필립스사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조건으로 11억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면 박수를 쳐야 할 일이지만, 그보다 당장의 자금사정 때문에 돈 되는 사업까지 다 팔아 넘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숱한 비난을 무릅쓰면서 데이콤을 인수하고 하나로통신의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한 LG는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없어 고민하는 분위기입니다. 하나로통신은 동기식 IMT-2000 사업을 신청, 비동기 방식에 사운을 건 LG에 딴죽을 걸었습니다.

주가가 너무 떨어져 되팔 수도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인수하지 않는 게 나았다"는 탄식까지 나옵니다. 데이콤도 만성 적자인 시외전화 사업에다 최근에는 파업사태까지 겹쳐 내우외환을 겪고 있습니다.

◆ 결단력과 책임감 있는 CEO에게 힘을 실어줘야

창투사나 엔젤에게 펀딩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는 닷컴기업은 자본금을 모두 소진하고 회사 문을 닫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어차피 고배당을 노리며 위험을 각오한 것이니 투자자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다릅니다. 은행의 부실 대출로 인한 손해는 '공적자금'이란 명목하에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된 뒤 종업원과 하청업체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 대기업의 흥망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삼성은 자동차에 그룹의 미래를 걸겠다고 하다가 최근엔 파산 신청을 냈습니다. 이들 기업이 공장을 세웠던 부산, 대구, 군산 등 지역경제는 파탄에 이를 지경입니다.

기업도 살고, 은행도 살고, 더이상 국민들이 고통당하지 않으려면 '오너'가 아닌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제일 중요합니다. 외국계 유명 CEO들을 인터뷰해 보면 "CEO가 변하지 않으면 회사가 변하지 않는다"고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CEO가 하고, 책임도 져야한다는 말입니다. /김희섭 드림 fireman@chosun.com



■ 공지사항


서강대 언론대학원 부설 방송아카데미가 국내 최초로 '디지털미디어 저널리스트'과정을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정보통신전문기자를 비롯, 미디어기획가·웹에디터·웹PD·웹캐스터 등 디지털미디어 저널리스트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을 제공하게 됩니다.

IT조선은 산학협동차원에서 디지털미디어 저널리즘과정에 강사와 실습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예비 언론인들의 도전을 기대합니다.

문의: www.saca.ac.kr 02-705-8614



화제의 뉴스

李대통령 분당아파트 29억에 팔리면 차익 25억…양도세는 1억대?
"1년 새 35% 증발" 갑자기 사라진 전세 매물 수수께끼
강남 재건축 갭투자 대박 이한주, 양평 농지도 신고…"투기 목적 아냐"
대통령發 강남3구 집값 하락…버블 붕괴 신호탄 될까
개포우성4차, 시공사 선정 재시동…'래미안 유력' 속 내홍 재점화

오늘의 땅집GO

대통령發 강남3구 집값 하락…버블 붕괴 신호탄 될까
파르나스·롯데·신라도 뛰어든다…특급호텔, 실버타운 진출 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