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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오피스텔이…" 재개발 희망 흐려지는 장안동

    입력 : 2021.08.30 11:33 | 수정 : 2021.08.30 14:52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는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서면서 재개발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을 나서자 대로변을 따라 1동짜리 나홀로 오피스텔이 줄지어 나타났다. 높은 펜스에 둘러싸여 뼈대를 올리고 있는 오피스텔 신축 현장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큰길 뒤편 골목길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지은 지 20~30년은 족히 돼 보이는 단독주택과 노후 빌라가 빼곡한 가운데 상가주택도 드문드문 보였다. 상가주택 1층에는 자동차 폐부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일부 점포는 폐업한 지 오래돼 흉물로 방치됐다. 현지 주민 A씨는 “부동산 업자들은 당장 돈 되는 원룸 오피스텔만 잔뜩 짓고,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아파트는 못 짓다보니 주거 환경이 갈수록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 장안동 일대에 오피스텔 신축 바람이 거세다. 지금까지 준공한 오피스텔만 50개동, 2만실이 넘는다. 최근엔 지역 랜드마크 건물마저 오피스텔로 잇따라 바뀌고 있다. 경남호텔 부지에는 이미 신축 공사가 한창이며, 장안동 일대 유일한 종합쇼핑몰이던 ‘아트몰링’도 올 12월 폐업 후 오피스텔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오피스텔 난개발로 정작 주민들에게 필요한 노후 주택 재정비 사업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 패션그룹 형지로부터 장안동 ‘아트몰링’을 인수한 인트러스자산운용은 연말까지 입점 점포 대상으로 명도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인트러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오피스텔 건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서 “내년 5월에는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장안동에 위치한 종합쇼핑몰 '아트몰링'은 올해 말 폐업한 뒤 헐리고 오피스텔로 바뀐다. /아트몰링


    장안동 주민들은 아트몰링 폐점을 아쉬워한다. 장안동은 그간 불법 안마시술소나 나이트클럽이 몰려 유흥가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를 불식하는데 기여한 건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장안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중랑천을 따라 아파트가 들어서고 불법 유흥업소가 점차 사라지면서 주거지로 변하는 가운데 아트몰링이 그 상징적인 장소였다”면서 “이곳마저 오피스텔로 변하면, 장안동의 유흥가 딱지떼기가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오피스텔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장안동 일대 주거여건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 큰 빌딩이나 상가가 오피스텔로 바뀌면서 지역 전체 노후도를 떨어뜨려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은 주거환경 개선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 바로 옆동네인 답십리동과 전농동이 정비사업을 통해 신흥 아파트촌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장안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오피스텔이 급증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될 만한 곳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오피스텔 난립으로 지역 이미지도 다시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동대문구 장안동 경남호텔 부지에 공사 중인 오피스텔은 아직 잔여세대 분양을 마치지 못했다. /장귀용 기자


    신축 오피스텔이 분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안동에는 원룸과 빌라도 많아 이미 공급된 오피스텔 중 미분양인 곳이 많다. 경남호텔 부지에 짓고 있는 오피스텔은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의 대형 건설사가 지었지만, 아직까지 분양을 다 마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장안동에 새로 신축하는 오피스텔 중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매입약정을 맺고 건물을 통째로 넘기는 곳도 많다.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는 “장안동은 공급이 많은데 전·월세가 저렴해 투자가치가 크지 않다”면서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도 ‘험지’로 꼽힐 만큼 분양이 어려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LH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겨우 수익을 챙기는 토지주가 많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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