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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능 D-100…수험생들 백일주로 "파이팅"

뉴스
입력 1998.08.12 15:49




## 합격 위해 '백일 반지' 맞추고 '여학생 방석 도둑'도 ##.

다들 8월 10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전국 고3
수험생들에게만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지난해엔 8월 11
일이 그랬다.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8월 10일은 수능시험을 1백일 앞둔 날. 이날 오후 서울 신촌
과 대학로, 홍대앞 거리는 고3 수험생들로 가득했다. 이른바 '백
일주'를 마시며 '수능 D-100일'을 '자축'하기 위해 모여든 학생
들이었다. 게다가 백일주를 '두번째' 마시는 재수생들까지 합세
해, 이날 대학가와 학원가 술집에서는 "화이팅!"을 외치며 잔을
부딪치는 10대 후반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수능 D-100일'에 백일주를 마시는 것은 이미 정착된 '수험생
문화'다. 언제부터 이런 풍습이 생겨났는지는 정확지 않다. 90년
대 들어 점차 번져, 요즘에 와서 '일반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고3들은 이날만큼은 술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

1등부터 꼴찌까지, '범생이(모범생)'부터 '날라리'까지 이날은
똑같다. 써클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선후배가 함께 모여 마시고,
그렇지 않으면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마신다. 마시는 장소도
호프집부터 록카페, 독서실 옥상, 동네 공원 등 천차만별이다.부
모가 'D-100'을 기념해 저녁을 사주면서 맥주를 권하는 일도 생
겨났다.

"왕따(친구가 없어 따돌림받는 아이)들 빼고는 다 백일주 마
실걸요. 선생님들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실 정도니까요.".

자기반 반장을 맡고 있는 김신욱(18·고3)군 말이다. 김군은
"대학교 2학년인 형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 2잔을 마셨다"
면서 "백일주는 이날부터 1백일 남았다는 일종의 '선 긋기 의식'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1학년인 이동은(18)양도 "수능
1백일전은 고3들이 한참 지쳐있는 한 여름"이라면서 "특별한 의
미 없이 그냥 '1백일' 핑계로 술을 마시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것"
이라고 했다.

물론 '얼마나 마시느냐'의 차이는 있다. 가끔 백일주가 지나
쳐 술에 취한 10대들이 행패를 부리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류는 극소수인 데다가, 'D-100일'이 지나면, '99일주', '88일
주', '77일주'가 이어지고 수능시험 11일 전엔 '1땡주'를 마실
정도로 입시와는 '담을 쌓은' 아이들이다.

서울 반포고 윤웅섭(41)교사는 "입시 중압감에 시달리는 아이
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다양해 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면서 "무조건 못하게 막아 반발심을 키우기 보다는 건전하고 긍
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학생들은 'D-100일'에 반지를 맞춰 서로 선물하기도 한다. 3
년간 같은 반에 있었던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반지에 각자 이름
과 '합격'같은 문구를 써넣는다. 학교 차원에서 '백일 반지'를
맞춰 3학년학생 전원에 나눠주는 여고도 있다 한다. 이화여고 3
학년 권현지(18)양도 지난 8월 10일 친언니로부터 은반지를 선물
받았다.

"가족끼리 모여 저녁을 같이 먹고 반지를 선물받았어요. 반지
를 볼 때마다 가족들의 기대를 떠올리며 더 열심히 공부하게되죠.".

여의도고 2학년 강지원(17)군도 8월 10일 친구 여러 명이 돈
을 모아 친한 선배들에게 반지를 선물했다. "내년엔 후배들이 나
에게 반지를 선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밖에 쌀알에 이름이나 글자를 새겨넣어 만든 '쌀 목걸이'나,
원하는 글자를 새겨넣을 수 있는 열쇠고리도 고3생들에게 '백일
선물'로 인기다. 포크(잘 찍으라는 뜻), 휴지(잘 풀어라), 거울
(잘 봐라)도 이때부터 선물용품리스트에 오른다.

'백일주'나 '백일 반지'가 일종의 '통과의례'라면, 'D-100일'
을 전후해 갖가지 '미신'들도 이어진다. 이런 '미신'이나 '징크
스'는 여학교에서 특히 활발히 만들어진다.

이맘 때쯤 고3 교실 앞에는 'D-○○일'이라고 쓰인 달력이 걸
린다. 그 달력 숫자와 자신의 반 번호가 일치하는 학생이 그 달
력을 찢어보관한다. 'D-50일'에는 50번 학생이 그 달력을 찢어
갖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학생이 달력을 한 장씩 갖게 된
다. 그런 다음 그 달력 종이 뒷면을 연습장으로 이용해 빼곡히
채운 다음, 불에 태워 없애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것. 이 달
력 종이를 수능 당일날 시험장에 가져가, 뒷면에 자신의 답안을
적어와도 '재수가 좋다'는 얘기도 있다.

올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티커 사진도 한몫 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시내 곳곳에서는 교복을 입은 고3생들이 'D-100일
기념 스티커 사진'을 찍느라고 야단이었다. 스티커 사진 중에는
원하는 글귀를 써넣을 수 있는 기계도 있어, '필승', '할 수 있
어' 따위 글자를 새기는 학생들이 많았다. '1118400'이란 숫자를
써넣기도 한다. '11월 18일(수능시험일) 4백점 만점'이란 뜻이다.

고3들은 'D-100일'부터는 가방이나 필통, 신발을 새로 사지
않는다. 쓰던것을 그대로 써야만 운이 좋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실로 만든 팔찌를 'D-100일' 기념으로 사서 팔목에 찬 뒤, 잘 때
나 목욕할때도 빼지 않고 시험장까지 차고 가야 한다는 '설'도
있다.

이화여고 3학년생들 사이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학교 본관에서 운동장쪽으로 가는 두 갈래길 중에 계단이 있는
길이 더 빠르지만, 학생들은 빙 둘러가는 길을 더 좋아한다. "이
유는 잘 모르겠지만, 계단 있는 길은 '재수길'이라고 불러요.'재
수 없다'는 뜻인지, 그 길로 가면 재수를 하게 된다는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 학교 3학년 신지선(18)양의 말이다.

이 학교 본관은 7층 건물. 학생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지만, 3년동안 선생님들한테 '안 걸리고' 엘리베이터로 1∼7층
사이를 7번 타는 데 성공하면 대학에 붙는다는 '믿을 수 없는'
속설도 있다. 또 3학년들은 교문옆에 붙은 쪽문으로 다니지 않고,
승용차가 다니는 큰 문으로만 다닌다. 조미영(18)양은 "대학 문
처럼 들어가기 힘든 문으로 다니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 학교 개교기념일 전날 밤 촛불예배에 3년 내내 참석
해 촛불을 한번도 꺼뜨리지 않으면 대학에 붙는다는 얘기도 떠돈
다. 이쯤 되면 거의 '여고 괴담' 수준이다.

남녀공학에서는 이맘 때쯤 여학생들 방석이 수시로 없어진다.

"고3 여학생이 앉아 공부하던 방석을 깔고 앉아 공부하면 붙는다"
는 말에 혹한 남학생들이 몰래 방석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 때
문에 여학생들 중에는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자신이 쓰던 방석을
'D-100일'기념으로 선물하는 일도 생겨났다.

얼마전 PC통신 하이텔 토론장에는 '수능 D-100일 세태'에 대
한 토론장이 열렸다. 대부분 고3이거나 고교를 갓 졸업한 토론
참가자들은 "입시 스트레스에서 하루 벗어나려는 것", "그래도
학생이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ID가 '하얀다솜'인 대학 1년생은 "작년 D-100일에 써클 선배
들과 대학교 잔디밭에서 소주를 마셨는데, 답답한 마음이 풀리면
서 공부하고픈 마음이 들었다"면서 "술 마시고 행패부리는 학생
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ID가 'jncw'인 토론자
는 "시험이 끝나기 전에 긴장을 풀면 회복하는 데 애를 먹는다"
면서 "백일주니 뭐니 하면서 미신 같은 이야기를 할 바에야 더욱
긴장하고 공부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교사들도 아이들의 이런 문화를 '권장'할 수는 없지만, 무작
정 뜯어 말릴수만도 없다는 반응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놀이 문화'가 없는 게 큰 원인입니다.

한순간 먹고 놀고 떠드는 것을 격려와 축하로 잘못 알고 있는 것
이지요.".

서울 인창고 윤상태 교사는 "사회와 학교가 다른 방법으로 이
들에게 '수험생 통과의례'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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