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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학부] 문배술이야기

뉴스
입력 2000.10.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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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0월 17일자 경제면 주요 예정기사

△ 주가 폭등: 코스닥시장은 8% 가량, 거래소는 5% 가량 급등
△ 경제특집: 올 가을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정보 총정리
△ 한국은행, 3분기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 발표
△ 미국 인터넷닷컴 사장-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대담
△ 오전 10시 국무회의,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이후 첫
국무회의를 소집, 향후 내치(內治) 중심의 국정 방향을 강조할 예정.
특히 경제를 중시하는 국정 운용 방안을 밝힐 듯.

■ 취재일기: 문배술이야기

□ 다음은 유통업계를 담당하는 박순욱 기자의 이메일입니다.

▶ 2000/10/16


안녕하십니까. '와인 이야기'의 박순욱 기자입니다.

'와인 이야기'를 읽고 매번 답장 메일을 보내주시는
회원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와인이 아닌 민속주인 문배술 얘기를 할까 합니다.


얼마 전 북한의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서울을 다녀간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내년 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당초 올해
안으로 서울을 방문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정말로 서울에 올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내년 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누구보다 학수고대하는
문배술양조원의 이기춘 사장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한달쯤 지났습니다만 8월 25일자 조선일보 경제면에서는 문배술을
만드는 문배술양조원측이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맞추어 북한
샘물로 빚은 문배술을 만든다는 얘기가 소개돼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문배술의 이기춘 사장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이미 1.8?의 평양 주암산
샘물을 모처를 통해 국내에 반입했다고 합니다.

이 사장은 조선호텔 커피숍에서 제게 이같은 애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문배술과 북한의 주암산 샘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실 회원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 우선 이 부분부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겠습니다.

지난 6월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 때입니다. 남북 정상이
만난 이튿날 저녁 만찬 때인 것 같습니다. 이날은 청와대측이 주최한
만찬으로 여기에는 남한에서 가져간 술들이 테이블마다 놓여져
있었습니다. 국산 와인 마주앙도 있었고 청와대측이 민속주로는
문배술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문배술은 워낙 도수(알콜 도수 40도)가 높은 술이라 웨이터가
따르지도 술병만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저도 사회면에 한번 기사를
썼지만 김 위원장은 '와인 매니아'로 불릴 정도로 그날 만찬장에서는
와인을 많이 마셨습니다. 김 국방위원장이 그런데 문배술을 보더니
김대중 대통령께 한마디했다고 합니다. "문배술은 주암산 물로
만들어야 제 맛"이라구요.

아마 제 생각으로는 김 대통령도 문배술의 뿌리를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기한 듯 문배술을 한 손에 들고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광경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TV에 생중계됐으니
문배술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린 셈입니다. 연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90년대 초 당시 연형묵 북한 총리가 서울에 왔을 때도 문배술 칭찬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문배술의 근원은 고려시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 시대에
신하들이 왕에게 다투어 좋은 술을 진상해 벼슬을 얻게 됐는데 그 중
한 가문의 술이 바로 문배술이었다고 합니다. 문배술을 진상한 가문은
양조비법을 비밀로 하고 문배술을 왕에게만 진상해왔으며 고려
중엽때 가서야 양조 비법이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물론 이기춘
사장이 자기 집안에 구전돼온 이야기를 전해준 만큼 신뢰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왕 얘기한 김에 믿거나 말거나 할 에피소드 하나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려 중엽의 시인 김황원이 대동강변 부벽루에서
'장성일면용용수 대야동두점점산(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긴 성 한 녘으로 도도히 흐르는 물, 동쪽 너른 벌판
도처에 산이로다)란 시구를 짓고는 끝내 그 다음 시구를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저도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들은 얘기입니다. 대동강이 훤히 보이는
부벽루에는 글깨나 짓는다는 문인들이 도처에서 몰려와 저마다
한시를 지어놓고 갔다고 합니다. 부벽루에 오른 김황원은 '선배들이
지은 시들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가 적힌 액자들을 모조리
떼어내고는 '장성일면용용수 대야동두점점산'으로 멋지게 자신의
시를 시작해놓고는 끝내 붓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부벽루에서
바라본 대동강변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당대 최고의 문필가가
'미완의 시'를 부벽루에 남기었겠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김황원의 이야기를 '문배술 버전'으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고려 중엽의 시인 김황원은 대동강변 부벽루에서 문배술로 흥을
돋우다가 '장성일면용용수 대야동두점점산'라고 첫 시구를 짓고는
한숨 돌리기 위해 옆에 앉은 기생에게 문배술을 따를 것을 명하고
붓을 멈추었는데 워낙 술맛이 좋은지라 동석한 시인, 화가들이 서로
다투어 마셔버려 문배술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이에 김황원은 "문배술이 없어 시흥이 사라졌다"며 붓을 꺾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전결구가 없는 영원한 미완성의
시로 남게 되었다는 게 문배술측의 해석입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할 얘기입니다.

이렇듯 유명한 문배술도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문배술
양조가인 이기춘 사장 집안이 6·25 사변 이후 남한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원래 평양 모란봉 옆 주암산 물로 빚던 문배술이 경기 김포
물로 만들게 됐습니다. 때문에 김 국방위원장이 '문배술은 원래 북한
술'이란 얘기를 김 대통령에게 한 것이지요.

아무튼 이 일이 있고 나서 이기춘 사장은 TV며 잡지에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원래 비수기인 6~8월에 올해는 김 위원장의 격려 발언
덕분으로 문배술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잘 팔렸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 사장이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에 오시면 큰절이라고 올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연으로 이 사장은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에 올 때는 주암산
샘물로 빚은 문배술을 대접해야겠다고 결심, 어렵게 정부의 승인을
받아 주암샘 샘물 1.8t을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텐더를 초청, 알콜도수 12도의 문배술 칵테일(일명 김정일
칵테일)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맞추어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 사장은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문배술 얘기를 나누는
TV장면을 담아 신문광고에까지 내려다 정부로부터 '상업적 목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애기를 듣고 그만두었다는 얘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 사장의 아이디어는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사장은
최근 정부로부터 북한접촉 승인까지 받아 북경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문배술 원료인 수수와 조를 수입하는 문제와 주암산 근처에 남북한
합작으로 문배술 제조회사를 설립하는 문제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김포 물이 아닌 주암산 물로 빚은 '진짜 문배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며칠 전 이 사장이 북경의 북한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 사장은 북한에서도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며 아는
체를 하더랍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번 추석에는 여느 때 명절보다
북한술을 포함한 민속주들이 선물로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朴淳旭드림 swpark@chosun.com

■ 알려드립니다: 제2회 조선일보 인터넷대상 평가단 모집

본사가 실시하는 제2회 조선일보 인터넷 대상과 관련해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평가단에 참여하시면, 인터넷 대상에 응모한 사이트들을
온라인상에서 평가를 하게 됩니다. IT클럽 회원이면 누구나 평가단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참여하신 회원들에게는 기념품을 드리고, 평가작업이 끝난 뒤 세 분을
추첨하여 내년 3월 독일에서 열리는 대규모 IT 전시회 '세빗'에 참관할
수 있는 자격을 드립니다.

IT클럽 회원은 event@chosun.com앞으로 이메일클럽 회원ID와
참여의사만 간단히 적어 보내시면 됩니다. 비회원은 인터넷대상
사이트(cia.chosun.com)에서 등록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많은 참여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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