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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가구를 뚝딱?…하마터면 속을 뻔한 정부의 허언

    입력 : 2021.08.27 03:14

    [땅집고]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공공택지 사전청약 확대 계획을 두고 ‘공수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신규 사전청약 가능 규모를 10만1000가구로 발표했지만, 이는 민간 건설사와 토지 소유자들이 적극 참여할 때만 가능한 숫자여서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매각 예정부지가 계획한 시점에 사실상 100% 매각되고 사전청약에 나서야만 가능하다.

    ■10만1000가구 사전청약? 계획대로 토지 매각돼야 가능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 계획은 실질적인 공급 확대가 아니라 미래에 공급할 주택을 시기만 2~3년 앞당기는 것에 불과하다. 주택 수요자들을 조기에 ‘입주 대기자’로 전환해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 대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금은 미래의 주택 수요까지 몰려 시장이 과열된 상황이어서 예정된 공급을 조기화하는 것도 안정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땅집고] 정부는 공공택지 민간아파트 사전청약으로 8만7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만2000가구는 2023년 하반기 이후로 잡혀 있다. /국토교통부

    진짜 문제는 10만1000가구라는 신규 사전청약 물량조차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추가 사전청약 물량으로 ▲3기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민간이 공급하는 아파트 8만7000가구 ▲2·4대책에서 도입해 추진 중인 도심주택공급 사업 1만4000가구를 각각 제시했다. 하지만 두가지 공급 계획 모두 숫자나 시기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먼저 공공택지 민간아파트 사전청약이 가능하려면 땅을 사는 건설사 동참이 필수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 사전청약은 불리하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분양을 늦출수록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매각 예정부지의 경우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팔고 이미 판 땅은 추후 다른 공공택지 매각시 인센티브를 주는 조건으로 사전청약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땅집고] 정부는 매각 예정부지의 85%, 이미 매각한 부지의 40%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한상혁 기자

    결국 건설사 참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8만7000가구는 너무 낙관적인 숫자다. 정부는 2023년까지 매각 예정인 공공택지(70개 블록, 8만8000가구)가 예상했던 시기에 100% 매각되는 것을 전제로 총 공급 가구수의 85%인 7만5000가구에 대해 사전청약이 이뤄진다고 가정했다. 그나마 절반 가까운 4만2000가구는 사전청약 목표 시기가 2023년 하반기 이후여서 당장의 주택 공급 부족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

    정부는 이미 매각한 토지(12개 블록, 3만 가구)에서 40%인 1만2000가구가 내년 상반기까지 사전청약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부는 85%(매각예정부지), 40%(기매각부지)라는 예상 비율을 적용한 것이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했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땅집고 통화에서 “매각 예정부지는 사전청약 조건부로 매각하기 때문에 사실상 100% 참여할 수밖에 없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세대수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15% 정도 적게 잡은 것”며 “기매각부지 역시 건설사가 공공택지 매입에 매우 적극적이고, 더구나 사전청약 취소물량 발생시 최대 70%를 사들인다는 인센티브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기대참여율 50%를 예상하면서 같은 이유로 실제 가구수는 40%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민간건설사들이 사전청약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건설사가 토지 입찰에 참여하는 시점에서 본청약이 진행되는 2~3년 후 분양 경기가 좋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 시장 상황에 따라 미분양 가능성도 있다”며 “더구나 건설사 자금 사정 등에 따라 청약 시기가 원래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 부지 매입 6개월만에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 동의율 10%인 도심공공주택도 2년 내 사전청약?

    [땅집고] 도심공공주택사업에서는 현재 동의율이 10%도 되지 않는 곳까지 사전청약 일정을 잡아 발표해 무리한 예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국토부

    2·4 대책에서 도입한 도심공공주택사업으로 짓는 주택은 더 심각하다. 사업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청약 일정이 잡혔다. 이런 식으로 총 1만4000가구를 사전청약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구지정 요건(3분의 2 동의)을 충족한 은평구 증산4, 도봉구 방학역 일대, 영등포구 신길2 등지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4000가구를 사전청약한다는 것이다.

    아직 지구지정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한 곳까지도 사업이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사전청약 예정지로 포함했다. 영등포역 인근, 새절역 동측 등은 현재 동의율이 10%대에 불과한데 2023년 상반기 사전청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구역에서 도심공공주택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존재하고 있어 사업이 늦어지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민간 아파트의 경우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청약 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탓에 다른 아파트 청약기회가 박탈된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청약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 전까지 다른 아파트에 청약이 가능하지만 민간 아파트 사전청약은 꼼짝없이 본청약까지 기다려야 하고, 본청약이 지연되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로 봤을 때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이후 입주까지 길게는 10년씩 걸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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