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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권 실세들] "일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사람 우선"

뉴스
입력 1998.01.14 21:25




## 책임감·경제 마인드 있는 인사도 중시 ##.

국제통화기금(IMF) 문제 해법 마련하랴, 대통령직인수위 챙기랴, 정
부조직개편심의위 챙기랴,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한 외국의 방한 인사 접
촉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김 당선자가 바쁜 또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다. 초읽기에 들어간 청
와대 비서실의 '수석' 인선과 함께 안기부장 감사원장 등 '빅3', 내각
인선 등 사람 고르는 작업이다.

이와 관련, 지금 관가와 정가에서는 김대중 정권에서 누가 '떠오르
는 별'이 될 것인가를 놓고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김 당선자가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렇다. "지역·계층적 차
별을 일체 하지 않겠다. 또 능력 위주로 발탁하겠다." 측근 인사들은
이에대해 "될 수 있는 대로 '과거'를 따지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가
장 우선시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렇다고 과거 경력
을 전혀 고려치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 정서상 눈에 띄는 '하자'
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보좌해왔던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김 당선자의 사람
고르는 취향은 몇가지 특징이 뚜렷하다. 으뜸은 '맡겨진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반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너무 많이 나거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화자찬에 나
서는 '떠벌이형'을 제일 싫어 하는 스타일이다. 또 어느 분야에 상관없
이 가급적 '경제 마인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기준을 놓고볼 때 그가 누구를 발탁할 것인가에 대한 어느 정
도의 교통 정리가 가능하다. 현재 김 당선자는 자신이 누구를 낙점했는
지에 대해 보안상 핵심 측근들에게도 암시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잘 알
기 어렵다. 다만 주요 포스트의 경우 사전에 언론에 흘려 검증을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김 당선자 주변에서 새로운 이름이 흘러나왔을 경
우 한번쯤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뚜껑이 열리기 시작한 청와대 비서실의 경우 김중권 비서실장,
박지원 대변인은 이미 확정, 발표된 상태이다.

김 비서실장은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내정했었다. 그러나
언론에 미리 흘려 스크린하는 과정에서 '입당한 지 20여일밖에 안된
사람을…'이라는 등의 비판과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나오자 며칠 후 대
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종찬 부총재로 하고, 대신 '당선자 비서실장'으
로 인선 발표됐다. 김대중 정권의 공직 인사 1호로 발표된 셈이다.

김 비서실장은 대선이 한참 때인 지난해 11월 입당했다. 'YS 신당
지원설'로 인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급부상할 때였다. 김 당선자
로부터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잘 알겠습니다"고 응답해
김당선자의 심중에 깊이 새겨졌다. 특히 그가 6공 때 청와대 정무수석
을 지낸데다 경북 울진이 선거구라서 자신의 개인적 입지만을 놓고 본
다면 '최악의 선택'을 서슴지 않고 해준 점이 호평을 받았다. 청와대
유경험자인데다 지역 화합 카드이고, 또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 등이
어우러진 포석이다.

두번째 공직 낙점자로 발표된 박 대변인은 'DJ 사람들' 중 청와대
행이 일찍부터 점쳐졌던 인사이다.

다음 청와대 수석 중 김 당선자의 기대가 커 '왕 수석'으로 꼽히는
정책기획수석에는 서너명의 교수 출신이 하마평에 오른다. 나종일 경
희대교수(정치학), 한상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김태동 성균관대 교
수(경제학)등이다. 나 교수는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의 행정실장을 맡
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봐야 할 듯하다. 그간 오랫동안 김 당선자의
기획분야 '자문역'을 해온데다 인수위 행정실장으로서 모든 분야를 총
괄하는 역을 맡긴다는 것은 그를 중책에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
다. 더구나 김 당선자는 지난15대 총선 때 그를 전국구로 원내 진출시
키려다 무산된 '빚'도 있다. 한 교수, 김 교수 등도 김 당선자가 매우
신뢰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에 또는 다음 인선 때 언제든지 중용될
수 있는 범주에 올라 있는 듯하다.

정무수석은 일단 '정치인'이 거론된다. 다만 현역 의원일 경우 금
배지를 반납해야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김 당선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역 의원은 여의도를 지키게 한다는 원칙이어서 일단 '원외 정치인'
이 점쳐진다. 거론 인물은 두명 정도로 압축된다. 문희상, 김정길 전
의원등이다. 문 전 의원은 의정부 출신으로서 김 당선자의 총재비서실
장을 지냈다. 또 당내에서 '연청'이라는 청년조직의 회장도 오래 역임
했다. 김 전 의원도 김당선자가 매우 신뢰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노무현 전 의원과 함께 3당 통합 때 YS를 따라가지 않고 있다가
92년대선 때 '김대중 사단'에 들어온 사람이다. 부산 출신인데도 불구,
김중권 비서실장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황에서 김 당선자를 도운 인
물군에 속한다. 두 사람 중 누가 정무수석에 낙점되더라도 다른 한 사
람도 중용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경제수석에는 두 사람 정도의 이름
이 나오고 있다. 유종근 전북지사와 김기환 해외순회 대사 등이다. 유
지사는 83년 김 당선자의 미국 망명 때부터 오랜 동안 DJ의 해외통이
었다. 미국 럿거스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데다 11년 동안 미국 뉴저지
주지사를 지냈고, 이번 IMF 사태 극복 때 방한한 립튼 미 재무차관과
김 당선자를 잇는 파이프 라인역을 해왔다. 김 순회대사는 대선 전 정
부가 미국에 파견한 '경제 특사'였다. 그러나 그는 대선 결과가 나온
뒤 미국에서 순발력 있게 대응해 '한국 지원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
도록 김 당선자에게 연결했다. 이 모든 업무 처리를 김 당선자의 '사
인'을 받아서 하고, 또 사후 보고도 충실히 해 김 당선자가 IMF 사태
를 실수 없이 처리케 하는 데 적지 않게 일조했다.

행정수석에는 대선 전 입당해 현재 인수위의 정책분과위원인 신건
전 법무차관, 최수병 총재경제특보 등이 거명된다. 두 사람 모두 언제
든지 중책에 기용될 '중용 리스트' 멤버들이다. 외교안보수석에는 통
일원차관 출신의 임동원 아·태재단 사무총장이 단일 카드로 거론된다.

경호실장에는 군 출신 인사 기용이 확실시 된다. 한때 민주화 시절
부터 20여년 동안 주변을 그림자처럼 지켜온 김옥두 의원도 거론됐으
나 '측근 배제' 원칙에 따라 대선 때 입당한 군장성 출신 10여명 중
한명이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은 구체적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징후가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다만핵심 포스트의 경우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먼저 안기부장.

현재까지 후보로 거명된 인사는 군장성 출신인 임복진 천용택 의원,조
승형 헌법재판관, 임동원 아·태재단 사무총장, 한광옥 부총재, 배순
훈 대우전자 회장등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당선자는 현역 의원을
안기부장에 기용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원내 문제의 중요성을 누구보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광옥 부총재의 경우 DJP 연대 협상을 성
사시킨 당사자로서 당내 인물 중 김 당선자의 신임도 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그에게는 당선자가 IMF 체제 극복 이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부조직 개편 문제의 중책이 맡겨져 있다. 핵심
인사들은 이를 한 부총재가 첫 조각 때의안기부장 후보군에서는 제외
됐다는 신호로 풀이한다. 그럼에도 그는 정부든 당이든 지방선거에서
든, 또 언제든지 크게 쓰여질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렇게 놓고볼 때 조승형 재판관, 임동원 사무총장, 배순훈대우전자 회
장 등이 남는다. 배 회장의 경우 안기부의 해외 경제 정보 수집이라는
새역할 때문에 거명됐다. 그러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
다.

나머지 두 사람 중 조 재판관은 92년 대선 때 총재비서실장. '대쪽
성품'으로서 김 당선자의 신뢰가 누구보다 깊다. 임 사무총장은 70년
대 남북조절위 때부터 북한을 30여차례 왕래했던 인물. 조 재판관은
감사원장, 법무장관 후보 물망에도 올라 있다.

경제통으로서 김기환 순회대사 외에 김 당선자를 가장 많이 접한
인물이 임창열 부총리. 거의 열차례 가까이 만났다. 김 당선자의 평이
좋고 비대위대표를 맡고있는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도 김 당선자로부터
상당히 호평을받은 인물 중 한사람이다. '김민배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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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당선자의 일주일
주변 사람들 입 단속 신신당부
"각하 명칭 쓰지 마라" 스스로 몸 낮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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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월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전체 보
고에서 위원들의 중구난방식 의견 개진을 질책하고 거듭 신중한 언행을
요구했다. 측근들에게는 "당선자의 발언이 인용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
라"며 입 단속을 했다.

김 당선자의 이런 작업은 올 들어 인수위와 비상경제대책회의 등 새
정부출범 준비 기구 관련자들이 잇따라 '말 실수'를 범했기 때문으로 알
려졌다. 특히 김 당선자는 자신의 발언을 인용한 몇건의 기사에 대해 크
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자 한 측근은 '1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1월5일) '경제 청문회
후반기로 연기'(1월8일) 'DJ 부도 위기 호남 기업에 대출한 은행 질책'
(1월8일)등을 김 당선자의 심기를 건드린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이 기사들을 접하고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어떻게 보도가 되느냐"며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대변인단은 김 당선자의
직접 발언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이런 분위기를 초기에 잡기 위해 스스로 몸가짐을 낮추는
조치들을 취했다. 우선 그는 지난 6일 인수위원들에게 "대통령 사진을
정부의 사무실마다 걸거나 과거처럼 '각하'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
고 지시했다.

김 당선자는 올해 들어 국회와 일산 자택을 오가면서 국내외 인사들
을 만났다. 김 당선자는 이런 활동을 하면서 국회 귀빈식당과 경기 일
산자택 이외에는 다른 장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당선 전에 애용하
던 서교호텔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경호상의 이유로 안가로 거처를
옮기려던 계획도 취소해버렸다.

또 그는 1월13일 삼성 이건희, 현대 정몽구, LG 구본무, SK 최종현등
4대 재벌 총수들과의 회동을 앞두고는 박 대변인을 통해서는 "재벌이란
용어는 군벌 족벌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만큼 쓰지 말도록 하라는
것이 당선자의 생각"이라며 '합리적 대기업관'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1주일은 당선 직후 IMF 사태로 인한 당혹감에서 출발해 경제 외
교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으로 상승세를 탔다가 올해 들어 반복된 일부
의 오버페이스로 상실된 균형 감각을 되찾으려는 1주일이었던 것 같다.
'우병현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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