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확대경] 전세대란 속 “월세가 뜬다”

뉴스
입력 2000.08.15 18:21



## 전세값 폭등에 저금리 유지로 확산 추세…
부동산 임대시장 뿌리째 변화 바람 ##


서울 개포동 주공4단지 13평형에 살고 있는 회사원 M모씨. 98년 7월
현재의 아파트에 25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주고 입주한 그는 얼마 전
커다란 고민에 빠졌다. 전세 기간은 끝나가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당초 두배가 넘는 5500만원까지 치솟은 것.
새 집을 구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전세대란’이라는 시중의 말처럼
전세를 놓은 아파트는 씨가 마른 상태였다.

결국 그는 집 주인과 협상을 벌인 끝에야 간신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즉 오른 전세금 차액분 3000만원에 대해 월 1% 이율을 적용해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 30만원을 추가하는 선에서 재계약을 한
것이다.

올 가을 전세대란 우려 속에 부동산 임대시장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임대 양식인 전세 대신 월세가 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선진국 같은 월세 중심의 구조로 우리 부동산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전세론’과 ‘월세론’이 팽팽히
맞서 있기도 하다.

▲작년부터 월세 매물 급증 추세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아진 작년부터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급증할 것으로 점쳐온 것이 사실. 금리가 낮아지면 집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 선호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 당연한 시장
논리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월세 매물은
급증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입자가
월세 매물을 기피하고 전세를 찾는 추세였는데, 올 가을부터는
세입자들이 본격적으로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MF로 전세금이 폭락했던 98년 상반기 이후 입주한
세입자들이 올 가을에 대부분 전세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소형 아파트 전세 시세는 전세값이 가장 떨어졌던 98년 가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상태. 이런 경우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금 차액을
모두 올려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집을
줄이거나 외곽 지역으로 이사해야 하고, 그것도 싫으면 계약을
갱신해 오른 전세금 차액분을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

또 집 주인 입장에서도 전세를 새로 월세로 돌리려면 보증금 중
일부를 고스란히 돌려주어야 하는 등 부담이 컸지만, 기존 전세
세입자와 협상을 통해 월세로 돌리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도
쉽게 월세 수입을 추가할 수 있어 좋다. 다시 말해 집 주인과
세입자가 월세로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는
것이다.

98년에 줄었던 아파트 공급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내년과 내후년까지 봄가을로 겪는 전세대란은 불가피할 전망.
때문에 계속되는 전세대란 속에서 앞으로 월세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월세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즉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보증금 없이 사글세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저소득층형 월세’와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높은
월세를 감수하더라도 임차인이 월세를 얻는 ‘고급형 월세’ 두
가지다.

전통적으로 월세가 많은 지역은 빈민층이 많고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었다.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는 빈민들은 달동네나
다세대주택 반지하 등으로 월세를 얻고, 중산층 이상 거주 지역에는
월세보다는 전세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왔다. 대체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월세가 많았다.

하지만 IMF를 지나면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집값 상승 가능성이
낮아지자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임대 수익을 얻는 방향으로 사고가
전환되고 있으며, 수요 밀집 지역의 고급 월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요즘 아파트 월세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는 서울의 경우 외국인
밀집 지역인 용산구 동부이촌동과 이태원, 강남권의 주요 배후지인
수서ㆍ일원동, 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원구 상계동과 강서구
가양동을 들 수 있다.

▲임대료 한꺼번에 받는 ‘깔세’도

이중 월세에 익숙한 미국인이 많은 이태원에는 ‘깔세’라는 독특한
월세 방식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깔세’란 집주인과 외국인
세입자가 거주기간 및 월 임대료를 미리 정하고 그 기간만큼 계산해
입주 때 한꺼번에 임대료를 받는 방식.집 주인으로서는 한꺼번에
목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매달 월세를 받으러 다니는 번거로움도
없어 편리하다.

또 일본인이 많은 동부이촌동 30평형대 아파트는 월 250만원선에서
월세가 형성되고 있어 월세가 훌륭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부이촌동의 아파트값이 강남 지역을 추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남에서는 수서동 까치마을 진흥아파트가 대표적 월세형 아파트로
꼽힌다. 15~21평형의 소형 평형 아파트 월세비율이 90%에 이를
정도다. 월세도 높아 17평형이 전세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70만원으로,
매매가가 1억10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임대형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주공아파트 밀집 지역인 상계동은 특히 노원역에서 가까운
1~7단지와 10평형대에 월세가 많다. 상계 주공7단지 13평형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월세 아파트 밀집 지역 외에도 분당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도 올 들면서 월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세입자는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뿐 아니라 요즘에는 다가구주택도 월세로 나오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다가구주택 월세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는
공단 배후 도시인 안산과 학생 수요자가 많은 봉천동이 꼽힌다. 특히
대표적인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인 안산은 IMF 이후 시화ㆍ반월공단의
공장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임대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 지역 다가구주택은 최근 전세 매물을 찾아 도심에서
이주한 세입자가 늘어 일시적으로 전세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월세의 경우 전세와 임대차 관행도 약간
다른 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즉 전세는 새로 들어온 세입자가
자신이 필요하면 도배와 장판 교체를 직접 부담하는 게 관행이지만,
월세는 집 주인이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월세는 전세에 비해 집을 관리하는 부담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때문에 부실한 임대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월세를 놓으려 해도 유지
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그러면 최근에 월세가 확산되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부동산
임대시장 구조가 바뀌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중심으로 임대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월세론’과 전세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월세가
부수적인 보완장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월세론'을 주장하는 측은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굳이
전세금으로 자금을 융통할 필요가 없어지고 월세 물량이 증가할
것이며, 따라서 차츰 전세의 매력이 사라져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전세론자'는 지금처럼 소득 대비 집값이 높은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볼 때 월세가 외국보다 높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요즘의 월세시장 확대가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전세론의 근거로
꼽힌다. 그러나 어떤 쪽이든 월세가 임대시장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월세론’과 ‘전세론’의 팽팽한 대립을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월세를 놓고 싶어하는 임대인과 여전히 전세를 찾는 세입자 간의
힘 겨루기가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월세 물량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월세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선뜻
월세를 선택할 만큼 월세전환 이자율이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쓰이는 이율은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월세 수요가 많은 지역은 2%,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면 1.3% 정도의 이율이 통용되고 있다. 아직은 은행
금리보다 훨씬 비싼 셈. 하지만 과거 고금리 시기에는 2%가
일반적이던 월세 전환 이율도 IMF를 지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점차 하향하는 추세다. 또 임대차시장의 주도권을 집 주인이 쥐고
있었던 탓에 이율이 아직까지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면 서서히 은행 대출금리에 가깝게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이율 등 관련 제도 정비 필요

결국 앞으로 월세 전환 이율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변수이지만
금리 상황 등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서는 월세론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전세제도는 금리가 높고 공금융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던 시절 집을 담보로 금전을 빌리는 기능을 중심으로 발달된
제도이다.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던 70·80년대에는 주택 투기를
매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과거와 같은 고금리 대신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주택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유통시키는 MBS(주택저당채권제도) 등
새로운 부동산 금융기법이 도입되면 전세는 사금융 수단으로 그
의미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주택보급률 증가로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는 아예 제 기능 자체를 잃어갈 가능성도
높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월세가 공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현재와 같이 취득세ㆍ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비용이
6%에 가까운 상태에서는 사실 월세 전환 이자율이 공금리에
가깝게 떨어지기는 것은 어렵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 전환
이율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은 상태라면 월세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행이 당연한 대세로 받아들여지면서도
그 이행 과정이 지역별 편차를 보이며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월세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월세 전환 이율 외에 관련 제도도
정비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재 임대사업용으로 중소형 공동주택을
2가구 이상 취득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등록세를 감면해
주고 팔때는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고 있지만, 임대사업자 등록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해 임대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 임대 수요가 많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과감한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임대용 주택의 취득ㆍ보유 비용이 높으면 월세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취득ㆍ등록세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이 되고 있긴 하지만 부동산 투기의 가능성이 현저히 사라진
현실을 정부가 인식하고 부동산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책이 아쉽다.

곽창석ㆍ부동산컨설턴트(cskwak@drapt.com)








화제의 뉴스

신안산선 붕괴는 인재...포스코이앤씨 "안전관리 혁신" 공식 사과
평택고덕 대장 아파트, 3억 로또 줍줍 3가구 나온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7월 출범… 첨단 3지구 'AI·주거' 거점 가시화
'WBC 8강 신화' 야구 대표팀 상금 17억 잭팟? 세금으로 절반 뜯긴다
거품 빠지자 28명 우르르, '가양동 19평' 석 달 만에 1억 번 비결

오늘의 땅집GO

거품 빠지자 28명 우르르, '가양동 19평' 석 달 만에 1억 번 비결
청량리 초고층 아파트 유령 상가, 1100평 약국 등장에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