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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돼"…최고가 반포 아파트의 해괴망측한 과거

    입력 : 2021.08.27 03:46

    [땅집고] 1970년대에는 불임시술을 한 청약자에게 아파트 우선 분양권을 줬다. 당시 한 청약자가 보유했던 피임시술 확인증. /KBS화면캡쳐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과거 반포주공 2~3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현재 매매가격이 평당 1억원에 육박할 만큼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다. 그런데 두 아파트는 재건축하기 이전까지 속칭 ‘고자 아파트’,‘불임 아파트’로 불렸던 흑역사가 있다. 이런 망측한(?) 별칭이 왜 생겨났을까.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녀가 적은 가구가 이득을 봤다. 당시 우리나라 여성 합계 출산율은 6명에 가까울 정도로 인구가 급증했다. 결국 정부는 1977년 8월 제정한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공공이 공급하는 아파트는 국민주택청약부금(지금의 주택청약통장) 납입횟수와 금액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하되, ‘불임시술자 우선청약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즉 불임시술을 받아 아이를 더 낳지 못하는 가구에게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 재건축 이전인 1970년대까지 속칭 '불임 아파트'라고 불렸다. /삼성물산

    ‘불임시술자 우선청약제’를 처음 적용한 아파트가 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당시 주택공사)가 1976년 서울 강남구 반포동에 공급한 ‘반포주공2단지’(지금의 반포자이)와 ‘반포주공3단지’(지금의 래미안퍼스티지)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단지에서 16·18·25평 총 3810가구를 분양했는데, 평균 청약경쟁률이 2.28대 1이었다. 그런데 청약자 중 불임시술자가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바람에 “고자들은 다 모였다”며 화제가 됐다. 입주신청 접수창구에 ‘불임시술 확인증’을 제출하려고 청약자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시술 증명서와 청약통장을 함께 거래하는 데 600만원(현재 가치 6000만원 추정) 이상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87년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반포주공2~3단지'에 불임시술자들이 몰렸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청약 신청일 당시 벌어졌던 흥미로운 사연도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당초 우선순위자가 아니었던 김상화씨. 아침 일찍 신청장에 나왔다가 불임시술자가 예상외로 많자, 집에 돌아가 부인을 국립병원에서 불임시술을 받도록 한 뒤 시술증명서를 받아와 청약 접수했다. 영등포구 구로동에서 온 임모(71·남)씨는 불임시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양 우선순위에서 밀리자 “보건소에서 45세 이상은 시술효과가 없다고 해주지도 않는데, 순위에서 천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늙은 사람은 아파트에 살아보기도 힘들게 됐다”며 고개를 떨구고 돌아갔다. 당시 주택공사 건설부주택관리과에는 ‘과부도 수술을 해야 하느냐’, ‘나는 이미 폐경기인데 무슨 불임시술이 필요하냐’는 등 항의가 접수되기도 했다.

    [땅집고] 현행 청약 제도상 자녀가 많을수록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유리한 구조다. /이지은 기자

    45년이 지난 지금은 반대로 낮은 출산율이 심각한 사회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27만33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해 사상 처음으로 20만명대까지 내려앉았다. 2001년 55만990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가 19년만에 반토막난 것. 같은 기간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자 지금은 자녀가 많은 가구일수록 새 아파트 청약에서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자녀를 3명 이상 둔 가구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우선 분양권을 받는다. 청약가점표도 자녀가 많을수록 가점이 올라가는 구조다. 가점은 총 84점 만점으로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으로 구성하는데, 부양가족수로 채울 수 있는 점수가 가장 크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1년당 1~2점을 배정하는 반면, 부양가족 수에선 자녀 한 명당 5점을 받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구 정책과 아파트 청약제도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다자녀가구에게 일부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다자녀가구뿐 아니라 비혼 가구나 자녀 출산 계획이 없는 가구의 주거 복지에도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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