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19 03:29
[땅집고] 새 아파트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경기 외곽과 지방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당첨자 중에는 만점에 가까운 청약자도 속출한다. 그동안 높은 가점자들이 청약 통장을 아꼈다가 서울 등 핵심 입지에 분양하는 단지 위주로 청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지역 집값이 폭등하고, 문재인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억제 정책 영향으로 도심지역 새 아파트 공급이 씨가 마르자, 높은 가점자들이 그동안 인기 없던 지역까지 몰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이달 3일 강원도 강릉시에 공급한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46.8대 1을 기록했다. 건국 이래 강원도 아파트 최고 경쟁률이다. 최고 당첨 가점 역시 81점(84㎡B)에 달했다. 만점인 84점에 불과 3점 모자란 것. 지난 7월 현대건설이 전북 익산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익산’ 당첨자 가점 역시 최고 79점이었다.
그동안 수도권 비인기 지역으로 꼽혔던 경기도 평택시에서도 최고 당첨 가점이 79점(전용 97㎡B)에 달하는 단지가 나왔다. 이달 3일 분양한 ‘평택지제역자이’는 평균 경쟁률 30.5대 1로 1순위 청약 마감했다. 최고 당첨 가점은 79점, 최저점도 52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80점 가까운 청약 가점을 받기란 쉽지 않다. 청약 가점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무주택 기간(32점)·부양가족 수(35점)를 합산한다. 최근 ‘평택지제역자이’에서 나온 최고가점 79점은 ▲부양 가족 5명 ▲무주택기간 15년 이상(최소 45세 이상)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을 모두 채워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이 아파트 최저 당첨가점(52점)도 3인 가족 기준 만 39세 세대주가 얻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새 아파트 공급 절벽이 심화하자 수도권 청약 고가점자들이 외곽에 분양하는 아파트라도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서울에서는 4만2400가구가 분양할 예정이었는데, 8월이 되도록 2만2900가구가 분양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철거 후 이주까지 마쳤는데도 아직 분양하지 못한 강동구 ‘둔촌주공’(1만2032가구), 서초구 ‘방배6구역’(1131가구) 등 대단지들이 수두룩하다.
지방에서는 고가점자들이 몰리는 단지와 비인기 단지간에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강릉시에서 분양한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는 최고 81점을 기록한 반면, 지난달 금강종합건설이 공급한 ‘강릉영진코아루휴티스디오션’은 총 3개 주택형 중 84㎡만 1순위 기타지역에서 최고 57점으로 마감했다. 전북 익산시에선 현대건설이 지난 7월 분양한 ‘힐스테이트익산’ 최고 당첨가점이 79점이었는데, ‘익산수도산광신프로그레스’는 1순위 청약에서 총 337가구 중 72%(245가구)가 미달됐다. 입지가 좋고,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려든 결과다.
현재 전용 85㎡ 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로 공급하기 때문에 당첨 커트라인이 높아지면 가점이 낮은 젊은층 당첨은 더 어려워진다. 가점 비중이 가장 높은 무주택기간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의 청약가점까지 지금처럼 높아지는 것은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이 시장 기능을 마비시킨 결과라고 진단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주택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크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