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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섹스 스캔들이 클린턴 인기 올린다"

뉴스
입력 1998.08.12 15:50



## 지지도 60∼65%로 올라…국민들 "대통령은 성직자 아니다" ##.

스캔들과 대통령의 인기는 어떤 관계일까. 대통령이 사회적 혼란 또
는 물의를 빚는 스캔들에 휘말린다면 지지도가 바닥을 치는 것은 물론,
그것으로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이런 통념을 뒷받침해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깝게는 작년 초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된 한보 사태 후 김
영삼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수행이 사실상 식물 상태에 빠지는 것을 목
격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스캔들이 발생하면
사그러들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스캔들이 조용해지면 덩달아 지지도도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는, 믿기 힘든 현상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설적 현상의 주인공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8월 6
일(현지시각)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참으로 악몽같은 날이었다. 흔히 세
간에 클린턴의 섹스 파트너로 알려졌던 전 백악관 인턴 여직원 모니카
르윈스키(25)가 처음으로 연방대배심에서, 클린턴과의 성관계 등을 인
정하는 증언을했던 것이다. 이날을 앞두고 미국 TV 뉴스의 70-80% 가량
이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 초점을 맞추며, 르윈스키의 증언 내용을 점
치느라 분주했다. 클린턴의 정액이 묻은 드레스 운운하는 보도들로 저
녁 뉴스 시간이 후끈 달궈졌을 정도다.

당시 분위기대로라면 클린턴은 '바깥 세상 공포증'에라도 걸릴 법했
다. 미국의 모든 언론들이 평소의 권위(?)도 잊은 채 황색 저널리즘을
놓고 슈퍼마켓 타블로이드 신문들과 경쟁하고 있었으니 웬만한 강심장
이 아니고선 바깥 나들이는 생각도 못할 지경이었다. 물론 클린턴은 오
히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지만, 어딜가든 기자들로부터 "정액
감정에 응할 것이냐"는 등등의 질문에 시달렸다. 누가 봐도 거의 정상
적인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특히 르윈스키의 증
언이 있었던 6일은 거의 절정에 달했다.

이쯤되면 클린턴의 인기는 바닥 쯤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8월
7일 발표된 미 CBS방송의 여론조사는 이런 상식의 허를 찌르고 있었
다.이번 섹스 스캔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무려 51%
의 사람이 '클린턴의 정적들'에 있다고 한 반면, '클린턴 본인'이라고
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클린턴의 지지도는 평상시는 55∼60%, 스
캔들로 위기가 고조되면 60∼65%로 치솟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확인되고 있다.

또 클린턴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관대한 편이다. 미국의
비영리-독립 공공 정책 건의 단체인 퓨(PEW)가 발표한 8월 4일 조사 결
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만일 클린턴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르윈
스키와의 성관계에 대해 처음에 거짓말을 했다'고 해명한다면, 그냥 받
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런 반응이 75%에 이른것
도있었다.

이같은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과 여론조사 지지도 간의 상관관계가
처음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월.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막 터
진 직후였다. 물론 96년 대통령 선거 때도 부동산 투자 의혹사건인 화
이트워터 등 온갖 의혹 사건이 줄을 이었지만, 클린턴의 인기는 높았고,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는 특별한 매력을 주지 못하는
상대 후보인 공화당의 밥 돌에 대한 반사 이익 또는 극우주의로 묘사된
공화당에 대한 반감 등으로 해석됐다.

그러다 지난 1월 섹스 스캔들 이후 클린턴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자,
대부분의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드디어 그 원인에 주목하기 시작
한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상당수 인사들이 이런 여론조사를 놓고, 아직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쯤으로 간과하면서,
결국 미국민들이 클린턴의 '죄'가 드러나면 등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하
곤했다.

이런 전망이 크게 잘못된 것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지난 7월말
섹스스캔들이 재점화된 이후의 여론조사들이다. 7월28일 르윈스키가 그
간의 '중립적 침묵'을 깨고, 특별검사와 손을 잡은 후 클린턴이 궁지에
몰리자 다시 지지도가 오르는 것은 물론, '클린턴을 용서하겠다'라는
여론이 과반수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여론조사는 이제 나름대로 일관성과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
되고 있다. 첫째, 클린턴의 인기는 60%를 전후한 탄탄한 기반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미국내 유권자들은 민주 40, 공화 40, 무소속 20%
로 크게 분류되곤 한다. 등록 유권자는 민주당쪽이 훨씬 많지만 실제
투표율은 공화당쪽이 우세하기 때문에 비슷한 비율로 구분하고 그밖의
독립성향의 표를 20%정도로 보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클린턴은 독립성
향의표, 바꿔말하면 중도주의를 내건 클린턴이 어차피 자신과 가까워지
기 힘든 우파 성향의 인사들을 빼고는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
다. 이는 놀라운 발전이다. 클린턴은 92년과 96년 선거 때 모두 50% 득
표에 실패한 인물인데, 오히려 스캔들을 거치면서 그 지지폭을 넓혀가
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중요한 것은 클린턴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그에 대한 신뢰
도 또는 믿음과는 무관한다는 사실이다. 퓨센터 조사에서도 70%의 응답
자가 클린턴이 성관계를 가졌는데, 이를 거짓말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고 대답했다. 어차피 클린턴에게 높은 도덕성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또
대통령직에 거는 도덕적 기대치 자체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미국 선거 때마다 이야기되는 "성직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무척 설득력을 갖는 듯
하다.

셋째, 스캔들의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적게는 5%, 많게는 10% 가량
반등하는 그에 대한 지지도는, 역설적으로 미국민이 정치권에 주려고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민들은 현재 스캔들을
구실로 한 대통령 교체같은 상황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
된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배경으로는 역시 금세기 최고라는 평가까지
받을 만큼 경제적 번영과 태평성대를 구가중인 현 미국 상황과 무관치
않다.

클린턴이 온갖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숱
한 해석과 이론이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경제 번영이 으뜸가는
이유로 꼽히기도 하고, 또 중도주의를 표방한 클린턴의 대중적 기반,정
치권에 대한 미국민들의 낮은 도덕적 기대 수준 등등이 이유로 지적되
기도한다.

이 중 어느 한가지 틀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어 보
인다. 클린턴이라는 인물이 갖는 개인적 호소력도 무시할 수 없다. 클
린턴은 미국인구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의 대표주자
이고, 세대적 일치감을 느끼는 이들 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
다. 또 미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주요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클린턴 진영의 탁월한 여론 조성·조작
이다.웬만한 선거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클린턴 진영의 여론 장
악기법은 뛰어나다. 섹스 스캔들에서 클린턴은 오히려 피해자처럼 보이
고, 특별검사쪽이 '국민의 세금을 4천만 달러나 낭비하면서 그저 남의
사생활이나 캐는 추잡한 세력' 쯤으로 묘사되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라
고 밖에 할 수 없다.물론 케네스 스타 검사 본인이 다른 어느 특별검사
보다도 파당적인 인물인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클린턴의 인기는 갈수록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단 한번도 제대로 융
합한 적이 없는 클린턴과 소수 여당인 민주당이 스캔들 이후 오히려 단
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고, 공화당이 탄핵 문제가 임
박해지자 오히려 주춤거리는 것 또한 클린턴의 높은 인기를 의식하고
있기때문이다. '클린턴 패주기'를 업으로 삼았던 사람들조차 요즘은 르
윈스키 문제가 대통령 탄핵에 이를 만큼 심각한 것인가를 반문하고 있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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