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치회원들] 92년부터 영호남 오간 `진짜 인술'

뉴스 한현우
입력 1997.12.30 21:31







【대구-광주=한현우기자】영호남 사이에도 '사랑'과 '봉사'는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회원들이 찾아간 영호남 들녘
과 산골에는 구수하고 따뜻한 사람내음만 물씬했다.
사진설명 :
대구 치과의사 김석영(왼쪽)-김병재씨가 전남 보성을 찾아 노인들에게
무료 의치봉사 진료를 하고 있다.


매년 11월 둘째 토요일, 건치 광주-전남지부와 대구-경북지부 회원
들은 이가 없어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노인들을 찾아 떠난다.

92년부터 호남영남을 번갈아 방문해 틀니를 만들어준다. 그때마다
치과의사들과 치기공사, 치과위생사 80∼90명이 모인다.

토요일 병원문을 닫고 떠나 1박2일 가는 곳마다 경상도와 전라도
질박한 사투리가 어우러지고, 주민들이 차려낸 향토음식이 푸짐하다.

'영호남 무료 의치봉사'가 시작된 92년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
라가 완전히 두쪽 나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둘로 나눠놓았지요. 우리라도 뭔가 해
야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했습니다." 정제봉(36·대구 푸른치과 원장)씨
말이다.

두지역 치과의사들은 의기투합, 서로 오가며 무의탁노인 틀니를 만
들어주기로 했다. 첫해엔 전남 보성, 이어 경북 김천, 전남 나주, 경북
의성, 전남 구례를 차례로 오가며 의술을 폈다.

지난 11월 8,9일에는 대구에서 28명에게 '새 치아'를 거저 해드렸
다. 이렇게 6년간 건치 회원들이 만난 영호남 노인들이 1백90명에 이른
다. '틀니 봉사'는 하루이틀새 되는 일이 아니다.

11월 행사를 앞두고 회원들은 8월부터 봉사지역과 노인들을 선정한
다. 환자들을 일일이 사전 진료해, 몇차례에 걸쳐 인상(잇몸모형)을 뜬
다. 새 신발처럼 틀니도 처음부터 딱 들어 맞지않기 때문이다. 틀니
를 끼운 뒤에는 안정될 때까지 사후관리를 해준다.

비용은 회비에서 충당하고, 행사때마다 10만∼20만원씩 더 걷기도
한다. 평소 거래하는 치과재료상들도 "좋은 일 한다"며 갖가지 재료를
내놓는다.

노인들은 1백50만원 안팎인 틀니를 거저 해주는데 놀라고, 의사들
이 타향사투리를 쓰는 데에 한번 더 놀란다.

"경상도 노인들께 광주에서 왔다고 하면, '정말 광주에서 왔느냐,
왜 여기까지 왔느냐'며 감격합니다. 진료가 끝나면 주민들이 가져온 음식
을 놓고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지요.".

윤기수(35·광주 겨레치과 원장)씨는 "잠자리가 마땅찮아 교회나
학교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자도 오히려 즐겁다"고 한다.

진료를 하다보면 사투리를 서로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무슨 소린지 몰라 '그기 뭐꼬', '그것이 뭔소리랑가' 하며 한바탕
웃지요." 광주-전남지부회장 정태환(33)씨 얘기다.

"왔다갔다 해보니 정작 우리들에게는 '지역감정'이란 게 없더군요.
정치권이 만들어낸 허상에 그토록 마음 상하다니…." 손정수(32·광주 손
정수치과 원장)씨는 "통일 되면 북한 노인들 틀니 해드리는게 앞으로 계
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열린 광주-전남지부 송년회에서 의사들은 손을 잡고 노
래를 불렀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노랫소리가
겨울 밤하늘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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