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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생애] 제16부 대외개방전략 (72) -- <522>

뉴스
입력 1999.10.17 19:35


## 백악관 무도회의 이변 ##

존슨 대통령은 또 다시 "1개 사단을 보낼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하면
전쟁수행에 큰 도움이 되겠는데요…"라고 박정희대통령을 몰아세웠다.

박정희: "한국이 월남전에 병력을 증파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연구해보아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는
결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사진설명 :
무도회장에서 자리를 함께한 양국 정상과 부인들.


존슨: "우리는 한국에 필수적인 물건의 수입, 개발차관, 기술원조,
그리고 평화 목적의 식량지원에 대해서 돈을 대겠습니다. 한국에 대한
미국측의 인상이 지금처럼 좋았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로스토우
박사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경제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박정희: "주한미군의 철수에 대해서 워싱턴으로부터 아무런 말들이
나오지 않기를 정말 바랍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므로 우리가 월남을 돕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존슨: "한국의 안보는 충분한 병력과 예산으로써 보장될 것입니다.
아무리 적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 하더라도 반드시 각하와 사전에
의논한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도
월남을 원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월남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들로부터 7만에서 8만명 사이의 병력이 파견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브라운 대사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은 독일의 예를 따를까
합니다. 그러나 각하의 이번 방문기간중에 그 협상이 결론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정희: "이 협상은 너무 오래 끌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 특히
야당은 불만이 많습니다. 각하께서 빨리 결론을 내려라고 지시해주셨으면
합니다. 1967년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연도입니다.
우리는 곧 제2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계속적인 원조를 필요로 합니다."

존슨: "우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약 1000억달러의 대외원조를 했고
16만명의 장병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몇 나라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의회로부터 원조허가를 받아내기가 매우 어렵게 보입니다. 예컨대
수카르노가 미국공보원의 도서관들을 불태웠을 때 의회인사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원조를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려 했습니다. 한국이
월남을 지원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현명한 조치였습니다. 한국의
월남파병은 다른 나라에도 자극이 되어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이
월남지원에 동참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이 월남에 1개 사단을
증파해주시기를 거듭 희망하는 바입니다."

1965년 5월17일의 제1차 한미정상회담은 30분만에 끝났다. 존슨 대통령은
서재를 나오더니 박대통령을 안내하여 백악관의 장미정원을 거닐면서
환담했다. 존슨 대통령은 수행한 한국기자들을 불러들여 함께 산책하자고
권했다. 존슨은 애견 두 마리를 끌고나와 한 마리의 줄을 박대통령에게
주었다. 이 개는 박대통령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이었다. 박대통령을
몇 걸음을 질질 끌어보다가 안되겠다싶었는지 개의 두 앞다리를 들어올려
손으로 잡고 걸음마를 시켰다. 기자들이 소리내어 웃자 대통령과 개도
긴장이 풀렸는지 동행하게 되었다. 나중에 박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문공부 장관을 지내게 되는 김성진은 당시 동양통신 워싱턴 특파원으로서
현장에 있었다.

"존슨 대통령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박대통령을 즐겁게 해주려고
무척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월남에 전투사단을 파견하도록 박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다급한 입장에 있었던 존슨은 산책이 끝나자 대통령 일행을
안내하면서 백악관 내부를 돌아다녔고 자상한 설명을 겻들였습니다."

존슨은 어느 방에 놓여 있던 화첩을 들어 박대통령에게 한 장씩
펼쳐보이면서 말했다.

"우리 언론이 나를 어떻게 만들어놓았는지 한번 보십시오."

시사 만화가들이 존슨을 웃음거리로 만든 장면장면들을 본 박대통령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한국 기자들과 수행원들에게 "여기 좀 봐, 이렇게
그렸네"라고 했다. 김성진 당시 기자에 따르면 미국은 박대통령이 승마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두고는 존슨과 나란히 말을 타는 장면을 연출하려
계획했다고 한다. 이 계획은 청와대측에서 "우리 각하는 1년 전부터 승마를
그만두셨고 승마를 할 경우 너무 피곤해 하실 것 같다"고 해서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이날 저녁 백악관 연회실에선 존슨 대통령이 주최한 박대통령 환영
만찬이 있었다. 150명의 인사들이 초청되었다. 한국기자들은 만찬 이후에
있을 음악회와 무도회에 초대되었다. 야회복을 준비해오지 않았던 기자들은
옷 빌려주는 가게를 찾아가 한벌에 12달러씩 주고 옷을 빌렸다.

무도회가 시작되자 존슨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에게 다가가 춤을 추자고
했다. 당황한 육영수는 남편보다는 한 자(척)가 더 큰 존슨 대통령에
매달려 1분쯤 느린 월츠를 추었다. 존슨 대통령은 자기 부인을 박대통령에게
보내 춤을 추라고 시켰다. 춤을 출 줄 모르는 박정희는 이 프로포즈를
거절하는 결례를 범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박대통령은 피로하다면서
아내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가버렸다. 주빈이 갑자기 사라지니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밖에. 현관까지 박대통령 부부를 전송하고 돌아온 존슨 대통령은
썰렁해진 무도장의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딸 린다양을 불러 스케이팅 월츠를
추면서 손님들에게 동참을 권했다.

(*조갑제 출판국 부국장*)
(*이동욱 월간조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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