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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끊고 내집마련 사다리도 끊었다" 서민들 곡소리

    입력 : 2021.08.24 03:21

    [땅집고] “몇 개월 뒤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대출을 못 받는 건가요? 지금이라도 대출 접수를 빨리 해야 할까요?”

    최근 농협은행 등 금융권이 갑자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둔 수요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신규 분양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도금 집단대출마저 끊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업주체가 ‘중도금을 알아서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있는 것.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수요자들 사이에선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겼다”, “집값만 올려놓고 대출까지 막으면 어떡하냐”는 반응이 나온다.

    [땅집고]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 /조선DB

    ■“곧 전세 만기인데”…실수요자들 ‘멘붕’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6% 이내로 억제하라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일방적인 대출 중단을 통보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올 11월 말까지 집단대출을 포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올 9월 말까지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SC제일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 ‘퍼스트홈론’ 운영을 일부 중단했고,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 축소 작업에 돌입했다.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 다른 은행 역시 금리를 빠르게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금융회사가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아직 여유가 많이 남아있다”며 “대출 취급 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지만 당장 가을철과 다가올 전세 만기를 걱정하는 실수요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 중단 확산을 우려하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경기도 일산에 산다는 한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내년1월이 전세 만기인데, 더 좁은 집으로 가야 할까봐 걱정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다른 은행으로 빨리 대출을 알아봤다”며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대출 중단을 통보받아 당황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대출 중단 조치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해 자금 운용을 할 자유가 있다”고 항의하며, 대출 중단 조치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직접적인 피해 사례도 올라왔다. 이미 승인받은 오피스텔 잔금 대출이 취소됐다는 입주자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의 한 농협지점은 신규 오피스텔 입주자 대상으로 예정된 잔금대출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을 올린 A씨는 “집을 살 때 전체 매매금액을 갖고 있지 않으면 시작도 못하겠다”며 “평생 공공임대나 월세로 살아야 하느냐”고 했다.

    ■분양 시장도 비상…과천 린파밀리에 등 중도금 대출 불가 안내

    중도금 집단 대출이 막히면서 분양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중도금 집단대출을 통해 수분양자 초기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분양을 해왔는데,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힐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칫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땅집고] '과천 린파밀리에'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모집공고. /LH

    경기 화성 봉담 한 신혼희망타운의 무순위 청약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금융권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대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할 경우 수분양자가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오는 31일 1순위 청약이 시작되는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린 파밀리에’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모집공고에도 마찬가지로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투명하다는 안내문이 포함됐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거래량.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10건을 기록했다. 신고 기한이 남아있지만 이달에는 2000건 아래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매매 거래량은 올 7월 말까지 매달 3600건을 넘었다. 특히 9억 원 초과 주택 매매 비중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 관리 노력은 필요하다고 해도 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하는 것은 실수요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금까지 저금리 기조에 따라 시중에 유동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 집값이 급등했다”며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타격을 줄이기 위해 대출 규제 정책이 필요할 수 있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해 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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