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김씨부부의 경우] 실버타운서 `제2 인생'을

뉴스
입력 1997.10.27 18:51





호텔처럼 깨끗한 숙박시설과 골프장, 헬스클럽, 수영장이 완비된
'실버타운'에 따로 살면서 오붓하게 '제2의 인생'을 즐기는 노부부들
이 늘고 있다.

강원길(78) 김인희(67)씨 부부도 그런 경우다.

제2공화국시절 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지낸 강씨는 미국 시
애틀에 사는 아들(39) 부부와, 서울 강동구 길동에 사는 딸(41) 부부
를 두고 경기 화성 실버타운 '라비돌 리조트'에 단둘이 산다. 5·16
쿠데타 이후 미국 국무부 직원으로 일해오던 강씨는 89년 중풍을 앓
아 우반신을 못쓰게 됐다. 시애틀 아들 집에 살기를 1년여, "계속 함
께 사시자"는 아들 권유를 뿌리치고 귀국했다.

"속초에 아파트를 얻어 살았지요. 며느리나 출가한 딸 신세지기
도 싫고, 내가 아직 건강하니 살림도 할 수 있었어요." 김씨는 "내가
시부모를 모실 때 '내 생활이 있었으면'하고 바랐던 기억이 되살아나
함께 살자는 걸 뿌리쳤다"고 말했다.

3년여 속초 생활을 거두고 '라비돌'에 온 게 95년 11월. 서울 사
는 딸이 "두 노인이 어떻게 따로 사시겠느냐"고 걱정했지만, 공기 맑
고 편의시설 좋은 곳에서 따로 살기로 했다. 오랜 미국생활에서 몸에
밴 습관이기도 했다. "우리 때문에 사소한 일로 아이들 관계가 틀어
질 수도 있잖아요." 이곳에 온 뒤로는 부부가 신문 읽고 TV 보고, 운
동이나 산책으로 소일한다.

"20분쯤 떨어진 슈퍼마켓에 함께 가기도 하고, 전보다 대화가 훨
씬 많아졌습니다. 가끔 외롭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이들
을 보면 그런 생각이 달아나지요." 강씨는 몸이 불편할 뿐,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이 실버타운 바로 옆에는 수원전문대가 있어 항상
젊은 대학생들이 오간다.

두 노인이 자녀들과 잦은 왕래 없이 살다보니 신혼때처럼 아기자
기한 '데이트'도 하고, 때론 티격태격 다투기도 한단다. "그게 다 사
는 재미 아니겠느냐"고 두 사람은 말했다.

김씨는 1주일에 한두번 딸네 집을 찾아간다. 셔틀버스를 타고 서
울 역삼동까지 와서는, 지하철을 타면 그다지 힘들 것도 없다. "쌍둥
이 손자녀석들이 고3이에요. 자주 보고 싶어도 워낙 공부하느라 바빠
서….".

강씨 부부처럼 쾌적한 곳에서 단 둘이 살려면 돈이 적잖이 든다.
이곳만 해도 10년 거주 예치금이 2억5천만원, 월 관리비가 30만원이
다. 식비와 편의시설 이용료는 별도다. 강씨는 미국 정부에서 다달이
주는 연금과 부동산소득을 합치면 월 고정수입이 3백만원쯤 된다고
한다. "보다 값싼 시설로 갈까도 했는데, 그런 곳엔 아픈 사람이 많
아 우울할 것 같아 이리 왔습니다." 강씨 부부는 "앞으로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 한현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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