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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올해 인물…박세리-김대중-정주영 1-2-3위

뉴스
입력 1998.12.23 13:38



## "국가 홍보·위기 극복·집년과 수완"에 높은 점수 ##.

♧ 말 많고, 탈도 많았던 98년. IMF 원년에 우리 사회는 구석구
석이 변모를 거듭했고, 그에 따라 명멸한 인물들도 어느 때보다 많
았다. 급변하는 시대상이 '사람을 보는 시각'을 돌려놓아 급부상
한 인물도 많았고, 완전히 추락해버린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주간조선은 올 한 해 각 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98 올해
의 인물'을 선정했다. 선정 방법은 조선일보 기자 158명(설문 응답
분)를 대상으로 후보군 35명(오른쪽 참조) 가운데 순위별로 3인씩
지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씩 배점해, 가
능 최고점수는 474점(158명×3점)이었다. 후보군 35명은 주간조선
에서 임의로 선정했다.


◇ '올해의 인물' 후보 35명(가나다순)
강봉균 경제수석, 고흥주 미 연방정부 인권 담당 차관보, 구성
애 청소년성교육전문가, 김대중 대통령, 김우중 대우 회장, 김수환
추기경,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 김재형 '용의 눈물' PD, 김종필 총
리, 김종훈 유리시스템즈대표, 김훈 중위 부친 김척, 연세대생 박
대운, 박세리, 박태준 자민련 총재, 박찬호, 웨이터 서상록, 솔빛
별 가족, 사이버 가수 아담, 가산전자 오봉환 사장, 젓갈가게 주인
류양선, 유종근 전북지사, 영화감독 이광모, 마라톤선수 이봉주,
바둑기사 이창호, 이헌재 금감위원장, 장기철 대신증권 차장, 장하
성 고려대교수,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가수 조용필, 바둑기사 조
치훈,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새마을금고 직원 최금희, 야구선수 타
이론 우즈, 방송인 황수관, 그룹 H.O.T.

'98년의 인물'은 역시 '빅 3'로 모아졌다. 조선일보 기자단이
선정한 '98올해의 인물'에는 골프선수 박세리, 김대중 대통령, 정
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나란히 1, 2, 3위에 올랐다. 세계에 한국을
알린 인물(박세리), 경제 위기 극복 노력(김대중), 남북 협력의 민
간 가교건설(정주영) 등이 이유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야구선수 박찬호, '아우성' 강의로 이름을 떨친
구성애, 평생 선행의 삶을 살아온 노량진 수산시장 젓갈가게 주인
류양선, 재미 벤처 사업가인 유리시스템즈 대표 김종훈씨 등이 상
위에 올랐다.

LPGA 4승, 메이저 대회 2연승이라는 괄목할 성적으로 IMF에 찌
든 한국인들의 가슴에 그나마 위안을 안겨준 박세리는 압도적 우위
를 보였다. 박세리는 36명으로부터 1위(108점), 24명으로부터 2위
(48점), 역시 24명으로부터 3위(24점) 표를 얻어 총점 180점으로
종합 2위 김대중 대통령, 3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상당한 표차
로 따돌렸다.

박세리가 '올해의 인물' 1위에 오른 이유로는 '국가 홍보에 엄
청난 효과'를 가져온 '특급 외교관'이라는 점이 꼽혔다. 그는 '부
도난 한국의 이미지를 고양'했고, '골프에 무지한 사람도 그날 18
홀에 대해 얘기하게 만든' 것으로 평가받았다. IMF의 고통을 잠시
나마 아물게 해준 공로자라는 얘기도 나왔다.

2위 김대중 대통령은 1위 표 38명(114점), 2위 표 9명(18점),
3위 표 11명(11점), 총점 137점을 얻었다. 1위 표는 박세리보다 많
았다. 김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
려운 나라 살림을 맡아 위기상황을 넘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
고,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경제개혁에 앞장섰고 해외 세일즈에
도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5대 그룹 구조조정도 김 대
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 개혁, 대북 문제에 대해 부정적 단서를 다는 경우
도 적지 않았다.

3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얻은 총점은 113점. 1위 13명(39점),
2위 29명(58점), 3위 16명(16점)이었다. 이유는 소떼 방북이라는
비범한 발상과 금강산 관광 성사가 꼽혔다. '끝내 금강산 길을 뚫
은 집념과 사업가적 수완', '남북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는 평가들이 나왔다. '그를 보면 정말 고집센 거목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도 나왔다.

4위 박찬호도 그의 경기가 서울 광화문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될 때마다 관중이 구름떼처럼 운집했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
도 예견된 인물. 1위 표 10(30점), 2위 표 19(38점), 3위 표 11(11점)
등 총점 79점이었다.

1∼4위가 예견된 결과였다면 5위에 오른 '아우성' 강사 구성애
씨는 올 들어 갑자기 부상한 인물이다. 그는 유명세 뿐만아니라 사
회적 기여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 더 문
제됐던 청소년 성교육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공로'가 이유
였다. '그의 솔직함은 포장된 연예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것'
으로 평가받았고, '청소년을 위해 이 사람 만큼 애쓴 사람이 어디
있나'라는 얘기도 나왔다.

6위 류양선씨는 상위권에 오른 인물중 무명중의 무명. 서울 노
량진 수산시장에서 25년째 젓갈가게 '충남상회'를 경영하며 올린
수입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온 류씨의 얘기가 신문과 방송
을 통해 몇 차례 소개된 적은 있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다.

그 자신은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비누가 아까워 물세수만 하면
서도 10억원대의 땅을 대학에 기탁하는가 하면, 초등학교에 83년부
터 3억원 어치의 책을 보내고 대학생 수십명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런 사람이 진짜 베스트' '엉망
인 사회에 그래도 희망이있음을 보여준 분'등의 평가가 나왔다.1위
표 7(21점), 2위 표 9(18점), 3위 표 11(11점)등 총점 50점을 얻었
다.

7위 김종훈, 8위 이광모, 9위 고흥주씨는 모두 자기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훌륭한 한국인'들이다. 재미 벤처사업가
김종훈 유리시스템즈 대표는 음성·영상 전송장치를 개발, 올해 미
국 400대 거부에 포함된 인물. 38세인 김씨는 창업 5년만에 5억6천
만달러의 재산을 쌓았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평가받은 김
씨는 총점 43점을 얻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도쿄영화제 등 4개 국제 영화제에서 5
개상을 받은 감독 이광모씨는 임권택 감독 이후 한국 영화의 가능
성을 제시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점 37점.

한국인 이민 사상 미 연방정부의 최고위직(인권담당 차관보)에
오른 고흥주씨는 '무너지는 아시아적 가치의 와중에 돋보인 아시아
의 성공사례'라는 점이 평가받아 총점 32점으로 9위에 올랐다.

10위는 외환위기 극복에 추진력이 돋보인 김우중 대우 회장(31점)
이 차지했다. 이하 15위까지는 음지에 묻혀있던 군 의문사 문제를
끌어낸고 김훈 중위의 부친 김척(28점)씨,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27점), 휠체어를 타고 유럽 대륙을 횡단한 연
세대생 박대운(26점)씨,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평
가받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19점), 일본 바둑 대삼관 3연패의
바둑기사 조치훈(19점)씨 등이 올랐다. 장하성 교수는 '재벌에 맞
서는 시민의 힘', 박대운씨는 '장애는 부족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점이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올해의 인물' 조사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각계 유명 인사
보다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나거나 묵묵히 일하는 '전문인'들이 높
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구성애, 류양선, 김종훈, 이광모, 고
흥주, 김척, 장하성, 박대운씨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한 정치인, 정주영·김우중 회장을
제외한 재계 인사들은 아예 평가대상에 오르지 못하거나 올랐더라
도 높은평점을 얻지 못했다. 올해 가장 잘 나갔다는 그룹 'H.O.T.'
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성공한 전문인'들이 급부상한 것은 우리 경제의 거품이 몰락
하면서 전문가가 돈도 벌고 지위도 얻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징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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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했던 인물들
총풍… 세풍… 이회창 총재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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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가장 불운했던 인물'로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꼽혔다. 이 총재는 총풍, 세풍 등 외풍에 당 내분까지 계쳐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총재를 둘러산 98년의 외부 환경은 악화일로였다. 대선 패
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기를 노리던 이 총재는 지난 8월
총재 복귀 후 바로 다음날 세풍에 휘말렸다. 이어 총풍에 휘말렸고,
동생 이회성씨마저 세풍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외풍에 대한 대처 능력보다는, 야당 지도자로서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가장 불운했던 인물'로 선정된 주
된 이유였다. 8월 전당대회 총재 경선 출마주자 중 이 총재를 지지
하는 이는 김덕룡 부총재 뿐이다. 그나마 잠정적 지지다. 당내 주
요 중진중 김 부총재를 제외한 이한동 조순 이기택 등 대부분이 등
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우군이었던 김윤환계와도 이미 결
별했다. 당권 유지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다.

내각제 소용돌이가 예상되는 99년의 정치권에서 야당 총재로서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그의 정치생명을 결정 지을 것이라는 견
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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