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30 03:35
[봉다방] 작년과는 비교 불가…역대급 부동산 2차 대폭등 시작됐다
[땅집고] “부동산 ‘2차 대폭등’, 통계상으로는 지난 7월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최근 정부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가 최대의 집값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가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올해 전국 1~7월 아파트 매매가격 누계 변동률이 8.73%로, 지난해(3.68%) 대비 2.3배를 기록했다. 수도권만 놓고 봐도 11.12%로, 마찬가지로 지난해(5.65%)의 두 배 이상이며 13년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이 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역대급 불장’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올해 상승률이 더 매서운 것.
유튜브 땅집고TV에서 진행하는 ‘봉다방’에 출연한 유하룡 땅집고 에디터와 차학봉 조선일보 부동산전문기자는 “올해 7월부터 ‘부동산 2차 대폭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당초 정부가 올해 6월 1일부터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중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고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집값 안정론’이 나오기도 했는데, 올해 7월 집값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예상과는 달리 집값이 또 다시 폭등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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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기자는 “그동안 집값이 안 올랐던 동두천·안산·시흥·오산 등 수도권 외곽 아파트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7월에 홍남기 부총리가 뜬금 없이 ‘지금 집값이 고점이니 매수하지 말라’며 버블 경고를 날려 의아했는데, 정부가 이 통계를 보고 겁을 먹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동두천시 송내동 ‘송내주공5단지’ 전용 84㎡는 올 1월까지만 해도 1억9000만원이었는데, 지난 7월 3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반 년 만에 집값이 70% 가까이 뛰었다.
차 기자와 유 에디터는 이 같은 집값 폭등을 불러온 원인으로 아파트 입주량 감소를 꼽았다. 당장 들어가 살 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더라도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것. 올해 하반기 서울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만7569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7000여가구)과 비교하면 33.7% 감소했다. 최근 정부가 3기신도시에 짓는 아파트 사전청약을 받긴 했지만, 물량이 서울 주택 수요를 전부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가 정작 공급 효과는 5년 후에나 발생하기 때문에 당장 집값을 내리는 효과는 전혀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블록버스터급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정부가 앞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의 아파트 공급 대책은 내놓을 수 없다고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에디터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두 가지 뿐이다”라고 했다. 먼저 정부가 은행을 압박해 대출을 규제하면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아 집값 상승 고리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을 9월까지 막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주담대 일부 상품을 중단하거나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자들 사이에선 “잔금 대출이 모자라서 새 집에 못 들어가게 생겼다”, “수 억원 올라버린 전세보증금은 어디서 구하느냐”는 등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여 동안 0.5%로 유지되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노 장관은 “금리 인상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과거 일본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금리를 누적으로 1~2% 이상 올리는 정도라야 집값 버블이 꺼지는 효과가 나기 때문에, 이번 0.25%포인트(p) 인하는 집값을 내리는 데 단기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 기자는 “그 동안은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거나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핀셋 규제’만 했는데, 이번에는 대출을 막고 금리를 인상하는 ‘전면 규제’를 내놨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전면 규제를 가할 경우 핀셋 규제 대비 집값을 내리는 효과는 강력하지만, 자칫하면 경기 침체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언제까지 전면 규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대출 규제에 대한 실수요자 불만이 빗발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고려해 규제를 다시 풀어준다면 집값이 잠깐 주춤했다가 다시 오르는 ‘반짝 해프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 기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지가 올해 하반기 집값 동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며 “내년 대선까지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올해 하반기가 부동산 시장의 일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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