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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24시] "올 9월이면 나도 아버지 돼요"

뉴스
입력 1998.05.13 14:12



## 컨디션 조절 위해 술 자제…일본음식은 아직 '서먹' ##.

주니치 드래건스의 이종범(28)에게는 여러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한
국 프로야구 사상 야수로서는 최초의 해외 진출, 매 경기에 출전하는
유일한 '에브리데이 플레이어'. 일본에 건너온 지 4개월여만에 '나고야
의 폭풍', '바람의 아들'이라 불리며 선풍을 몰고 온 한국의 '야구 천
재'.

그는 땀과 피가 알알이 맺힌 고된 훈련의 시간을 지나 팬들의 환호
와 열기가 폭발하는 스타디움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리고 원
정 경기의 홀로 쓰는 호텔방에서 그날의 경기를 되새기며 적막감을 즐
기기도 한다. 또 신혼 중인 부인과 때로는 자신을 30년 뒷바라지해준
어머니가 있는 나고야의 집에서 '가정의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이종범은 젊다. 아직 20대다. 그러나 그의 세계는 매일 승부와 선택
으로 연결돼 있다. 때릴 것인가, 말 것인가. 볼이냐, 스트라이크냐. 2
구째 뛸 것인가, 3구째 뛸 것인가. 바로 자신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선
택한 인생의 목표인 야구가 그의 생활인 때문이다.

이종범의 하루는 취침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일반인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프로야구 시즌 중 대부분 경기가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에 끝
나기 때문. 집이나 호텔에 돌아와 씻고, 식사하고, TV의 프로야구 뉴스
나 신문을 읽고, 가족이나 친지와 전화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어느새 새벽 1시를 넘긴다.

● 컨디션 유지 위해선 '밥보다 잠'
이종범의 취침 시간은 대체로 일정하다. 다음날 경기가 낮경기여서
일찍 일어나야 되는 날에도 오랜 습관이 배인 탓인지 고작 한두시간 일
찍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낮경기의 컨디션 맞추기가 힘들다.

기상 시간은 야간 경기의 경우 보통 오전 11시경. 그때 일어나서 씻
고 식사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선수 전체 미팅, 그리고 훈련장으로
출발한다.

보통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주간 경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오전
7시30분쯤 일어나 호시노 감독이 강조하는 아침 산책과 아침 식사를 해
야한다. 그래서 이종범이나 선동열의 경우 낮경기에는 잠을 설친 탓에
얼굴이 부수수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훈련. 경기는 오후 6시나 6시20분에 시작한다.

경기가 끝나야만 이종범의 '야구 일과', 즉 비즈니스가 끝난다. 미
팅에서 훈련,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산하면 약 8시간. 일반 샐러리맨들
이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일하는 셈이다.

주간 경기의 경우 이런 일이 있다.

원정 때 아침 식사 티켓을 반드시 제시해야 해 누가 아침 식사를 걸
렀는지 체크되는 곳이 두군데 있는데 도쿄와 히로시마다. 이종범은 좋
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밥이냐, 잠이냐'를 택하라면 당연히 잠을
택한다. 그래서 아침밥을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만 불시 점검으로
당사자의 티켓이 없으면 주의 내지 벌금형을 부과받는다.

이 때문에 통역인 최인호씨가 꾀를 내 다른 선수에게 식사를 더 시
키라고 티켓을 주거나 같은 숙소에 묵는 일본 기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하라며 선물하기도 한다.

사람은 일만 하고는 못산다. 즐겁게 놀기도 해야 생활의 윤기도 돌
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 그러나 얼굴이 알려진 '스
타' 이종범은 갈 곳이 드물다. 한국 같으면 못 찾아갈 곳이 없지만 말
이 잘통하지 않는데다 팬들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일본에서는 더욱 그
렇다.

휴일날, 단골 휴식처는 바로 빠찡꼬다. 지난 2월의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때나 휴일이면 늘상 들러 몇 시간씩 놀고 온다. 큰 돈을 들이지 않
고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진다.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지만 연발이 당첨될 때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 빠찡고-노래방에서 스트레스 풀어
이종범은 아직까지 일본의 요리집이나 술집보다 한국 음식, 한국 술
집을 좋아한다. 첫째 술 마실 친구나 기회가 없고, 둘째 워낙 훈련 강
도가 높고 시간이 길다 보니 체력 저하를 우려해 한국보다 술 마시는
횟수나 주량이 크게 줄었지만 안 마시고는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

또 원정을 나오면 가끔 한국 음식점에 가서 얼큰한 김치찌게나 곱
창전골, 담백한 설렁탕에 밥을 두그릇 정도 쓱싹 비워야 '뭔가 먹는 것'
같다.

나고야의 한국 술집 몇군데서 이종범의 노래 솜씨와 '에어로빅 댄
스'는 유명하다. 놀 때는 매너를 지키는 한도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신나게 놀아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게 이종범의 스타일이다. 그러
나 최근에는 노는 것도 자제한다. 여름철이 닥쳐 체력을 비축하기 위
한 이유도 있지만 작년 11월 결혼한 부인 정장민씨가 홀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신 6개월, 오는 9월이 산달인 '하니문 베이비'다.

이종범은 "내가 20대에 결혼할 지도 몰랐는데, 벌써 아기 아빠가
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뻐요"라고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덧붙여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야구와 가정 모두를 최고로 꾸려가야죠"
라고 다짐한다.

그래서 나고야에 있을 때면 부인 정씨를 위한 서비스 데이를 갖는
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여러가지 얘기도 들려주고 고기가 먹고 싶다
면 고기, 냉면이 먹고 싶다면 냉면 등으로 외식을 한다.

9월이면 아기도 태어나고 페넌트 레이스도 종반에 접어든다. 가정
에 새 식구가 생긴다는 기쁨에다 자신의 목표인 3할 타율과 50 도루도
노리고 있다. 게다가 팀도 센트럴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기쁨 세배'
가 될 것인데….

일본 진출 첫해, 98년 이종범의 삶은 이렇게 하루하루 수놓아져가
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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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재테크
금리 한국에 매달 5천만원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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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데는 돈이 든다. 물가도 비싼 일본에서 이종범은 얼마
나 쓸까. 또 수입과 지출의 관리, 환율 차이에 따라 일본에서 벌어 한
국으로 송금하면 10배 가까이 튀는 엔화의 재테크는 어떻게 할까.

이종범의 올해 연봉은 8천만엔(약 8억원). 한국에서보다 7배나 넘
게 뛰었다. 이미 작년 12월 계약금 5천만엔(약 5억원)은 일시불로 받
았다. 8천만엔을 선수 활동기간이 아닌 12월과 1월을 빼고 10개월간에
걸쳐 나눠주는데 일본에서 세금은 20% 이상 원천 징수된다.

이종범은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월급의 대부분인 5백만엔(약 5천만
원) 이상을 송금한다.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알아서 좋은 종목에 투자
해 놓는다.

그러면 생활은 어떻게 할까. '알뜰 전략'에 다름이 아니다. 집세나
각종 세금, 그리고 식료품비가 지출의 대부분이지만 사실 원정을 떠나
면 먹고 자는 것은 구단에서 다 지불한다. 야구용품도 계약을 맺은 일
본 미즈노사와 한국 넥스트스포츠에서 모두 제공해준다. 나고야에 있
을 때는 택시 티켓을 무제한 공급받으니 교통비도 들지 않는다.

밑반찬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 김귀남씨
가 바리바리 싸온다. 이렇게 살다 보면 한달 50만엔 정도의 생활비면
충분하다. 문제는 자신의 용돈인데 버는 방법이 따로 있다. 바로 경기
마다 주어지는 인센티브 보너스이다.

일본 프로야구에는 첫 도루면 5천엔(약 5만원), 첫 득점이면 5천엔
하는 식으로 작은 상금을 주는 인센티브가 많다. 1번 타자에다 성적도
좋은 이종범이기에 매 경기마다 이런 상금들을 따내면 금방 몇 만엔이
된다. 팀 승율이 5할 이상일 경우만 주어지는 호시노 감독의 감독상도
짭짤하다.

시즌 시작 이후 주니치가 계속 5할을 웃돌고 있고 이종범은 팀내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어 지난 4월 한달만 수십만엔의
감독상을 받았다. 팽팽한 경기의 결승타를 때렸을 때 가장 많이 받은
것은 15만엔(약 1백50만원)이나 됐다.

그래서 4월 한달에만 이런저런 인센티브 명목으로 받은 상금이 약
60만엔(약 6백만원)이나 됐으니 용돈은 자체 조달이 충분하다. 때로는
무리한 주루나 일본 야구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 플레이로 5만엔, 10
만엔의 벌금을 물기도 하지만….

이제 나이 만 스물여덟. 10년간 일본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한다
면 한국에서는 꿈도 못꿀 '천문학적' 거액을 벌어들이게 된다. 한국의
'야구 재벌'은 일본 나고야에서 서서히 움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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