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신형준기자】
근대 미술사학의 태두 고유섭(1904∼1944)씨는 "경주에 가거든 문
무대왕 해중릉을 찾아 대왕의 정신을 기려라"고 권했다.
장려한 일출을 맞으며 대왕의 호국정신을 되새기는 것은 경주 여행
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이 될 것이다. 새벽 동해 바다를 감상한 뒤 아
침거리로 따뜻하게 속을 풀고 싶다면 경주시 황오동 팔우정 로타리 해장
국집 거리가 그만이다.
해장국이라면 선지 듬성 듬성 썰어 넣은 우거지국을 떠올리게 되지
만, 이곳의 해장국은 신라 천년 역사만큼이나 남다르다. 선지 대신 물명
태와 멸치를 우려낸 맑은 국물에 콩나물을 넣어 국물을 준비한다. 국을
뜰 적에 메밀묵과 잘게 썬 모자반, 마늘 다진 것, 김치 약간, 참기름 등
양념을 넣어 만드는 독특한 방식. 이곳 아니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다.
'팔우정 로타리 해장국' 유래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한
노부부가 지금은 사라진 노동동 옛 시장에서 장꾼을 위해 메밀묵을 해장
국에 말아 팔았다.
60년대 말 시장이 사라지면서 이들 부부가 팔우정 로타리로 가게를
이전한 뒤 대단한 성업을 이뤘다. 거리 양편으로 하나 둘 해장국집이
들어서서 지금의 해장국 거리로 변했다.
이제 메밀묵 김치말이 해장국은 경주서 손꼽히는 명물이다. 아침
이면 일출을 본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차 댈 곳이 없을 정도다. 현재
영업중인 곳은 20여군데. '초창기 멤버'로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주인이 바뀌어도 상호를 계승해 이어오고 있다.
어느 가게든 1인분에 3천원을 받고 있으며, 만드는 방식이 같기 때
문에 맛은 큰 차이가 없다. 가게 스타일도 거의 비슷하다. 10여평 남
짓한 공간에 절반은 방으로, 절반은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먹게 했다.
처음 맛보는 사람은 뒷맛이 약간 씁쓸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
지만, 맛을 들이면 이것만 찾게 된다고 한다. 팔우정 해장국의 가장 큰
특징은 선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느끼함이 없이 아주 담백하다는 것. 추
어탕 선지국도 3천원씩에 팔고 있다. 24시간 영업한다.
20여군데 중 경주시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가장 오래된 가게와,
주인이 바뀌지 않고 오랫동안 영업한 세 곳을 소개한다.
▲팔우정
원조 해장국 가장 오래된 집이다. '원조 부부'가 이곳에서 운영하
던 것을 현 주인 이귀록(56)씨가 23년 전 이어받았다. 이 거리에서 추어
탕과 해장국을 가장 먼저 팔기 시작한 것도 이씨였다. 0561(42)6515.
▲대구 해장국
고소한 뒷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주인 권오숙(61)씨가 이곳에서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집에서 직접 담근 조선간장이 맛의 비결이라고
권씨는 자랑한다. 시원한 물김치 맛이 일품이다. 0561(749)1577.
▲황남 진짜원조
주인 조응제씨가 이곳에서 32년째 운영중으로, 가장 고참이다. 양
념으로 넣는 신김치 맛이 구미를 당긴다. 0561(749)2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