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泰俊 총리 사퇴와 후임총리 임명문제
안녕하십니까,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입니다.
오늘 朴泰俊 총리가 전격 사퇴했습니다. 자신의 부동산을 명의신탁
하면서 불거진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었지요.
박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후임 총리임명을 둘러싼 절차와
방법문제로 상당한 정치권의 공방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15대
국회는 거의 유명무실하고, 16대 국회가 개원되려면 아직
보름이상의 기간이 남아있는데다가, 6월5일 법정개원일에 맞춰
국회가 원구성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후임총리가 16대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받을 경우에는 여야가 16대
국회부터 시작하기로 한 인사청문회 규정을 적용 받게 됩니다.
최초로 인사청문특위의 청문회를 받는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당분간은 총리대행체제로 가겠지만
대통령이 후임총리를 임명해서 국회의 동의를 받기 전 까지는
서리로서 활동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98년 金鍾泌 총리가 거의 6개월간을 서리로서 직무를 수행한 적이
있지만, 헌법정신에 비쳐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특히 야당은 당시 김 총리서리에 대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내면서 공세를 취한 적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후임총리 임명을 둘러싼 절차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신임총리는 15대에서 16대 국회로 넘어가는 시점에 임명을 받게돼
임시국회 소집을 통한 국회본회의 임명동의는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서둘러 15대 국회에서 총리의
임명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오는 26일까지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해야 임기마지막날인 29일 국회가 소집됩니다.
그런데 시간도 촉박한데다 여야의 낙선자가 워낙 많아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를 채울 수 있을지 부터가 불분명합니다.
여기에다 15대 국회를 넘기게 되면 신임 총리는 16대 국회
임시개시일인 5월30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국회법에 의해
인사청문회라는 '암초'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런데 여야가 인사청문회 실시를 명문화하면서 인사청문특위에
관한 법률을 만들지 않아 16대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면 자동적으로
법안마련도 밀려 서리체제가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정부측도 6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무리하게 총리의 국회 임명동의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총리임명동의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대부분의 견해는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6월 중순 이후나 돼야 총리
임명동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리체제가 장기화될 경우엔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98년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김종필
총리서리체제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과 총리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한나라당은 "총리서리는
헌법이나 법률에 전혀 근거가 없는 제도로서 총리임명의
국회사전동의를 규정한 헌법 86조1항에 위배되므로 위헌결정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총리서리가 임명됐을 때 현 여권인
평민당 등 야당 측이 주장한 위헌논리를 그대로 제시했었습니다.
정부측은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한 통치권 행사로 합헌"이라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 청구는
국가기관만 낼 수 있으므로 국회의원들은 당사자자격이 없다"고
반박했었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소송을 낸 지 4개월만에 "총리서리 임명행위는
위헌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다룰 수 없다는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각하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인지
합헌인지 따지기가 어렵다고 결정한 것인데, 재판관 9명중 5명이
각하결정을, 그리고 3명은 위헌, 1명이 합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야당은 이를 두고, 사실상 위헌인지 합헌인지를 결정한 대법관의
수가 3대1이니까 사실상의 위헌결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야당도 서리체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해보입니다. 李富榮 총무는 "서리체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사실 여야
모두가 국회를 열 상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헌법에 규정된 사항까지 여야가
편의대로 해석하고, 현실상황을 들먹이며 준수하지 않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무리를 하더라도 법을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국회의원들의 1차적인 자세가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IT조선닷컴 최신정보 보기- http://www.itchosun.com]
[차병학 기자의 창업 홈페이지 보기- http://web1.itchosun.com/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