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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학부]박상희의 몰락

뉴스
입력 2000.08.30 14:27

■ 조선일보 8월 30일자 경제면 주요 예정기사


△ 기획예산처, 99년도 기금운용 평가결과보고소 발표
기획예산처가 민간 평가단을 구성해 8개월 동안 62개 기금(운용규모
196조원)에 대한 운용실태를 최초로 평가한 것. 대부분의 기금이
전문성 미흡, 경영개선 인센티브 부재, 중복 수혜 등의 문제점
지적받음.
△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 회장직 사퇴발표
△ 중기청, 중소기업남북경협위원회 설치: 북한진출 중소기업에
투자금 20억원까지 지원
△ 통계청, 99년 운수업 통계조사 : 경기회복으로 택시·전세버스
이용자 증가, 시내버스 승객은 감소
△ 금감독원, 정년 퇴직자 등 노령층을 위한 '일시납 즉시지급'
연금상품 9월초부터 판매 허용: 퇴직금, 사업정리자금,
부동산매각자금 등 목돈을 생보사에 예치하고 즉시 또는 일정기간
거치한 후 정기적으로 매월 일정액을 노후생활연금으로 타는 제도
△ 한국은행, 7월중 국제수지 동향: 경상수지는 8.1억달러 흑자,
자본수지는 10.7억달러 유입초과



■ 취재일기: 박상희의 몰락

□ 다음은 전경련과 삼성·현대그룹, 중소업계를 담당하는 조중식
기자의 이메일입니다.

조중식 기자는 모럴해저드에 빠진 대표적인 부실기업주로 비판받고
있는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에 대한 인상기를 편지로
보내왔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조중식 기자입니다.

오늘은 본업을 소홀히 하면서 외도(外道)를 했던 한 유명
중소기업인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기협)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박 회장은 MBC 방송 프로그램인 '성공시대' 주인공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은행원으로 있다가
독립한 뒤 작은 철공소에서 출발해 미주실업, 미주건설, 미주제강,
미주금속 등 미주그룹을 이룬 박 회장의 성공담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성공담이 계속 이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아쉽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 회장은 9월28일 기협중앙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 지금까지 11월
초순 세계중소기업자대회를 마친 뒤 사퇴하겠다고 밝혀온 입장을
바꾼 것이지요. 그는 28일 저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미주실업과 미주제강 경영에서도 손을 뗄 의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은 간단하지만 29일자 조선일보 경제면에 실려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박 회장의 생각이 갑자기 바뀐 것일까요. 한 마디로 박
회장은 요즘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 지경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두 자초한 결과입니다. 일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건 박 회장이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기협중앙회
회장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 입당하면서부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시 박 회장은 기협 산하 조직 이사장 등 간부 300여명을 이끌고
함께 입당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민간 경제단체인 기협을
완전히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었으나 박
회장은 전혀 엉뚱한 주장을 했습니다. 그는 민간 경제단체를 정치
단체화시킨다는 야당과 여론의 비판에 대해 "중소기업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여당으로 들어가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여당 의원이 돼 입법활동을 하면서 중소기업계의
숙원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런데도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그는 "총선이 끝난 뒤 조만간
사퇴하겠다"고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땠습니까. 완전히
말이 바뀌었습니다. "11월에 세계중소기업자대회가 열리는데, 그
대회는 내가 유치한 것이다. 그 대회는 끝내놓고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내놓기 싫어했던 기협 중앙회장직은
두고두고 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소재가 됐고, 결국에는
사퇴선언을 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박 회장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사안이 또 하나 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는 박 회장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회원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받고 있는
재판입니다.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데, 재판 결과에 대해 박
회장은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가 검찰에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것은 지역 여론의 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박 회장 주변에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수사를 받을 시점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대표적인 TK
중소기업인을 새 정부가 죽이려한다"는 대구·경북 지역 정서가
있었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대구 달성 출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처지가 바뀌었습니다. 그가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대구·경북
경제인들 사이에서 박 회장을 'TK 오적(五賊)' 중의 한 명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혼자서 입당한 것도 아니고, 단체 간부들 300명을 이끌고 입당한 게
좋게 비쳐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박 회장 자신도 요즘의 대구·경북
지역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합니다. 'TK 정서'라는
게 실제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얼마나 힘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안 역시 박 회장이 자초한 일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과 기업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실태조사 결과도 박 회장을 바짝 죄여오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박 회장과 박 회장이
운영하는 미주실업 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의뢰했습니다. 기업인들에게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박 회장은 "워크아웃 기업 중에는 미주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은
우방과 고합도 있는데, 왜 나를 모럴해저드 기업주로 지목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이런 불만 이면에는
자신을 죄어오는 최근의 형국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을
겁니다.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박 회장에게 여러 차례 기협중앙회장직 사퇴를
촉구했다고 합니다. 박 회장은 그런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의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기협중앙회와 박 회장 사정에 밝은 한 관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가볍게 받아넘길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부터
금감원 조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등 최근 자신 주변을 죄어오는
형국이 대단한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같은 외부 상황뿐 아니라 기협 내부에서도 박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기협은 외국인 연수근로자들의 국내창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외국인연수생들이 들어오면서 내는 1인당
30만~50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기협이 맡아서 관리하고, 또 외국인
연수생을 중소기업에 배정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기협은 이런 업무
영역이 상당히 축소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고용허가제에 대한 반대의 소리가 높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면 외국인 노동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기협과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박 회장이 보인 모습은
중소기업계를 실망시키고 남았을 겁니다.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론으로 정한 고용허가제 추진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초 "270만 중소기업인들의 뜻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입당한다"던 박 회장의 민주당 입당의 변은 막상 중소기업계의
현안이 부각되고 나니 구두선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박 회장이 후임 기협 회장과 관련해서 취한 입장도 기협 내부에 있던
자신의 지지세력 상당수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기협
주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자신의 후임으로 모
조합이사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 회장을 후원해왔던
산하 조합 이사장들은 "회장직을 세습하려고 한다" "수렴청정하려는
것이냐" "박 회장을 지지하는 것과 후계자를 지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는 식의 불만을 터뜨리며 박 회장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박 회장이 여러 회장 후보들 가운데 조정자 역할만 하려 했다면
기협에 대한 영향력을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특정 후보에 대한 호오(好惡)을
나타내보임으로써 오히려 기협 산하 조합 이사장들의 60% 이상에
해당하던 '친(親)박상희' 그룹이 현격히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입니다.

박 회장을 둘러싼 이런 모든 정황은 불과 5개월 남짓한 사이에
일어난 것입니다. 5개월 전에는 '박상희 기치 아래 민주당으로'를
외칠 때 기협 산하의 조합 이사장 절반 가까이가 따라 나섰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고립무원인 상태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이같은
박 회장의 몰락은 민주당에 입당하기 훨씬 전에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철공소에서 미주금속과 같은 큰 회사를 일구어내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직의 '단맛'에 너무
도취됐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회사 경쟁력 제고에
신경을 쓰더라도 요즘 같은 치열한 국제경쟁 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해나가기가 수월치 않을 것입니다. 회사는 워크아웃 상태에
빠져있는데, 경제5단체장으로서의 활동에 더 신경을 썼다면 박
회장의 지금같은 처지는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한
귀결이었을 걸로 봅니다.

(조중식 드림 jsch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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