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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에 지친 서민들 "9억·60㎡ 이하? 일단 사고 보자"

    입력 : 2021.08.25 03:34

    [땅집고]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박상훈 기자

    [땅집고] 올해 6월 이후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나마 이뤄지는 거래는 매매가 9억원,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집값 급등 속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그나마 저렴한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땅집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6월 이후 이달 25일까지 서울에서 매매가 9억원 이하이면서 소형으로 이뤄진 아파트가 매매 거래량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구에서는 신월동 ‘신월시영’ 아파트가 22건으로 가장 많이 거래됐다. 1988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2256가구로, 지하철역이 멀고 전용 59㎡ 이하 소형으로만 구성돼 재건축 대상인데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이 단지뿐 아니라 양천구에서는 59㎡ 이하로만 구성된 중저가 아파트가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신정동 ‘신트리4단지’(18건), 신정동 ‘신트리1단지’(11건), 목동 ‘에버하임’(10건), 신월동 ‘스위트드림’(10건) 순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저렴한 소형 아파트도 거래될 때마다 이전 거래가를 훌쩍 뛰어 넘는 이른바 신고가가 확산하고 있다. 신월시영 43㎡는 이달 6억500만원과 6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며, 50㎡와 59㎡는 7월에 각각 7억원과 7억4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성사됐다. 양천구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집값 폭등으로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같은 값이면 차라리 소형 아파트라도 사자’는 분위기”라며 “나홀로 단지 등 비인기 아파트는 그나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여서 서민 실수요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59㎡ 이하 소형만 있는 노원구 공릉동 태강아파트에서는 같은 기간 31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49㎡와 59㎡는 7월에 각각 5억9900만원과 7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 역시 강세다. 노원구 하계동 ‘한신’ 27㎡는 7월에 4억6000만원으로, 두 달 만에 1억원 가량이 뛰었다. 도봉구 쌍문동 ‘한양 2, 3, 4차’ 35㎡ 역시 지난 7월 연초보다 5000만원이 오른 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면적별 집값 변화. /KB, 이지은 기자

    소형 저가 아파트 투자 쏠림 현상은 지난 6월 거래 절벽이 시작된 이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8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가 1000건을 밑돌 만큼 매매 시장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런 가운데서도 6억~9억원, 전용 60㎡이하 아파트는 거래는 꾸준하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KB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시장을 면적별로 봤을 때 소형 아파트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면적이 작은 60㎡ 이하 아파트는 7월에만1.49% 상승했다. 60㎡ 초과 85㎡ 이하는 1.19%, 85㎡ 초과 102㎡ 이하는 1.13%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다.

    문제는 서울에서 그나마 저렴했던 아파트도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주택 서민이 살 만한 주택은 점점 찾기 어려워진다는 것.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격이 저렴하고 면적이 작은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실수요자가 집값 급등 우려로 어쩔 수 없이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그나마 대출 제한이 적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줄면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대출 가이드라인으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정부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출로 아파트를 매수하면 몇 년 뒤 대출 상환 등 부담은 실수요자의 몫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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