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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회창총재] "새 정치세력이 `당의 중심'돼야"

뉴스
입력 1998.06.10 14:31



## 빠른 시일내 전당대회 개최 제의…"신당 창당설은 사실 무근" ##.

대선 이후 당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나 있던 한나라당 이회창 명
예총재가 지방선거가 끝나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명예총
재는 지난 6월7일 여의도 당사 명예총재실에서 주간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 "우리 당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전
했지만,수도권과 중부권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빠
른 시일 내 '당의 중심'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의 진로와 관련, "지역구도, 3김 정치를 넘어서기위한
새 정치세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당권 도전에 나설 생각임을
명백히했다.

이 명예총재는 조만간 이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제기할 생각임을 밝혔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당내 이탈세력이 생기는 과정에서 지도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때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해 멀지 않은 시기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이 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김대중 대통령 귀국일(14일)
을 전후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명예총재는 정
가에 떠도는 신당 창당설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먼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부터 해주십시오. 조순 총재는 '어
려운 여건 속에서 선전했다'고 했는데요.

"선전은 했으나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수
도권과 중부권에서 많이 당선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역시
지역주의 틀 안에서 치러졌는데 정치가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
여주지 못했고, 우리 당도 이런 모습을 국민들에 주지 못했습니다.".

--여당은 '압승'이라고 주장하며 정계 개편을 강력하게 추진하
려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국민이 정계 개편을 승인한 것으로 여권은 보
는 모양인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
는데,이는 국민들이 새 정권의 정치를 신통치 않게 생각하는 증거라
고 봅니다. 또 투표율 저조는 우리 당을 포함,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생각입니까.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춘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합니다. YS는 3당 합당을 통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
력이 공존하는 권력을 만들어냈습니다. DJ는 정통 민주화 세력의 정
권입니다. DJ는 단지 정권 교체에 머무르지 않고 그동안의 항거 세
력, 소수 세력을 주류 세력으로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그 민
주화 세력이라는 것이 우리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정립된 것인 만큼,
새롭게 바뀌는 시대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합리적·
정상적 사고에 의해 변화에 대응하고 발전을 이루는 세력, 사회선진
화 세력이 주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이 그 중심에 서
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뜻이 맞으면 누구와도 연대할 것".

--과거에도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었고, 대개는 실
패했습니다만….

"과거의 그런 움직임은 대체로 3김의 세력권에 들어가버렸거나,
기존 세력의 기반 위에서 움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또 그런 움직
임이 민주화 세력 내부의 분화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
나 제가 말하는 선진화세력은 과거 민주화 세력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저는 민주화 세력을 미래지향적으로 뛰어넘으려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세력인지요.

"그건 정치를 해나가면서 귀납적으로 인식될 성질의 사안입니다.".

--뜻이 맞는다면 외부 세력과도 연대할 생각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정치적 지향점과 이데올로기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하는 게 정당입니다. 국민과 미래에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다면 누
구와도 연대할 것입니다.".

--한나라당도 지역주의에 근거한 소보스들의 정당 아닌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이 활력을 되찾고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주의 보스들의 중심없는 당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것입니다. 이에 대해 당에 이견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당의 중심'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언제쯤 가시화되어야 한다
고 보십니까.

"빠를수록 좋지만 정계 개편 상황과 맞물려 있어서…. 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실 것입니까.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책임론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당
의 결속이 우선입니다. 그렇지만 이탈이 생기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
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때는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조기에 전당대회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보십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좀 쓰세요.".

(이와 관련, 이 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김대중 대통령의 귀국일
(14일)을 전후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통해 이 명예총재가 생각하는
정치, 세력, 조기 전당대회 요구 등에 대해 상세히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기가 그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계 개편이 공론화되고 있습니다만.

"정계 개편이 당연한 것으로 말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낍니다.
경제 부문에서도 시장경제 원리, 자율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더군다나 정치의 장에서 대통령이 개입해 판을 바꿔놓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극히 비민주적입니다. 뒤에서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내놓
고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영남권과의 연대를 하
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역감정이 해소 된다고 보십니까. 지역감정을 전
제로 하고연대하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것도 3김 정치의 연장선상
에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당내 이탈이 점쳐지고 있는데요.

"그런 정치적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
내에서 정도를 걸을 것입니다.".

--일부에선 신당 창당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것은 고려할 사항이 아닙니다."(한 측근은 이에 대해 "못박
아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최대의 후원자였던 김윤환 고문과 요즘
사이가 벌어졌다고들 합니다.

"후원자라…. 동지라고 표현해야 맞겠지요. 그런 얘기는 말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괜히 그러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와도 소원하지 않
습니다.".

## "DJ 정치, 큰 방향은 맞으나 과정이 문제" ##.

-- 지난 6월5일로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1백일을 넘어섰습니다.어
떻게 평가하십니까.

"경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방향을 신속히 잡아나가는 것은 높이
평가합니다. 금융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력, 노사정을 통한 노동계 포용 등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
각합니다. 다만 풀어가는 과정, 집행하는 과정이 국민들을 안심시키
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퇴출대상 기
업에 5대 기업을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는데, 그렇게 하라 마라 할 사
안이 아닙니다. 객관적 기준에 맞으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고 아니
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 인위적 선정이 국민을 불안하게하는 것입
니다.".

-- 호남 편중 인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호남이 차별을 받아온게 사실이니까 어느 정도 중용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주변 인사에 특혜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김대중 대통령입장에서는 좀더 세심하게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비호남권이 반발하고 그게 지난번 4개 지역 보선 등의 결과로
나타난 것 아닙니까.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 명예총재는 현재의 정치 구도를 '3김 정치의 연장', 자신이 추
구하는 새 정치를 '3김 정치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정치'로 차별화
시킴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야당의 중심 인물, 장기적으로는 또한번의
대권도전에 나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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