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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럽]장애인정보검색대회 취재기

뉴스
입력 2000.07.27 05:41

■ 데스크로부터


최근 언론마다 닷컴기업 위기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에 대한 반응이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혹
벤처기업에 대한 애정이 없는 보도 태도가 느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IT조선팀은 벤처기업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이나 무조건적인 예찬과 같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자
합니다.

오늘은 박내선 기자의 장애인 정보검색대회 취재기를
보내드립니다.





■ 장애인정보검색대회 취재기


안녕하세요? 박내선입니다.

오늘 저는 지난 금요일 한국종합전시관(COEX)에서 열린 '제2회
장애청소년 정보검색대회'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 대회는
SK텔레콤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자기
회사 행사 홍보하려는 걸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 대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대기업의 자선 행사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제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 만큼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모두 자신이 이 행사의 주인공이라 여기며 열심이었죠.
SK텔레콤이 장애인 정보화에 노력해온 자사 홍보비디오를
내보내자 곳곳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번 저는 IT클럽을 통해 게임쇼 E3에 참석차 미국에 갔을 때 기자
등록을 못해 고생한 이야기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자 등록을 안 한 대신, 기자석을 못 찾는 헤프닝이
있었습니다.

◆ 참석자의 눈높이에서 취재하다

이 날 행사에는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문용린
교육부장관, 박영식 정보통신윤리위원장, 조정남 SK텔레콤 사장,
안병훈 조선일보 부사장 등 각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해 대회 시작 전
1시간 가량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저는 앞쪽 한 귀퉁이에 있던
기자석을 못 찾아 기념식 내내 뒤편 장애인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둥그런 원탁이 곳곳마다 놓여져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가족, 지도교사가 함께 앉았습니다. 저는 그 중 안산의
정신지체학교인 선진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17살의
은성호, 18살의 김재선, 도영욱, 21살의 김민영 학생은 모두
나이보다 5살은 어려보였습니다.

지도교사인 조동민(35) 선생님은 "학교에 다른 특수 기능반은 여러
개 있지만, 컴퓨터반은 없다"며 "반드시 입상해 컴퓨터반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저 역시 편견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를 위해 한 달 간 매일
모의고사를 보며 준비해온 학생들과 선생님을 보며 제 생각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보통 사람에
비해 무언가를 익히고 응용하는데는 더뎠지만, 한 번 익힌 것을
반복하는데는 뛰어났습니다.

자폐아인 성호를 따라 온 어머니는 "아이가 문제를 푸는 것은 곧잘
하지만, 싫증을 잘 내 문제를 풀다 갑자기 컴퓨터를 꺼버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제도 모의고사를 보다 갑자기 답안지를
지워버려 난감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성호 어머니는 아이가
처음 나가는 대회에 잔뜩 기대를 하며 "제발 시험 보는 1시간 동안은
무사하길 바란다"며 초초해 했습니다.

◆ 모두가 승자

기념식이 끝난 후 저는 행사장 구석에 자리한 기자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석은 시험장 바로 옆에 위치해, 저는 시험 기간
중에도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시험은
청각·시각·지체부자유·정신지체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기자석은 청각 장애인들 옆에 있었습니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주미 한국대사관의 전화번호', '이 달의 문화인물' 등 10개의
문제를 한 시간 동안 풀었습니다. 제 옆의 청각 장애인들은 서로
수화를 해가며 검색 사이트를 뒤지고 회의를 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소감을 묻기 위해 저는 식사 중인 아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질문을 하면 수줍은 듯 뒤로 숨는 시각장애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저를 따르는 참석자 등 이 날 행사에서 저는
선입견을 뒤집어 놓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120개의 팀 중 대상을 받은 팀은 하나였지만, 모두가
'승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박내선 기자 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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