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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권 어디로] 어른없는 집서 `도토리 키재기'?

뉴스 주용중
입력 1998.02.04 21:06



## 국민회의·자민련 정계 개편 본격화돼야 윤곽 잡힐 듯 ##.

작년 11월 구신한국당과 구민주당이 통합할 때 이회창명예총재와 조
순총재가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정하자, 당 일각에서는 "무슨 당명이
그래, 당나라 당이라고 해라"는 말들이 나왔었다.

요즘 한나라당이 꼭 당나라당 꼴이다. 뭐든지 당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갈팡질팡이다. 당 지도체제 구성 방안을 둘러싸고 작년 말부
터 옥신각신했으나 아직 3월 전당대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경선은
이번에 도입할것인지 조차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지구당 조직책
단일화 작업도 구신 한국당과 구민주당 출신이 각각 5명씩으로 조직강
화특위를 구성, 1월말까지 7차례 회의를 했으나 10개 지구당 조직책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해 구신한국당 출신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함으로
써 결렬됐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단체장 후보 선정 방식도 오리무
중이어서 당사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한마디로 원내 1백63석으로 차체는 엄청나게 큰데, 추진 동력은 '딸
딸이차' 수준이다. 부릉부릉 소리만 요란하고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당권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배주주는
없고 그만그만한 대주주들만 가득하다. 90년 3당합당 때의 민정계는
TK와 경기를 각각 발판으로 하는 김윤환고문과 이한동대표계로 갈라져
있다. 민주계는 김덕룡의원계와 PK민주계로 양분된다. 더구나 PK민주
계는 서석재의원의 국민신당행 이후 신상우·박관용·강삼재의원 등이
저마다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회창명예총재의 직계 부대들도 수
도권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퍼져 있고, 조순총재도 강원지역과
일부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세확장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기
택 전민주당총재도 민주당 출신 지구당위원장 40여명을 아우르고 있는
만만치 않은 주주다. 작년 경선 때 이수성고문을 지지했던 의원들은
서청원의원을 중심으로 곧 계보 모임을 형성할 태세다. 여기에 홍성우
변호사와 이철 전 의원 등 신정연그룹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나
라당엔 4선 이상이 29명이나 된다. 특정한 세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더
라도 독불장군인 이들이 많다. 이들은 "각 계파 중진들의 '실력'이 언
제 검증된 적이 있냐. 내가 나서면…"이라고 동상이몽이다.

초선들도 "선수가 전부냐"라며 초선 대표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10개 안팎의 중·대 계보들이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를 맞
이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계보들의 이념과 노
선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 내각제파와 대통령제파, 서
로 다른 지역색 등으로 다양하게 갈려 있다.

이같은 당내 상황은 조순총재·이한동대표의 현 지도체제를 무력화
시키고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조·체제는 현상유지를 시도했으나,
두례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난타를 당한 경선을 통한 새 도체제 확립이
대세를 이룬 상태다. 그러나 경선을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도
입할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경선을 하든, 하지 않든 각 파의 연대를 통하지 않고
는 주류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느 계파도 독자적으로 당권을
쟁취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에서 신합종연횡이 부산하게 모색되고 있
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회창명예총재 조순총재 이한동대표 김윤환고문
김덕룡의원 이기택 전 민주당총재는 그동안 비공식적인 물밑 접촉을
알게 모르게 자주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 새로운 짝짓기의 결과는 드
러나지 않고 있다. 당 상황이 불안정한데다,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합당의 주역인 이회창명
예총재와 조순총재의 관계다. 두 사람은 정치신인끼리 의기투합했지만
최근에는 서로 미묘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총재는 지난번 당규개정 때 명예총재의 역할을 부여하는 규정을
실무선에서 마련한 것을 박박 지웠고, 이회창명예총재가 총재를 경선
할 경우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 일각에서 불거지자, 명예총재의
역할규정을 신설하겠다고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 명예총재도 3월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선이 실시될 경우 나올 것이냐는 잇따른 질문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긍정, 부정도 않고 있다. 만일 이 명
예총재가 나선다면, 한나라당은 일대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당권
투쟁이 가열될 것이 확실하다. 그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현재로서
는 점치기 어렵다. 극단적으로는 당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명예총재가 계속 '은거'할 경우에 한나라당은 최소한 지
방선거전까지는 과도체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조순총재와 이 명
예총재를 간판으로 하고, 각 계파 보스들이 짝짓기를 통해 신주류를
형성, 당을 끌어가는 방식이다. 다만 부총재단을 경선을 통해 선출할
경우에는 다수 득표자에게 탄력이 붙을 것이고, 경선을 하지 않을 경
우에는 이한동대표만 대표 자리를 잃을 뿐, 현재와 별 다른 차이가 없
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지방선거전에는 당권에 관한 분명한 해결이 나기는 어
려운 게 한나라당의 처지다. 물론 이같은 한나라당의 사정이 정치사적
으로 볼 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 정당정치
를 관통해온 1인지배 구조를 탈피, 당내 민주주의를 활착시키면서 새
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도 상존해 있다. 하지만 구성원의
상당수가 권위주의적인 여당체질이 몸에 밴 인사들이어서 그같은 변모
가 쉽지만은 않다.

결국 한나라당의 당권은 내적 변수가 아니라 외적변수에 의해 변화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정계개편 시도가 본격화될 경
우 한나라당내에서 일부 계파가 떠나고, 여기에 맞서 새로운 지도체제
가 들어서면서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신여권과의 권력투
쟁의 마당이 형성돼야 비로소 당내 전선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
나 그에 앞서 당권이 형성돼야 신여권의 흔들기에 효율적으로 대응,거
대당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당권 형성은 이율배반적
인 성격을 띠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당권형성 이전에 신여권의 흡수력
에 말려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야당실험'은 곧 새로운 당권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의 실
험이고, 그 결과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여당실험과 맞물려 올해 정치
구도를 가름할 변수가 될 것이다. (주용중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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