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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생애] 제10부 혁명아의 24시 (2) -- (273)

뉴스
입력 1998.09.06 19:07

장도영 - 박정희 전화 .

## 장도영 - 박정희 전화 ##.

김재춘 6관구 참모장은 서종철 사령관이 반란군을 진압하라고 보낸
헌병중대가 나타나자 지휘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내에 제사공장이 있어요. 거기에 큰 창고가 있는데 거기 들어가
서 별명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도록 하시오. 반란군도 무장을 하고 있
어 충돌이 우려되니 일단 거기서 내 명령을 기다리시오.".
사진설명 :
장도영 총장(왼쪽)은 여러 번 직속부하였던 박정희(오른쪽)를 감싸주는 입장
에 있었으나 5·16은 이런 관계를 역전시킨다.

김재춘은 쿠데타 주체 장교들에게 카빈 한 정씩을 나누어주었다.그
는 영문도 모르고 비상소집되어 나온 비혁명파 장교들의 질문공세에
대해서도 적당히 둘러댔다. 얼마 뒤 수십 명의 헌병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조서용지, 수갑, 포승이 들려 있었다. 헌병들을 인
솔하고 온 것은 이광선 헌병차감이었다. 이 대령은 김재춘과는 육사5
기로서 동기인데다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6관구 사령부에 나가 있
는 장교들을 귀가시키고 불응하면 연행조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나온
이광선은 김재춘이 나타나자 대뜸 "야, 어떻게 된 거야?"라고 소리쳤
다.

이 순간 김재춘은 '상황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면 절대로 기가 죽어
선 안된다'고 몇 번이나 속으로 다짐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러했다.

"야, 너 아직 몰랐냐? 우리 혁명하는 거?"
"뭐라고? 우리는 널 체포하러 왔단 말이야.".

"누가 누굴 체포해? 잘못하면 네가 체포당하게 되어 있어."
"이봐. 잡으러 온 사람 보고 그런 농담하지 마. 자세히 이야기 좀
해봐.".

"잘 들어. 지휘관은 박정희 장군이시고, 해병대, 공수단, 그리고
육해공군 전체가 참여하고 있어. 임마, 잘못하면 너희들이 다 잡혀들
어가. 조금 전에 인천항에 함정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해군
이 함정을 보낸 건장성들을 죄다 잡아 실어버릴 계획이 있기 때문이
야.".

김재춘은 이왕 확인이 안될 말이니 거짓말을 해도 크게 하는 것이
친구를 위해서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재춘 6관구 사령부 참모장은
박정희가 나타날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혁명지휘소인 6관구 사
령부를 지켜내느라 임기응변을 다하고 있었다. 쿠데타 가담장교들을
조사하러 온 헌병차감 이광선 대령을 설득하여 그 예봉을 무디게 해
놓고 있는데 장도영 총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거기에 장교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하는데 뭘 해?"
"예.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사람들 뭘 하고 있어?"
"비상훈련을 감독하려고 육본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김 대령은 모르는 소리야. 무슨 놈의 훈련이 훈련이야. 그 사람들
꼼짝 못하게 붙들어 놓아요.".

이 말을 들은 김재춘은 무심코 "에이, 뭐 다 아시면서 그런 말씀이
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반란군과 진압군 장교들이 뒤범벅이
된 상황 속으로 박정희가 들어선 것이다. 김재춘의 기억에 따르면 박
정희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강하게 풍겼다고 한다. 박정희는 신당동 집
에서 나오기 전 김종필, 장태화, 이낙선과 함께 반주정도의 술을 마셨
다. 김재춘은 박 장군에게 그 때까지의 상황을 보고했다. 박정희는 자
신이 2년 전 사령관실로 썼던 사무실로 들어섰는데 그 곳은 부사령관
실로 쓰이고 있었다. 박 장군을 따라 혁명파, 비혁명파, 그리고 진압
군측 장교들까지 몰려 들었다. 시선은 박정희에게 집중되었다. 박정희
는 얼굴이 검붉게 상기되었다.

김재춘은 술기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정희는 피아가 뒤
섞인 수십 명의 장교들을 향해서 이런 요지의 연설을 했다는 것이 김
재춘의 기억이다.

"여러분, 우리는 4·19혁명 후 그래도 나라가 바로잡혀지기를 기다
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나라 꼴입니까.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장
관들이 호텔방을 잡고 돈보따리가 오고가는 이권운동, 엽관운동에 여
념이 없으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자유당 정권을 능가하는 부패와 무
능으로 나라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는 이 정권을 보다못해
우리는 목숨을 걸고 궐기한 것입니다. 동지들도 이제부터 구국 혁명의
대열에 서서 각자 맡은 임무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이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 중에는 6관구 방첩대(508부대) 정명환중
령도 끼여 있었다. 육사 8기출신인 그는 진압군측에 서야 할 입장이었
으나 박정희의 연설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 뒤 6사단장으로 있을 때
제2땅굴을 발견한 적도 있는 그는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박 장군은
그자리에서 '이번 혁명은 어떤 경우에도 무혈로 해야 한다'고 평화적
인 방법을 강조하던 것이 지금껏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연설이 끝나자 박정희는 이광선 헌병차감과 정명환 중령을 가까이
오게 하여 "혁명을 도와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정명환 중령은 "예,돕
겠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박정희는 장도영 장군이 자
기를 여러 번 찾았다는 말을 듣고는 전화를 연결해 줄 것을 지시했다.

정명환 중령이 다이얼을 돌렸다. 장도영과 박정희의 대화는 대강
이런 요지로 진행되었다.

"박 장군, 그 곳에는 뭐하러 가 있소. 오늘 예정되었던 야간훈련은
모두 취소시켰으니 집으로 돌아가시오."
"망해가는 이 나라를 구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미 행동을 개시했
습니다. 사전에 양해를 받지 못한 것은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여러 말 마시오. 이번에는 장면 정부에 대해서 경고하는 정도로
그치고 내일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미 부대는 출동을 개시했습니다.".

"부대의 출동은 내가 금지시켰어요. 박 장군, 취한 것 같은데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오."
"아무리 그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저 보고만 계십시오.".

박정희는 전화기를 꽝소리가 날 정도로 내려놓았다고 한다. 장도영
도 박정희의 이날 목소리엔 취기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장도영도
박정희의 이날 목소리엔 취기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날 옆에서
두사람의 대화를 들었던 장교들은 박정희가 흥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들린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술을 좋아하는 박정희가
불안감을 달래려고 술을 마셨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날 밤 그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 조갑제 출판국부국장 *) (* 이동욱 월간조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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