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
주택보급률이 높고, 월세 등 임차주택제도가 활발한 만큼 집값 상승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선진국 집값은 우리 생각과는 차이가 컸다. 네델란드
최대 도시 ‘암스테르담’. 20~30평형대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최소한 10%
가량, 심한 경우 30%나 가격이 올랐다. 한국인 회사의 네델란드 직원인
슈워드씨는 “홍보팸플릿의 사진만 보고 집을 살 정도”라고 말했다. 공인
감정기관이 매긴 아파트 값을 보고 현장방문도 생략한 채 ‘일단 사고
보자’는 사재기 조짐마저 있다 한다. 평균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노르웨이의 ‘오슬로’시도 최근 3~4년간 집값이 두배가 뛰었다.
스페인·벨기에·스웨덴 등 다른 유럽의 대도시들도 마찬가지. 우리보다는
물론 소득수준과 비교해 집값이 싼 편이지만 선진국 역시 집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경기 호황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고 개인 소득 증대로 너도나도
내집마련 대열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은 실업률이 3~4%대에 그칠
정도로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 사람들 역시 ‘내집 마련’을 ‘인생목표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하는 듯했다. 부동산이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재미난
현상. 수요가 몰리자 과감히 부동산 매수나 임대주택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70%선.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소위 ‘자가보유율’은
더 낮아 40%선에 그치고 있다. 경기회복과 구매력 증대에 따라 주택수요는
언제든지 발생할 것이고, 낮은 자가보유율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에서도 집값이 크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 스톡홀름(스웨덴)=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